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실리지 않을 권리는 없는가?(김영하)
여러분은 문학을 '배우'셨습니까?(김영하)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영하의 글에 백번 동의한다. 내일자 국민일보 사설에서는 교과서는 "당대의 문화적 자산이 총집결하는 곳"이고, "누구든 후손을 가르치는 일에는 최고의 것을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서 "개인적 선택을 허용하면 최고의 교과서를 편찬할 수 없"고, 김영하의 문제제기는 작가의 "이기주의"라고 결론을 내리는데, 개소리다. 미안하다, 독하게 말해서. 그런데 정말 그렇다.  

  나는 교과서 편집자다. 교과서 편집자로서 김영하의 주장이 널리 적용되었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눈 앞에 그림이 빤히 보인다. 교과서를 만들 때 업무량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필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어떤 글과 사진, 자료를 실을지를 논의하는 것과 더불어, 해당 저작권자가 이것을 허락할지 일일히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막판에 원고가 수없이 뒤집어지기도 하는데, 그땐 그럼 작가님, 원고가 뒤집어져서 작가님 글을 빼야겠습니다, 이런 말까지 해야 한다면, 이건 작가를 놀리는 것도 아니고. 쩜쩜쩜. 이러한 편집자의 귀찮음과 번거로움, 저작권 해결의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김영하의 주장은 백번 옳다. 편집자가 추가로 해야 하는 작업들은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교과서가 한국에서 신성하게 여겨지지만 않아도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교과서는 국민일보 사설대로 '당대의 문화적 자산이 총집결하는 곳'이며 '최고의 것'으로 간주된다. 국민일보가 이 부분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내용이 가리키는 바가 '주장'이 아닌 '현상'인 한에서만 거짓이 아니다. 솔직히, 지금껏 교과서는 한국에서 최고의 위치를 점해왔으니까. 오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 사실 교과서에는 오류가 엄청나게 많다 - 교과서 그 자체가 신성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도 교과서에 마음껏 실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프레임 안에선 감히 그것을 거부할 권리 같은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국어와 도덕이 그간의 국정 교과서에서 이번에 검정 교과서로 바뀌었다.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그 검정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국정과 검정은 엄연히 다르다. 국가가 만든 하나의 교과서와 여러 출판사가 저자를 섭외해 만든 여러 개의 교과서는 당연히 그 내용이나 차지하는 위상이 분명 다르다. (참고로 중학 1학년 국어는 23종, 중학 1학년 도덕은 7종이 합격했다.) 아무래도 검정 교과서 체제로 교과서 신성화 측면이 약화되는 감이 있다. 김영하 글에 댓글을 단 어떤 분이 "검정 교과서 체제를 동반한 새 교육과정 자체가 그 제재나 활동을 강압하지 않고있다는 면에서, 보다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국어교육을 추구하고 있는, 국어교육에 있어 일종의 과도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여전히 주입식 교육, 획일적 문학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근본은 변함이 없다는, 대승적인 시각을 약간만 거두신다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할 수 있는 배경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현재의 교과서가 신성하다는 생각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김영하의 말대로 수업시간에 어떤 작품을 해부하고, 해석을 달며, 이를 문제집에 지문으로 넣고, 이것이 맞네, 저것이 맞네, 하며 난도질하는 사태는 면할 수가 없다. 까놓고 한국의 국어와 문학 수업 시간에 좋다는 수많은 글을 접하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과서를 모두 내다버리고, 한참 뒤에 교과서에 실렸던 어떤 시나 소설을 접하며 뒤늦게 감동이 다가온 적은 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국어 수업을 통해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은 맹세코 단 한번도 없다. 물론 개개인마다 경험 유무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와 같이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이 폭력 사태를 거부할 권리 또한 작가에게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 김영하의 지적대로 특정 출판사가 자신의 정치 의식이나 미의식에 따라 얼마든지 문제가 있는 교과서를 저작권자들의 뜻에 반하여 제작할 수가 있다. 같은 작품이어도 앞뒤의 서술이 어떤가에 따라서 그 작품이 이렇게도 쓰이고, 저렇게도 쓰인다. 특히나 국어, 도덕, 사회, 역사 교과서는 거의 모든 페이지가 그렇게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국어에서는 지문이, 도덕에서는 예화가, 사회나 역사에서는 사료가 그렇게 쓰인다. 현 정부 들어서 있었던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사태'도 이와 관련이 깊다. 당시 정부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간섭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출판사와 저자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했다.  

