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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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파스텔톤의 커버를 본다. 그리고 책의 긴 제목도 본다. 처음에는 제목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추측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작품을 다 읽은 이후엔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알 것 같았다. 주인공은 현실적이고도 보편적인 삶을 추구하며 살아온 사람은 아니다. 다만 뒤늦게 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좀 늦게 문학의 길을 걷게 되었다. 반면에 야무진 여동생은 공부도 잘했고, 자기 앞가림도 잘한다. 그래서 여동생은 부모님의 고된 노동을 견딜 수 있는 '보람'이 된다.

그녀는 10살 많은 남자와 결혼한다. 주인공이 김치를 전해주기 위해 동생의 집에 들른 날, 그녀의 조용한 삶은 잔잔한 호수에 누군가가 던진 돌이 일으킨 파도처럼 시련이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은 돈 버는 일을 하고, 주인공은 동생의 어린 자녀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한다. 하지만 그녀의 노동은 돈 버는 일이 아니므로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동생이 제부를 피해 목력 빌라로 온 이후 지난 3년간 나는 '시'와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녀는 시를 쓰기 위해 오롯이 '나'로부터 집중해야 되는데, 그녀에게는 그럴 시간도, 공간도, 여유도 없다. 그녀에게는 8년을 알아왔던 연인이 있다. 그 연인이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하듯 나 역시도 그녀의 지나친 가족애를 이해하기 어렵다.

정류장은 승차하는 곳이자 하차하는 곳이다. 그리고 잠시 머무는 공간이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이리저리 떠밀리며 떠다니는 부유식물처럼... 우리의 인생도 그것을 닮았다. 그녀의 인생은 엄마의 결정과 동생의 사정으로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밀린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현재 감당하기 힘든 시련의 몫을 더 채워준다. 이렇게 마냥 자신의 삶은 잠시 접어두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지, 아니면 당분간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자신만의 삶을 살지 고민하고,,, 결국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정류장 같은 인생을 반복해서 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필사의 밤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녀의 꿈을 위해 좀 둘러 가는 길을 선택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헌신과  희생만으로 가족의 삶을 구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아니 그녀가 불행해진다면 가족 모두가 불행하다. 고집이 센 그녀는 서서히 이러한 사실을 깨우쳐 갔으리라... 그리고 그녀가 집을 떠나 독립생활을 하면서 그녀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들을 보며  모두가 한층 더 성숙해졌으리라... 나는 동생의 시련이 그녀의 시련도 되었지만, 또 그런 아픔 덕분에 필사의 밤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 앉지 마.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이 되어 준 말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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