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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우주군
배명훈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빙글빙글 우주군』은 극강의 무더위로 기암을 토하던 2018년 때마침 미국 대통령은 우주기지 건설을 발표한다. 그는 당시 이런 사회적 현상으로 이 소설의 구상을 떠올린 건 굳이 아니라고 한다. 앞 문장에서 잘나가다가 영향을 받았다는 문장과 온점이 아닌 아니라는 반전!!! 이처럼 소설 곳곳에서 독자는 작가의 유머를 만날 수 있다.
이 소설이 탄생된 실질적 배경은 공군 출신인 그가 공군에서 발행하는 『월간』 잡지 인터뷰를 하면서 군대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자유분방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이상한 군대' 느낌을 느낌을 살려 SF라는 도구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라 한다. SF 작가인 그는 어떤 주제에 대해 연구자처럼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정말로 좋아할까?라는 질문에서, 호불호로 나뉠 것이라고 자문자답한다. 또한 소설 속 화자가 숨 막히는 존재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소설에서는 서술자가 사건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소설을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힌다. 이런 실험 정신 굿!!!
난 작가의 입장을 읽고 나서야 소설이 더 잘 이해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내게 『빙글빙글 우주군』 추천 연령을 뽑는다면?하고 질문을 던진다면, 군대나 이와 유사한 집단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려주는 재미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라는 곳이 위계질서가 엄격한 공간임에도 소설 속 한국우주군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실 속 군 생활은 소설만큼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간직한 추억이 즐거움이든 고통이든 내 삶의 일부가 되어 현재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이기에 소설을 읽으며 과거 속 나와 만나는 것도 꽤 흥미로운 시간이 될 듯하다.
두 개의 태양이 나타나고, 그동안 세금만 축낸다며 욕만 먹던 한국우주군... 우주군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자 했던 구예민 참모총장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 속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이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이 소설의 묘미 1등을 뽑자면 나는 이 부분을 콕!!! 찝고 싶다. 가볍고 재미있는 소설 하지만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재미있는 코믹물 SF 작품을 이리도 심각하게 해석하는 이는 나뿐일까?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특수한 변명 임도 밝혀둔다. 평소에는 무용지물의 기관으로 여겼을지 모르나 막상 생존을 위협하는 위급한 일이 벌어지면, 한국우주군과 같이 존재의 위엄이 급부상하는 일이 현실 속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원격 조종을 할 수 있는 한섬민 중사를 꾸준히 지원하고 발굴하지 않았다면,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내게는 쉽게 읽고, 웃으며 넘기기엔 시사하는 바가 많은 『빙글빙글 우주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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