  교과서 편집자로 일하는 초기 시절에, 저작권을 일일히 해결해야 하는 줄 알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허락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출판사에서는 한결같이 아, 얼마든지 쓰시라고 말하는 게다. (저작권이 작가와 출판사 어느 쪽에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일반적으로 작가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책으로 내면서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교과서에 실리기를 거부할 출판사 또는 작가는 없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일반화시켜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뿐 이를 거부하는 단 한 사람만 나와도 이 일반화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일을 하다보면 온갖 단체에서 출판사로 공문을 보낸다. 밑도 끝도 없이 교과서에 넣어달라는 것이다. 담당자는 응답을 안 하거나, 응답을 요하는 경우 고려해본다, 참조하겠다 정도로 마무리한다. 심지어 어떤 대학은 전화해서 자기네가 국내 최초의 대학으로 서술되어있는지 확인한다. 많은 이들이 교과서에 실리고 싶어하고, 이를 당연한듯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 그런가? 우리는 "교과서에 실리기를 거부할 사람이나 단체, 출판사는 없다."라는 대전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건, 언제나 반드시 타당한 명제가 아니다. 많은 작가와 출판사와 단체는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모든 작가와 출판사와 단체가 이를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저작자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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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어, 문학 수업의 현 주소
    from 자유를 찾아서 2010-05-03 23:13 
    출처 : http://kimyoungha.textcube.com/90 에 달린 댓글 소설가 김영하의 문제의 글에 나란히 달린 두 댓글이 학교 현장의 국어와 문학 교육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는 학교 선생,  학원 강사, 이렇게 배울 수밖에 없는 학생, 모두 불행한 수업이다. 이참에, 아예 국어, 문학 교육 과정과 평가 방법에 관한 논의까지 확대하면 어떨까 싶다.  
  2. 공동 작업의 인세 배분
    from 자유, 그리고 자유 2012-01-08 14:26 
         공동 저작물의 인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이 일을 하면서 부당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오늘은 인세 문제를 얘기하겠다. 지난 번에 이어 앞으로 계속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말을 꺼내려 한다. 드러나지 않은 일들은 수면 위로 끄집어 내어 공개적으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
 
 
비단길 2010-05-03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의 아름다운 글 일부를 교과서에서 보고 밑줄 그어가며 시험치고, 공부한 아이들은 박완서의 글에 오히려 질린다고 하는 얘기가 있어요. 현행 국어(언어)수업은 문제가 정말 많다고 봅니다.내가 작가라 해도 내 글이 그렇게 오역되도 낱낱이 쪼개지며 아이들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전달된다면 거부할 것 같네요. 김영하가 의미있는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잘코군 2010-05-03 10:14   좋아요 0 | URL
저도 졸업한 뒤에도 오랜동안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들을 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거의 그렇고요. 기껏해야 김수영의 풀 정도를 좋아하게 됐을 뿐입니다. 인터넷에 문학, 국어 수업을 풍자하여 떠도는 그런 글들 있잖습니까. 지문을 주고서 밑줄그어놓고 이건 비유법이 어쩌고, 여기는 자음동화, 구개음화, 청각적 머머. 이제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이렇게 다 분해해놓고 저자의 의도가 이건 맞고 저건 틀리고, 이렇게 다 해체시켜버리니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문학 수업이 문학에 반감을 갖는 수업으로 변질되어버렸는데. 제대로 지적한 겁니다. 저자 입장에서 책을 팔려면 오히려 교과서에 넣는게 이득이죠. 그걸 떠나서 의미있는 지적을 했어요.

BRINY 2010-05-0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1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이해의 선물'(위그든씨가 은박으로 싼 버찌씨앗을 내민 남매에게 물고기를 파는 얘기)랑, 옆집 언니가 물려준 그 전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최순우 선생님의 '강아지'(6.25때 바둑이 두고 피난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재회하는 얘기) 읽고 눈물 펑펑 흘렸던 기억이 나는데, 나머지는...글쎄요...

이잘코군 2010-05-03 22:28   좋아요 0 | URL
그것도 아마 국어, 문학 수업처럼 문장별로 다 분해하고 토씨를 달면 아마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어요.

BRINY 2010-05-04 08:47   좋아요 0 | URL
그건 그래요. 그 당시 국어선생님은 아예 참고서를 부교재를 사용하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줄치면서 문장분해, 단락분해하던 건 하나도 기억 안나고, 교과서의 삽화는 잘 기억나네요.
 
