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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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 버지니아 울프 (지음) / 박희진 (옮김) / 솔 (펴냄)




자연이 아름다운가, 아니면 잔인한가 ... 아름다움이란 사물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 내면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이와 같이 그녀는 실재의 본질에 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이어 그 생각은 진리에, 그다음으로는 '사랑','우정','시'에 이르렀다.

리딩투데이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의 세 번째 도서 올랜도를 만났다. 이 작품은 등대로와 파도 사이에서 작가가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소설이라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를 언급할 때 모더니즘 작가 혹은 페미니즘 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이러한 평가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영국 소설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의식의 흐름 기법도 그러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판타지적인 요소와 남자와 여자라는 성의 역할, 그 성을 바라보는 시대적 관점 그리고 소설 형식을 깨버린 양식을 통해 그 평가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미소년 올랜도는 그의 신체 부위 중 가장 아름다운 발목 덕분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애를 받는다. 올랜도가 지닌 아름다움 중 최고의 찬사나 다름없던 그 종아리는 그가 그녀가 된 이후 스커트에 가려진다(그녀는 이런 은근한 풍자를 소설 속에서 자주 드러낸다.) 소년에서 청년이 된 올랜도는 러시아 공주 사샤를 만나고 자신의 모든 지위를 버리고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 한다. 비오는 날 밤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애타게 사샤를 기다리지만 그녀는 오지 않는다. 항구를 향해 말을 타고 달리던 그는 홍수 속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샤샤를 태운 떠나가는 러시아 배를 본다.


울프는 이 장면에서 특별히 언급한 내용은 없었지만, 나는 홍수 속 사람들의 죽음을 보며,,, 사랑에 배신당한 그를 보며 이 비극적 상황을 한 장면에 모두 담아냄으로써 비극의 정점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가 조상들의 묘를 찾았을 때... 올랜도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사랑의 가치가 훼손 당한 이후 새로운 가치를 찾아냈고, 그것은 시간을 거스르는 '영원성'에 대한 고민과 그 돌파구가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참나무는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간다. 한 인간의 시간은 위대한 자연의 시간에 비하면 얼마나 짧은가... 그래서 그랬던 걸까? 울프는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을 360년이라는 세월을 살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역사가 점점 진화의 형태를 취하듯 남자였을 때 쓴 글이 한낮 비웃음의 대상이었다면, 여성이 된 이후 올랜도는 1928년 10월 11일 작품을 통해 당당히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울프의 작품 올랜도가 이날 출간되었다고 한다.)

​전기 소설을 쓰고 있다고 언급하는 화자는 사실 올랜도이면서 울프 자신이기도 하다. 울프는 올랜드를 통해 남자와 여자 그리고 다양한 인간상을 그려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녀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소설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사물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작품 속에서 현실과 상상의 교묘한 짜집기를 보는 듯했다.  가난했던 닉도 지위가 높아지고 유명세를 얻어 가며... 세속적인 인물로 몰락되는 것에 대해... 그녀가 생각했던 문학의 가치와 세상이 인정하는 문학의 가치 그 온도차를 의식의 흐름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그녀의 소설은 직설법이 거의 없다. 서정적이고 은유적이다. 그래서 그녀의 내면을 살펴보기가 쉽지는 않다.


이 소설의 큰 줄기는 시간과 문학이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는 시대적 관점이다. 남성이었던 올랜도의 작품은 비웃음거리가 되고 그를 또다시 세속적 욕망으로 타락시키지만, 먼 이국 땅에서 다시 한 번 더 태어난 그녀는 자유를 누리며 거듭나게 된다. 이처럼 울프는 인간이 삶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가치들을 아주 진실되게 담아내고자 했던 것 같다.


울프는 시대를 앞서간 지성인이다. 당대 여성을 바라보는 시대적 한계가 그녀를 고통 속으로 내몰지는 않았을까? 그녀의 소설에는 늘 '자유'에 대한 갈망이 그려져있다. 집시들의 자유분방함과 남성과 여성의 의복을 교대로 입는 올랜도를 통해 이러한 모든 욕망을 그녀의 소설로 대리 만족 했던 것은 아닐까? 그녀의 이런 간절한 소망을 유일하게 표출 시킬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창구가 문학이 아니었을까? 

올랜도는 여성이 된 이후에도 문학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고 점점 더 진화되어 시를 짓고 마침내[ 참나무]는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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