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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저자 니콜라스 카는 2008년 <애틀랜틱>이라는 잡지에서 '구글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들고 있는가?'라는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글들을 엮어 책으로 낸 것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이후 개정판을 내면서 후기를 첨부했는데, 니콜라스는 그의 주장에 더욱더 확신을 보이며, 새롭게 등장한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며, 인류 역사 발전에 큰 변환점을 일으킨 도구로 1부에서는 문자, 2부에서는 인터넷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성인의 뇌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명제에 머제니치는 원숭이의 두개골을 연구함으로써 '성인의 뇌도 변한다(뇌가소성)'는 사실을 증명하게 된다. 인쇄물과 인터넷이 인간 사고와 기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양한 자료와 구체적 근거를 들어 자기주장을 관철 시키고 있다.
그가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인터넷 속 많은 정보가 과연 인간의 사고와 기억에 도움을 주는가?'이다. 그의 대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예측과는 달리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 기억은 불명확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불명확한 기억을 명확한 기억으로 만들기 위해 반복 행위를 해야 하며, 이 반복 행위 끝에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을 주관하는 기관으로는 해마와 단백질, 글루타민산염, 키나아제 A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사고와 기억은 다양한 정신적 자극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순차적 텍스트인 책을 읽을 때 그 글에서 행동과 감각에 관한 상세한 부분을 파악하고, 과거 나의 경험과 개인적 지식을 결합시킨다. 또한 글을 읽을 때 주어지는 고요함과 조용함은 뇌의 회복력을 일으키고 이 회복력은 집중력으로 이어진다. 사고는 긴 시간이 필요하며, 이런 과정 속에서 인간의 사고는 한층 더 발전된 통찰력을 기르게 된다.
반면에 인터넷 속 세상은 우리의 사고를 방해한다. 대량의 다양한 정보는 우리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고, 수없이 펼쳐지는 하이퍼텍스트 속 링크들은 빠른 선택을 요구한다. 이런 반복적인 선택과 판단은 실질적 정보의 집중을 저해시키고, 결국에는 훑어 읽기와 건너띄기를 유도해, 종국에는 정보의 부분만을 습득하게 이끈다. 이런 정보 습득 방식은 참고 기다리는 법, 깊이 읽고 깊이 사고하는 법 등을 잃게 만든다. 또한 구글과 같은 인터넷 회사는 검색창에 연관검색어가 보이게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기계에 의존하게 만들고, 또 프로그램에 길들여지게 만든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초판에서도 개개인의 기억을 사진이나 인터넷에 의존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며 위험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관련 연구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 이 주장에 대한 상황적 근거만 제시했다. 그런데 이후 연구로 밝혀진 사실은 소름 끼친다. 페어필드 대학교의 린다 헨켈이 이와 관련해서 연구를 했는데, 그녀는 학생들이 캠퍼스 내 미술관 관람을 하게 하면서 학생 모두에게 디지털카메라를 주었고, 한 명씩 미술 작품을 관람하도록 했다. 일부는 사진을 찍으면서 관람하게 했고, 일부는 카메라 사용 없이 작품을 감상하도록 시켰다. 이 실험의 결과는 참으로 놀라웠는데, 사람들이 사진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기록할 때 오히려 해당 경험을 더 흐릿하게 기억했다는 점이었다. 즉 미디어 사용이 오히려 기억을 손상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오귀인 현상'으로 우리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제로는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데, 스스로는 더 많이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만적인 행위는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는 행동을 낳는다. 이것이 바로 '가짜 뉴스'고 가짜 뉴스가 진실보다 더 멀리, 빨리, 깊이 그리고 넓게 퍼져나가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를 더 많이 전파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매클루언의 말을 빌려 우리에게 당부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더 보편적으로 말해서 진보에 대해 솔직히 평가하자면 우리는 얻은 것뿐 아니라 잃은 것에 대해 민감해져야 한다. ... 기술의 영광이 우리의 핵심 자아를 마비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인 감시의 눈이 멀도록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340쪽
이 책은 반드시 꼭 읽어야 한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더더욱 읽어야 한다. 평소 독서를 즐겨 하는 독자라면 저자가 언급하는 책이 주는 이점에 크게 공감 할 것이다. 읽기는 전자책보다는 책으로... 쓰기도 자판보다는 연필로... 연필로 적는 행위는 생각의 흐름을 지연시켜준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을 좀 더 다듬을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난 아이와 잠시 중단했던 독서와 일기 쓰기를 다시 시작했고, 이번에는 습관으로 정착되길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