아이폰 어플 개발 7일 만에 끝내기
유도욱 지음 / 살림 / 2010년 4월
절판


애플사는 모든 개발자 혹은 기획자에게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위기를 주고 있다. 쉽게 말해서, 멋진 어플리케이션 하나를 만들면 세상의 모든 곳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세계 어디에서든 이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한 사람은 다운받을 것이고 그 수익금은 어플리케이션 제공자가 가져간다. 동시에 애플사는 전 세계 모든 기획자와 개발자들을 경쟁 상대로 만들어 버렸다. 즉,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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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티즌 - 애플리케이션이 만든 신인류
이동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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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티즌’은 애플리케이션 시민이라는 뜻으로, 애플리케이션과 시티즌을 조합한 말이다.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감각기관을 확장하고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의 삶이 너무나도 많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고, 이 정의를 바탕으로 미래 모습을 그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앱티즌이라는 말을 만들어봤다.
사실 근본적으로 원인을 분석해보면,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모든 현상의 중심에 바로 ‘커뮤니케이션’ 개념이 존재하고, 그 개념을 이용해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졌으며, 그 모든 것을 활용하는 ‘앱티즌’이 존재한다. -36-37쪽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랫폼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우리가 말하는 플랫폼은 개인과 단체 혹은 기업이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만든 매개체를 의미한다. 그래서 플랫폼은 의사소통의 기준과 규범을 만들어 서로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광의의 개념으로 플랫폼을 인식하면 인류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이래 플랫폼을 공유해온 것이며, 더 나아가 인간 활동의 모든 면에서 표준과 규범을 갖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7쪽

앱티즌은 기본적인 마인드가 다르다. 스마트폰에는 영역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애플리케이션은 같은 위치에 놓여 있고, 어느 것이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덜 중요하다는 기준 자체가 없다. 따라서 중요도에 대한 구분이 없고, 모두 나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이 된다. 통합과 융합이라는 것이 앱티즌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기본적인 사항에 해당된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길들여져 온 이분법적 고정관념,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어떤 분야의 내용이 필요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없음을 의미한다. 이들의 뇌 구조가 기본으로 통합과 융합이 맞는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불필요한 일이 사라진 셈이다.-135쪽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꾼 앱티즌의 성격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성향이다. 실제로 앱티즌의 행동 양상을 분석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앱티즌은 하루 종일 일과 생활을 하면서 일일이 누구에게 묻지 않는다. (중략) 이러한 행동 양식은 지금까지 인류가 생활해오면서 갖고 있었던 기본적인 행동 패턴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148-149쪽

지금의 집단 지성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언어의 한계성을 인식하고 발전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 덕분이다. 구전 효과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단 한 명에서 시작해서 100명 혹은 1000명에게 전달되어도 동일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에서도 가능한 ‘베껴두기’ 기능과 ‘붙이기’ 기능 덕분이다.
-160쪽

충격적인 것은 시각화와 디지털화가 되면서 기존 문자와 언어 체계에서 인식되는 자료, 정보, 지식, 지혜의 구조는 사라지고, 지식보다는 자료와 정보가 더 우위에 오르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164쪽

결국 앱티즌이 시장을 선도하는 방향은 콘텐츠 중심과 사용자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에 우리가 모바일 비즈니스를 추구하던 방식은 콘텐츠 중심이 아니라 하드웨어 중심이었고, 이는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생산 결과물이었다. 이만큼 만들면 사용자들은 충분히 만족하고 구매할 것이라는 상황 판단의 오류와 오만이 존재했다는 말이다.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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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의 전략 -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혁명이 온다
최용석 지음 / 아라크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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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Browsing : 휴대전화 무선 인터넷에서도 일반 인터넷 사이트와 동일한 형태로 문서와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PC의 익스플로어 등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웹 사이트를 보는 것처럼 휴대전화용 모바일 브라우저를 사용한다. -106쪽

Cloud Computing : 인터넷 기반의 컴퓨팅 기술을 의미한다. 사용자들은 지원하는 기술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또는 제어할 줄 몰라도 인터넷으로부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는 서버에 저장된다. -121쪽

Semantic Web : 현재의 컴퓨터처럼 사람이 마우스나 키보드를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찾아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웹이 아니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웹을 말한다. 즉 사람이 읽고 해석하기에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현재의 웹 대신에 컴퓨터가 이해될 수 있는 형태의 새로운 언어로 표현해 기계들끼리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지능형 웹이다. -221쪽

