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백에 담겨진 녹차가루도 입에 쓰다. 독약까지는 아니겠지만

심한 몸살을 앓으며 이를 털어내기 위해 복용하는 독한 약쯤은 된다. 전혀 과장이 아니다

게다가 열기가 식어 차가워진 물에 남겨 진 녹차는 더 한층 심하다. 한  두배쯤 된다

혀 끝에서 진하게 미각을 휘어잡고서는 오래토록 떠나지를 않는다. 정말 잔인한 가루다

내가 즐기는 차라고는 녹차밖에 없는데 이것마저 독하다니! 큰일이다

독하다는 것은 심리적인 것에 연유한다. 정신적인 여류로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지금 느끼고 있는 녹차의 독성은 내 정신이 그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어지간히 둔감한 낵 녹차에서마저 독성이라는 것을 느낀다면 나의 정신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차를 차로써 즐기지 못하는 아니 즐길 여유가 없는 상태......나는 매우 피곤하고 또 불안하다

차 한잔의 여유를 다시 되찾을 날이 언제쯤 올런지 나 자신도 장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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