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장석 동서 미스터리 북스 8
월키 콜린즈 지음, 강봉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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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결과만 알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그 과정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하여 검증을 벌인다. 이른바 현장검증이라는 것이다. 현장검증으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 즉, 결가가 뒤집히는 경우는 없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고 단지 궁금한 것은 어떻게 그러한 결과로 연결되었는지를 알고자 할 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는 실체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장검증의 목적이다. 그런데 현장검증을 통해 보여지게 되는 그 과정이라는 것들은 이미 우리를 제외하고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범인과 형사 혹은 탐정은 진작에 다 알고 있다. 다만 범인을 범인으로 확정하는 절차로써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불가피하게 치루어야 하는 요식행위가 바로 현장검증이다. 한마디로 공개적인 쇼다. 우리로서는 새로운 사실일지 모르나 범인과 형사에게는 피곤한 양식이고 그저 성가신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현장검증은 통상적인 그것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그는 아직 범인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스스로 자백한 일도 없거니와 어느 누구도 그를 범인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도 없다. 단지 한 사람에 의해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며 그는 그 의심이 너무 어이없고 또 가슴아프기 때문에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벗어날 수 있도록 검증을 벌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현장검증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고 맛보기 쇼도 아니다. 그대로 생사여탈권이 걸린 운명의 절차인 것이다. 그가 범인인지 아닌지 정확히 검증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것이다. 그것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증거들 앞에서 주인공 스스로 자원하는 현장검증이라 그의 절박한 신세를 이해할 법도 하다.


본 저서에 대해 두어가지 쓴소리를 늘어놓도록 하겠다. 쓴소리 한다고 해서 저자는 너무 날 책망하지 마시라. 작품 자체가 수준미달이라면 아예 이런 허접한 소리는 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내 기준으로 볼 때 소설적인 재미가 있어 애정의 차원에서 하는 소리다. 우선 분량이 너무 방대하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저자의 고유한 영역이지만 또한 작품을 비판하는 것도 독자의 자유영역이다. 방대한 분량이 필수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은 그렇게 절실하지 않다. 너무 박약하다. 700페이지 분량에서 한 200페이지는 줄여도 작품 자체의 성격이나 줄거리에 그다지 큰 변화는 없을 성싶다. 잊을만하면 저자는 줄거리 중간에 오지랖도 넓게 개입하여 하나마나한 얘기를 주절거린다. 애교의 수준을 한참 벗어나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박한 행위다. 두번째 저자는 제국주의 국가의 백인 우월적 선민의식을 가진 인종주의자다. 영국을 조국으로 둔 그는 영국이 한때 식민지로 침략 지배한 인도와 인도인에 대해서 작품에서마저 그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영국은 선하고 인도는 악하다는 이분법으로 어쩌면 영국의 인도 식민지화를 정당화할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겠다. 저자는 그런 의도를 분명히 작품속에서 드러내고 있다. 중간중간 불쾌한 감정을 억누르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천박한 백인 우월주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보잘 것 없는 개인이 국가라는 집단에 은근슬쩍 편입하여 자기의 보잘 것 없음을 은폐하려는 못난 행동이라니!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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