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맛과 추억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황석영은 나보다 훨씬 더 연배다. 그러니까 그가 이 책에서 풀어가고 있는 여러가지 음식들 중 내가 아는 것도 있고 또 모르는 것은 훨씬 더 많다. 황석영이 자라나던 그 시대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보리고개를 겪을 만큼의 어려운 시절이었고 끼니때마다 본능적으로 배를 채우는 밥 말고 다른 먹을거리는 쉽게 근접할 수 없었던 빈곤의 나날이었다. 비단 황석영뿐만이 아니고 30대 중반의 나같은 나이에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잘 먹지 못하고 자라만 세대들은 드물게 찾아오는 밥 이외의 다른 음식에 대한 섭취기회와 그 추억이 아주 뚜렷하게 남아 있으리라


황석영은 젊었을때부터 한반도 구석구석을 두루 다녀본 지라 자연히 각 지방의 음식을 접할 기회도 아주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솔직히 내가 모르는 음식들이 너무 많다. 즉 나는 지금까지도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요 근래에 먹어본 것 중에 홍어라는 것이 있다. 저자는 홍탁이라하여 홍어무침이나 홍어회에 막걸리 한사발을 앙상블로 하여 먹으면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음식이라 칭한다고 하였고 또 실제 주변에는 홍어를 미각적인 측면에서 아주 최상품의 음식으로 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나는 첫 젓가락 집어들고는 그만 포기하였다. 도무지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한마디로 썩은 냄새가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이 음식이 무에 그리 맛이 있다고 즐겨 찾는지.....


어쨌든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음식이 아닌 음식과 연루되어 있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 자에게 음식은 그저 혀를 즐겁게 하는 도구에 불과할 것이지만 어려운 시절 어렵사리 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그 음식을 만들고 요리하고 대접하는 이의 마음과 정성과 정을 함께 먹는 것이기에 음식에 대한 추억은 도저히 기억속에서 지워질수 없는 것이리라. 저자는 어머니가 임종하면서 남긴 '노티 한점 먹고싶다'라는 유언같은 한마디가 못내 가슴에 걸리는 모양이다. 저자는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도 없는 노티를 볼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회한이 밀려 올 것이다. 이처럼 음식과 사람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다


유난히 찌개를 좋아한 나, 아니 반찬이라고는 찌개가 유난스럽게 자주 올라와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 오늘 갑자기 어머니가 해주시는 김치찌개에 양껏 밥을 비벼먹고 싶은 충동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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