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1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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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버지니아 울프 (지음) ㅣ 오진숙 (옮김) ㅣ 솔출판사 (펴냄)





이 작품의 화자인 '나'는 저자 자신인 듯하다가도 그녀의 친구로 설정된 메리 시튼이였다가 다시 불분명한 '나'로 이어진다. 총 6장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가부장적 사회제도에 대한 비판과 과거 여성 작가들의 소설 속 여성에 대한 한계 그리고 현시점에서 여성이 가야 할 길에 대한 깊은 고찰 등이 담겨 있다. 그녀는 독백하듯 아니면 독자와 이야기를 나누듯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울프의 작품들 중 가장 직접적으로 그녀의 메시지를 이해한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다. 과거에 여성의 인권이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차별을 받고 있었는지 그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지금은 과거와는 꽤 다른 환경이다. 그만큼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었다고 보이는 측면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명절날이나, 한쪽의 성이 다른 쪽의 성을 폭행했을 때, 그때 여성이 당하는 사회적 편견과 시선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래서 울프의 책들이 더 의미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만의 방에서 울프가 이야기하는 것은 가부장적 제도에 대한 비판과 여성도 남성들과 똑같이 경제적 독립과 교육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대작가가 탄생된 연유도 탄탄한 경제력과 교육이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여성들은 모든 권한이 아버지 혹은 남편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그녀들은 가부장의 결정에 의해 요람에서부터 자신의 인생이 결정지어지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 집안끼리 맺는 권력의 수단으로 혹은 대를 이어줄 수태의 기능만으로 여성을 바라본 시대가 분명히 있었다. 여성이 부당하게 죽임을 당하는 일도 있다. 지금도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의 여성들은 심각한 성차별, 성 학대, 명예 살인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그녀가 혹은 메리 시튼이 펼쳐든 책 속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시각 특히 열등하다. 지능이 낮다. 등의 평가를 읽을 때는 그녀 가슴속에 분노가 솟아 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가 바라보는 남성이란 비이성적, 무절제적, 파괴적, 공격적 등 그들 역시도 단점이 있는데, 왜 한 성이 다른 성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비난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가 읽은 대다수의 소설 속 여성의 위치는 왜 늘 비슷한 패턴을 이루고 있는지... 역사 속 인물들 중 전문적인 직종에서 왜 남성 성만 중시되어야 하는지... 그녀는 문학을 통해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자기만의 방은 여성도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도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여성이 다른 여성의 밑거름이 되어줘야 할 어떤 의무 같은 것도 있음을 암시하는 듯도 했다. 울프의 주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그 호소력이 짙다. 결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 시키고자 했던 여성들, 취집이란 말이 유통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울프의 시대로부터 현대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우리의 위상을 어느 정도 올려놨을까? 조금 있으면 명절이다. 명절 이후 들려오는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적인 전통 관습에 대한 볼멘소리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있었던 한국 사회에서의 미투 운동 역시도 여성 해방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부분이 명백히 존재한다.


울프는 자기만의 방이라고 선언한 듯,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 독립을 강조한다는 것은 모든 일의 중심에는 '나'라는 존재의 명확한 자기 인식과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란 단순히는 생존을 위한 밥벌이가 되겠지만, 기본적인 밥벌이가 안정궤도에 들어서면 자아실현을 찾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현재 아내, 딸, 엄마라는 다양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나는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나? 아니면 내 삶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나? 그렇다고 해서 울프는 남성성에 대해 비하하거나 두 성 중 어느 한쪽의 성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두 성이 가지는 약점을 강화하는 것이 인류를 위하는 길이 아니냐고 되묻는 것 같기도 했다.


울프의 소설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녀의 페미니즘 사상은 문학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점이다. 물론 독자들마다 울프의 메시지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주로 언급되는 이야기들의 반복 패턴과 울프 시대의 암울했던 전쟁 그리고 중산층 이하의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관심이 있었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녀는 정식 교육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당시 여성들의 삶에 비추어보면 꽤 혜택을 받은 여성임에는 틀림없다. 울프는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낮아 보인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성의 규정에서 보이듯 나이가 어린 여자에 대한 시각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파시즘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이 한 문장 정도 언급될 정도로 울프의 생각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그녀는 여성과 작가 그리고 대문호라는 카테고리에 그녀의 생각이 응집되어 있고, 갇혀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울프를 통해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지만 울프를 통해 그녀의 한계도 알게 되는 듯하다. 자기만의 방은 울프의 생각을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소설이다. 울프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자기만의 방 외 다른 작품을 먼저 만난 이후에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녀의 페미니즘 생각이 전 작품 감상에 미묘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듯해서 이런 소견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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