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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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기본적으로 일어나면 안된다. 너무나 반인간적이고 철저히 반도덕적이다. 전쟁 후에 벌어지는 갖가지 인간 군상들의 반인륜적인 행태를 직접 보고 겪고 들으면서 뒤늦게 전쟁 발발을 후회한 들 이미 소용이 없다. 이건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시대뿐만이 아니고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전쟁은  역사의 시작과 아울러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고 이에 덩달아 우리 인간들의 후회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더니 하필이면 피해야 할 역사마저 답습하는 우리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징비록을 읽으면서 느낀 점 한가지는 이거다. 국란 중에 전쟁터에서 싸우고 기꺼이 목숨을 바쳐야 할 군인들이 그 전쟁을 외면하고 도망치는 무리가 왜 이다지도 많은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한 개인의 생명 본능에 그  원인을 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전쟁에 참여해봐야 질 것은 뻔하니 개죽음은 피하자는 지극히 이해타산적 심리에서만 찾을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조선의 군인들은 전쟁 중임에도 그렇게 부지기수로 도망다녔던 것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전투에 기꺼이 참여할만한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 한가롭게 무슨 명분이냐고 따질 분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목숨을 거는 일에 이를 무시하면서 원인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라가 나라꼴을 하고 지도자가 정당성을 가지고 백성을 위하는 통치를 하였다면 그 나라와 지도자 밑에 있는 백성들은 기꺼이 전쟁에서 나라를 구하고 또 지도자를 구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과 선조는 백성들로 하여금 이런 명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선정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흔들림없는 사실이다


역으로 선종과 조선이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도록 하였다면 전쟁은 애시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혹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발발하였더라도 백성은 제 나라 제 임금을 팽개쳐 두고 줄행랑 치지는 않았을 것이리라. 일반 백성이 그대로 군인이 되는 그 당시에 승리의 가망없는 전쟁, 목숨 바쳐 당당히 싸울 사명감을 가질 수 없는 전쟁에서 조선의 백성들이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선조와 관료들은 무슨 수로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불현듯 두렵다. 이 시대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 군인들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그대로 전쟁터로 달려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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