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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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힌 타라 웨스트오버! 그녀의 책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Educated의 뜻을 찾아보았다. 우리 말로는 '교육을 받은'이란 뜻이었다. 나는 제목만으로 내용 추측도 해보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 도서도 꽤 읽었었고, 그래서 이 책도 대략 자기 계발서에 가까운 성공담을 담아낸 책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리고 빗나간 예상 덕분에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책 한 권이 되었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16살 때까지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녀는 독학으로 2번의 도전 끝에  ACT 시험을 통과했고 17살에 버리검 영 대학교에 입학한다. 입학은 하지만 입학 신청서 작성부터, 시간표 짜기, OMR 카드 작성, 미술 교과서는 그림만 보는 게 아니라 글도 읽어야 한다는 점 등등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생활해본 경험이 전무한 그녀는 타인과의 교류 방법도, 남녀의 교제 방식도, 공동주거 공간에서의 규칙도 모른다. 그랬던 그녀가 27살에 하버드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이 책이 특히 감명 깊었던 이유는 캠버리지와 하버드를 장학생으로 수학했다는 점 말고도, 그녀는 스스로가 자신을 돕고 자유와 자아를 찾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숀의 폭행 경험이 있던 오드리와 타라는 처음에는 힘을 합해 오빠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다. 하지만 오드리는 타라의 손을 놓아 버린다. 그만큼 변화란 놈은 엄청난 저항을 받는다. 그래서 커다란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타라는 학비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산속 집에서 적게는 수 킬로 많게는 수십 킬로 떨어진 곳까지 자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도 겨우 15~17살 때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미성년자였던 타라는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아버지는 그녀의 믿음과 배움 사이에서 자신에게 복종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한번 깨어난 그녀의 자아는 수많은 흔들림 속에서 꿋꿋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다. 그녀는 끊임없이 무기력과, 지역 사회에서 꽤 영향력 있는 부모의 그늘과 그녀의 변화를 변절이라 욕하는 가족들의 비난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그녀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갔다. 그녀는 엄마처럼 기죽어 지내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녀를 사탄이라 했다. 그녀가 변절했다고 말한다. 자아의 발견과 성장 그리고 맹신과 미신 사이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방황하지만 한결같이 성장해갔다.


타라는 10살 때부터 아버지와 오빠를 돕기 위해 폐철 처리장 일을 했고, 지붕 위 작업을 하는데 단련되어 있었다. 공부 시간을 벌기 위해 꾀를 냈어야 했고, 그런 그녀를 방해하기 위해 가족들은 열심히 그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녀가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린 시절 그녀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사리분별이 있으시고,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머니셨다. 하지만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던 날 엄마는 사로고 머리를 다치시고,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그 이후 엄마는 미신이라 취급했던 근육 테스트나, 에너지 치료 같은 요법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이로써 어른의 지지와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야 할 소녀는 첫 번째 보호 대상을 상실하게 된다.


타라가 10살이 되었을 때 큰 오빠와 둘째 오빠가 집을 떠나고, 오빠들이 아버지를 도와 일했던 폐철 처리장 일을 돕게 된다. 어린 딸에게 쇳조각을 던지고 그걸 받게 하는 아버지 그곳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타라 역시도 분쇄기 안에 갇혀 다리에 큰 상처를 입는다. 이들 가족은 사고로 목숨이 위험해져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아버지는 의사를 사탄이라 믿으며, 어머니도 현대 의약은 체내에 독성만 쌓이며 자연임신을 방해한다고 설교한다. 그러던 중 셋째 오빠 타일러의 방에서 우연히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고, 그렇게 타일러 오빠와 어떤 교감을 나누게 된다. 7남매 중 셋째 오빠 타일러는 지저분한 가족들의 생활 패턴에서 유일하게 정리 정돈을 잘 하는 성격이다. 타라는 오빠가 빨리 일을 마치고 함께 음악을 듣고 책을 보는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하지만 오빠도 대학을 가겠다며 집을 떠나버린다. 이로써 타라는 두 번째 상실감을 맛보게 된다.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던 길에 가족은 큰 사고를 당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집 나갔던 둘째 오빠 숀이 돌아온다. 오빠와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 그리고 그녀를 위해 차를 태워주는 다정한 모습에서 타라는 자신을 돌봐주는 오빠가 그녀가 원했던 아빠의 모습이라 고백한다. 하지만 이성과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여동생에게 창녀라 비난하고, 자신의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을 즐기기 위해 무의미한 심부름을 시키며 동생을 힘들게 한다. 그런 그에게 타라는 저항하게 되고, 무차별 폭력을 당한다. 이를 목격한 부모님은 말리지 않는다. 딸을 죽인다고 위협해도 믿지 않는다. 


아버지는 세계 종말이 언제 올지 모른다며, 비상식량과 연료 대비를 위해 산속에서 일 년 내내 일을 시킨다. 7명의 자녀들 중 오빠 둘 셋은 간혹 학교를 다닌 적이 있지만, 결국 그만두게 된다. 모든 일에서 결정권은 남자에게 있고, 여자는 남자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설교한다. 모르몬교는 여성의 옷차림에도 극도로 예민하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소녀의 마음을 창녀라 비난한다. 숀에게 맞고 있던 타라를 연락 없이 집에 온 타일러 오빠가 구해주고, 오빠는 타라 보고 대학을 가라고 조언한다.


그녀는 대학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고, 페미니즘에 눈 뜨게 된다. 홀로코스트 그다음에는 노예제도 그리고 페미니즘 결국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학문에 임한다. 그녀의 이런 관심은 자라온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늘 아버지의 강압적인 모습에 억압당하며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이해하고 싶은 딸의 모습도 있지 않았을까? 자신과는 다른 삶을 선택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고, 그래도 이해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아버지의 정신 질환과 맹목적 믿음이 빚어낸 주입식 지식으로 한쪽 세상만이 전부라 믿으며 살아온 타라! 하지만 교육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섬세한 필체로 그녀의 삶을 들려주는 타라! 가족에게 수없이 상처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사랑과 희망을 포기 않는 타라! 그녀는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 자체도 모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녀의 배움이 처음에는 그녀의 미래를 위함이 시작이었지만, 이후에는 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점차 확대시켜 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이 힘겹고 지루한 오랜 여정에 기꺼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배운 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생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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