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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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ㅣ 박현숙 지음 ㅣ 특별한서재 펴냄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요?

 

 

 

 

벽돌 책만 읽다가 리투서평단에서 박현숙 작가님의 『구미호 식당』접하게 되었다. 나는 소설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 존재하는 '사랑' 과 그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죽음의 세계 망각의 강 앞에서 두 남자는 천년 묵은 여우 서호의 제안을 받게 된다. 그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천 명의 뜨거운 피가 필요하다고 했다. 망자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올 때 제대로 된 이별 인사를 못한 사람들에게 49일간의 기회를 준다고 했다. 서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들의 뜨거운 피 한 모금이었다.

 

 

셰프 출신의 이민석은 간절히 서호의 제안에 응했고, 이승에 별다른 미련이 없던 도영은 민석의 간절함에 이끌려 얼떨결에 수락하게 된다. 두 사람은 구미호 식당이란 곳에서 아빠와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동고동락을 하게 된다. 서호는 절대 식당 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알려주지만, 아빠를 자칭한 민석은 규칙을 어기고 외출을 해버린다. 그는 식당으로 돌아온 후 도영에게 음식 장사를 하자고 제안한다.

 

 

민석은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다. 그 여인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었고, 그녀와 행복한 결혼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점점 집착과 광기로 변해갔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의 사랑은 집착과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행동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15살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왕도영이라고 했다. 그는 아빠로부터 모진 학대와 할머니의 꾸지람 형의 짓궂음에 눌려 세상 모든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는 늘 혼자였고, 그런 그를 왕따라 했다. 하지만 소년은 왕따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혼자 있는 것이 마음 편했다. 소년은 세상을 믿지 않았다. 소년의 가족은 소년을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소설의 이야기는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소설이 던져주는 의미와 물음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도 어떤 모습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요?

 

 

 

 

민석은 집착과 폭행이 그녀를 사랑해서 일어난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녀가 자신의 진심을 몰라준다고 원망했다. 도영은 할머니의 욕설과 이복형의 괴롭힘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하지만 49일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은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된다. 민석은 목숨만큼 그녀를 사랑한다 여겼으나 막상 그녀가 위기에 놓였을 때 그의 결심만큼 행동하지 못했다. 이 사건을 통해 민석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닫게 되고 민석에게서 49일은 마음의 평안을 얻고 진심으로 연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값진 시간이 된다.

 

 

하지만 나는 민석의 깨달음도 결국엔 이기적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민석이 식당을 열고 크림말랑 음식 이벤트를 통해 연인을 찾는 모습과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이려는 행동은 피해자의 심리에 대해서 배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자체는 아름답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무리 사랑했던 사이라 해도 사랑도 변한다. 사랑이 변해서 증오가 되기도, 미움이 되기도, 원망이 되기도, 혐오가 되기도 한다.

 

 

 

민석의 연인이었던 지영에게 민석은 두렵고 무서운 존재였으리라... 그가 머나먼 이국 땅으로 떠난다며 마지막으로 만들어준 크림말랑이 나는 여전히 민석의 자기중심적인 사랑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영이라면 나는 그 선물이 두려울 것 같다. 그의 모습 자체가 엄청난 트라우마이기에... 진심으로 그녀를 위했다면 그녀의 인생에서 조용히 사라져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반면 도영은 할머니와 형의 진심을 알게 된다. 이 가족은 사랑의 모습이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 하나는 도영은 스스로 외톨이를 자청한다.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후회하는 수찬의 눈물을 보며 그가 좀 더 일찍 수찬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의 마음을 고백한다. 또한 할머니와 형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두 사람을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할머니와 형의 사랑이 도영을 위한 사랑이었다고 해도 상대방이 알 수 없는 사랑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도영이 스쿠터를 타고 사고가 나던 날 그는 자신의 안위보다는 스쿠터를 더 보호했다고 한다. 가난한 살림에 더 가난을 보태고 싶지 않아서 그는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하지만 도영은 할머니와 형이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가족의 관심을 도영이 진즉 알았더라면... 도영은 그렇게 왜곡된 인생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영의 가족에 대한 어긋난 사랑의 각도는 도영의 잘못일까? 가족의 잘못일까? 나는 둘 다일 거라 생각한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도영도 도영을 사랑하지만 늘 욕설과 구박으로 잘못 표현해 왔던 가족도...

 

 

 

나는『구미호 식당』을 통해서 나의 모습도 보았다. 한 집안의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나는 그만큼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여행지에서 가볍게 휴식처럼 읽을 수 있는 소설 『구미호 식당』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즈음 내 가족에게 좀 더 따뜻한 사랑을 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벽돌책의 무거움 아래 이런 따뜻한 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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