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열전 1 (반양장) -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유홍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그림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다. 하지만 관심은 줄곧 가지고 있었고 언젠가 때가 되면 관련책을 꼭 구입해서 보리라 마음 먹은 지도 한참이나 되었다. 여기에서 당연히 그림은 우리 한국화를 일컫는다. 난 늘 생각해 왔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은 결코 예술이 아니며 그것을 만들어낸 자의 사치품에 불과하다고. 따라서 내가 유독 그림 중에서 한국화에 그것도 근대이전 그림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은 서양화와는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내가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면 쉽게 그 세계에 다가갈 수 있다는 확신때문이었다. 마침 유홍준는 완전 초보인 내가 한국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근대 이전 한국화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였으니 나로서는 정말 둘도 없는 찬스인 셈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는 송구스러움과 참담한 자괴감 뿐이다. 익히 교과서에서 이름 석자를 들었고 그림 몇점을 볼 수 있었던 그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나는 너무나도 얕잡아 보았던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잡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어디 내세울 것도 없는 초라하고 왜소한 인간이 책 한권으로 우리 회화의 대강을 꿰뚫어 보겠다는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으니 그저 낯 뜨거울 뿐이며 지금에야 정신차리고 보니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나는 조선시대 우리 그림은 거의 다 비슷한 부류에 속한다고 보았고 따라서 세부적으로 미세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커다란 한줄기 틀로서 담을 수 잇다고 보았다. 왜냐고? 겉으로 보니 거의 다 비슷하게 보여서. 그래서 내 조금만 노력하면 이 그림은 누구거며 이 사람의 특징은 이것이다 라고 자신있게 아니 한 90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내뱉을 수 있다고 기대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것은 사실이었다.


흔히 얘기한다. 우리는 우리가 마치 우리 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착각이다. 눈과 귀에 익은 것과 가슴에 담긴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 역사가 그러하고 또한 우리 회화가 그러하다. 나는 내 뜻대로 우리 회화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쩌면 당연하지만 비로소 깨달았으며 나아가 나로서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도. 그래서 한국화의 세계로 인도해 준 저자가 고맙기도 하지만 괜시리 얄미워진다. 하지만 그나마 눈요기라고 했으니 2편에서는 가슴속으로부터 밀려오는 조금의 느낌이라도 가지고 책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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