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민석의 깨달음도 결국엔 이기적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민석이 식당을 열고 크림말랑 음식 이벤트를 통해 연인을 찾는 모습과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이려는 행동은 피해자의 심리에 대해서 배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자체는 아름답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무리 사랑했던 사이라 해도 사랑도 변한다. 사랑이 변해서 증오가 되기도, 미움이 되기도, 원망이 되기도, 혐오가 되기도 한다.
민석의 연인이었던 지영에게 민석은 두렵고 무서운 존재였으리라... 그가 머나먼 이국 땅으로 떠난다며 마지막으로 만들어준 크림말랑이 나는 여전히 민석의 자기중심적인 사랑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영이라면 나는 그 선물이 두려울 것 같다. 그의 모습 자체가 엄청난 트라우마이기에... 진심으로 그녀를 위했다면 그녀의 인생에서 조용히 사라져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반면 도영은 할머니와 형의 진심을 알게 된다. 이 가족은 사랑의 모습이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 하나는 도영은 스스로 외톨이를 자청한다.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후회하는 수찬의 눈물을 보며 그가 좀 더 일찍 수찬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의 마음을 고백한다. 또한 할머니와 형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두 사람을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할머니와 형의 사랑이 도영을 위한 사랑이었다고 해도 상대방이 알 수 없는 사랑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도영이 스쿠터를 타고 사고가 나던 날 그는 자신의 안위보다는 스쿠터를 더 보호했다고 한다. 가난한 살림에 더 가난을 보태고 싶지 않아서 그는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하지만 도영은 할머니와 형이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가족의 관심을 도영이 진즉 알았더라면... 도영은 그렇게 왜곡된 인생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영의 가족에 대한 어긋난 사랑의 각도는 도영의 잘못일까? 가족의 잘못일까? 나는 둘 다일 거라 생각한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도영도 도영을 사랑하지만 늘 욕설과 구박으로 잘못 표현해 왔던 가족도...
나는『구미호 식당』을 통해서 나의 모습도 보았다. 한 집안의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나는 그만큼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여행지에서 가볍게 휴식처럼 읽을 수 있는 소설 『구미호 식당』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즈음 내 가족에게 좀 더 따뜻한 사랑을 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벽돌책의 무거움 아래 이런 따뜻한 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