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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평점 :

경여년 ㅣ 묘니 (지음) ㅣ 이연 (펴낸)
고등학교 시절에 김용 작가의 『영웅문』에 한창 몰입했었고, 중학교 시절에는 경요 작품 시리즈에 꽂혀 살았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강시에 열광했었고, 이소룡과 황비홍에 빠져있던 시절도 있었다. 경여년은 이렇게 과거에 무협지를 좋아했던 나의 지난날을 다시 한번 더 회상시켜 준 작품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무협지보다는 판타지 성향의 무협지가 더 인기를 얻으면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경여년』 소설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 판시엔의 어머니 예칭메이는 고대 경국의 경제와 황제의 권력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를 시기한 황실의 다른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태평별원] 사건이 일어난다. 그 이후 어머니 집안사람들 모두를 몰살 시키고 있던 현장에서 판시엔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어렵게 살아남은 아기 판시엔의 몸에 성인의 영혼이 들어가면서 성장한다. 그는 오랜 기간 몸을 운신할 수 없는 환자였었기에 아기 역할이 주는 불편함은 크지 않았다. 다만 다 알고 있는 글자나 지식 습득이 다소 지루할 뿐이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대상이 없다는 것 그것이 좀 못마땅할 뿐이었다. 그를 구한 스승도 그의 집안사람도 판시엔의 이런 영혼의 비밀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렇게 소설은 그의 출생부터 비범함을 보여주며 영웅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문과 무를 겸비할 수 있는 인재가 되는지 꽤 설득력 있게 그 과정을 묘사해 나간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소설의 앞 장에서 이야기가 벌어지는 공간적 배경을 지도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소설에서 주된 갈등 원인은 권력 쟁탈과 그것을 위한 금전 차지가 중심 요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내고의 위치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궁전 내 암투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판시엔의 목숨을 노리는 적들과 표면적으로는 공조를 내면적으로는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 더군다나 판시엔과 그가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만을 펼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판시엔은 현대의 사람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시한부 인생을 살던 환자였다. 그런 그가 사망함과 동시에 이 낯선 경국의 나라로 타임 루프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판 씨 집안의 사생아이자 큰 아들로 태어나면서 제2의 인생이 펼쳐지게 되고, 그 속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고난과 역경을 현대의 지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등장인물과의 갈등이 지난하게 진행되진 않는다. 만약 판타지 무협지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런 빠른 스토리 전개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중국 작가가 쓴 소설이지만 이미 중국이라는 문화권이 익숙한 탓인지 그들의 정치 제도나 사회 제도가 다른 나라 작가의 작품만큼 낯설지가 않다. 이런 익숙함이 작품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데 도움을 받은 듯 도 하다. 작가의 나이를 보면서 놀랐는데, 나랑 같은 동갑이라 그의 글쓰기가 부럽기도 했다. 창작 행위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알기에 더더욱 그의 작품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즐겁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 『경여년』 오래된 신세계 상 1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