Chasm : 균열을 뜻하는 단어로서 첨단 기술 관련 분야에서는 기업 컨설턴트인 제프리 무어 박사가 최초로 사용하였다.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초기 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주류 시장 사이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을 말한다.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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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선언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김예슬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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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한번 다 꽃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게는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자유의 대가로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도전에 부딪힐 것이고 상처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삶의 목적인 삶 그 자체를 지금 바로 살기 위해 나는 탈주하고 저항하련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14쪽

대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왜?’라고 물은 사람은 없었다. 언제부턴가 사라진 물음, "왜 대학을 가는가?" 그리고 이상한 물음, "왜 대학을 그만두는가?" 나는 세 장의 대자보에 다 담을 수 없었던 이 ‘사라진 물음’과 ‘이상한 물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또한 내가 끝내 놓을 수 없었던, 나 스스로에게 던져 왔던 삶의 수많은 물음들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조심스럽게 꺼내놓고자 한다. 나의 글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받아 쓴 것이기에, 문제의 뿌리를 찾아가는 것도 답을 찾아가는 것도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를 바란다. -20쪽

스스로 경험하고 해낸 것 없이 퇴화되어 버린 존재는 모든 영역에 걸쳐 ‘소비자’가 되었다. 이것이 국가와 대학과 시장이 만들어 낸 최종의 인간상이다. 우리는 만들어진 상품을 사는 데 돈을 쓰는 일에는 생의 의욕을 느낀다. 또한 그것들을 소유한 자신을 다시 하나의 상품으로 팔아 돈을 버는 데는 엄청난 열정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을 상품으로 만들어 돈을 벌고, 상품을 사는데 돈을 쓰는 것 이외의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 해내는 일에는 열정과 의욕을 상실하게 되었다. -58-59쪽

88만원 세대라는 담론을 습관적으로 쓰는 이들은 나의 행동에 대해 ‘88만원 세대의 저항이 시작됐다’고 자동적으로 말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분들은 나의 대학 거부에 대해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니 ‘함께 하자’고 말해왔다. 청년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관심에는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그런데 무엇이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것인가? 무엇을 함께 하자는 것인가?
-78-79쪽

정말 인문학인가? 나는 인문‘학’이 아니라 인문‘삶’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과 ‘삶’ 사이는 머리와 가슴보다 더 멀지 않은가. (중략) 자기중심주의를 깨뜨린 삶의 실천이 없는 상태에서 머리 속에 집중적으로 집어넣는 인문학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나는 나 자신과 친구들과 비판적 지식인들을 접하며 절감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인문지식에도 ‘한계’라는 것이 있다. 지식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삶과 실천의 흡수 능력을 넘어서는 인문학은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가난한 마음이 없다면, 그런 자기 내어줌의 실천이 없다면, 그 많은 지식과 진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86-87쪽

세상 모든 좋은 부모님들께 부탁 드린다. 특히 진보적이라는 부모님들께 말씀 드린다.
제발 자녀를 자유롭게 놓아 주십시오. 당신의 몸을 빌어 왔지만 그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신성하고 고유한 존재이지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아이를 위해 ‘좋은 부모’가 되려 하지 말고 당신의 ‘좋은 삶’을 사십시오. 당신이 하고 싶은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당신께서 끔찍이 아끼고 믿고 잘해준 아이의 내면에 지금 무슨 일이 생겨나고 있는지 아시는지요. 당신은 결코 아이의 내밀한 영혼을, 아이만의 상처와 비밀을, 그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을, 부모 앞에서 태연히 웃고 있는 고뇌를 알 수 없고 알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중략) 그저 뜨거운 침묵으로 지켜보고 격려해주기만 하면 스스로 저지르고 실패하고 성찰하고 일어서며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입니다.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서툴지만 자기 생각대로 살고 책임지겠다는 자녀의 저항에 기꺼이 져주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100-101쪽

돌아보면 ‘불온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꿔 왔던 것 같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불온한 생각,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불온한 생각, 돈이 주인이 아닌 인간이 주인인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불온한 생각, 정의와 평등의 세계를 실현하겠다는 불온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거대한 주류질서를 뒤엎고 세계를 이만큼 진보시켜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순수한 가슴이 부르는 길을 따라 진리와 정의를 상식의 사회로 여기까지 밀어왔다. 오늘 우리가 당연한 듯이 누리는 민주화와 자유의 공기는 바로 그런 앞선 젊은이들의 피 어린 발자국을 딛고 피어난 것이다. -113-114쪽

"억압 받지 않으면 진리가 아니다. 상처 받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니다." -117쪽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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