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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무서운 것을 보면 무섭다고 느낀다. 이것은 본능이다. 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심리라고 하는 것이 본래 형편없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의지라는 게 있어 어느 정도의 공포심을 차단하고 일정 한도까지 버티어 주기도 하지만 끝내는 공포의 도가니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에릭은 선천적인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사람이지만 차마 사람이라 일컬을 수 없을 정도의 흉칙한 몰골을 가지고 세상으로부터 소외 당한 채 살아간다. 낳아준 부모에게서 따뜻한 키스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그리고 또 부모님에게 키스 한번 해보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차라리 세상을 등지면서 은둔자로 살아가리라는 각오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에릭은 그렇게 오페라 하우스의 저 음습한 지하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살아간다. 하지만 에릭도 어엿한 인간인지라 어느날 오페라 가수에 대해 사랑을 느끼게 되고 여태까지 처절하게 소외당한 인생을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듯 광적인 집착증에 사로잡힌다. 연인을 납치하여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자고 협박한다. 그런데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협박으로 쟁취한 사랑으로 인하여 비로소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에릭은 자신의 연인을 세상에 돌려보낸후 쓸쓸히 죽어간다
에릭이 가지는 기초적인 심리는 공포감이다. 전혀 원하지 않게 소외당하고 외톨이가 된 채 살아가야만 하는 두려움! 에릭은 외로움이 죽도록 무서운 것이다. 따라서 세상살면서 유일하게 사랑을 느낀 연인에게마저 외면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를 납치와 협박과 살인의 음모를 꾸미게 하고 또 실행에 옮기도록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또 하나의 두려움을 느낀다. 에릭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두려움이다. 에릭은 생긴 모습은 흉칙하지만 그래도 사람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페라하우스라는 어두운 공간속에서 맞닥뜨리는 흉칙한 에릭에게 의연함을 잃고 사지가 마비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심약함과 이를 새삼 확인하게 되어버린 그 자체가 그대로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