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워드 Onward -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의 혁신과 도전
하워드 슐츠 & 조앤 고든 지음, 안진환.장세현 옮김 / 8.0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일요일 밤 늦은 시간 박명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명은 잘 모르겠는데, 미국 기업의 회장이 회사의 지점에 위장잠입해 일을 배우면서 가게 운영 실태를 몰래 살피는 내용이다. 대개 몸으로 하는 노동 계열이라 회장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배 직원에게 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이런저런 조언을 얻는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회장은 회사에 혹시 불만 사항은 없는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데, 정말 직원들이 이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까, 혹시 알면서 그들도 연기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프로그램은 회장이 신분을 밝히고 그들을 본사로 불러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온워드. 전진 앞으로! 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스타벅스 씨이오 하워드 슐츠가 낸 책의 제목이다. 책을 읽으며 위의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회장이 어떻게 회사를 일구었고, 어떤 마인드로 회사를 운영하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밑바닥을 경험해보면서 회사 직원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기일 수도 있다. 회사를 홍보하고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출연한 것일 수도 있다. 스타벅스는 평가하기 어려운 회사다. 대외적으로 보면 좋은 일들을 많이 한다. 공정 무역을 비롯해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주려고 하고,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씨이오가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에 개인적으로 무기 자금을 댄다는 소문도 있다. 어찌 봐야 할까. 이 책을 보면서 그게 단지 소문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이라면, 한 개인으로서의 행위와 기업 씨이오로서의 행위에서 드러나는 이미지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책은, 스타벅스라는 회사가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왔으며,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직원들을 대하고, 회사를 운영해 왔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공헌을 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조그마한 카페로 시작해서 유럽 카페에서 얻은 경험을 적용하며, 고객의 감성과 마음을 사로잡기까지의 과정이 나와 있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샌드위치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지만, 매장에서 나는 스타벅스 특유의 커피향을 위해 치즈 냄새가 짙은 샌드위치를 포기하기로 한다. 그가 내부 직원들과 대립하면서도,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지켜내려 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영혼을 고취하고 이에 자양분을 공급한다. 이를 위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 음료 한 잔 한 잔, 이웃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한다." 이것이 스타벅스 사명이다. 씨이오가 생각한 스타벅스는 단지 음료를 팔고, 장사를 해서 이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잡는 기업이었다. 이윤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윤을 내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는 스타벅스로서 존재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거대 회사를 운영하는 씨이오의 마인드로서 바람직하게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허울로 내세우고, 실제로는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발을 들여놓는 마당에 회사 창립 시점부터 생각해 온 가치를 잃을까봐 고심하는 모습은 좋다. 그러면서도 내내 여기에 서술된 사명이나 가치, 그것을 위한 행동들이 거짓된 것은 아닐까 의심을 거둘 수는 없었다. 회장 개인의 사적 행위에 대해서는 이 책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의심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이러한 의심을 걷어내고 보면 기업을 운영하는 그의 자세만큼은 다른 기업 씨이오도 배울만한 부분이 있다.  

  하워드 슐츠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는 그룹 유투의 보컬 보노를 회사에 초대하여 강연하게 하는데, 기업 씨이오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내용이다. 이제 기업의 윤리적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니까. 

  "혹자는 시장에서 중요한 건 도덕이 아니라 이익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저는 이것이 낡은 사고라고 주장합니다. 앞으로는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자기만의 기업 윤리가 있으며 그것을 추구할 방법을 찾아내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브랜드 가치는 상업과 약자를 향한 외면, 즉 지갑과 심장을 결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기업이란, 성공에 민감한 동시에 기업의 진정한 성공은 스프레드시트 따위로는 측정할 수 없다는 생각도 놓치지 않습니다."
   
  덧) 책이라는 물질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은, 사랑, 자신감, 고통, 희망, 용기라는 다섯 개의 큰 목차 아래 스타벅스의 역사를 담아냈다. 스타벅스라는 실제하는 회사의 경험을 통해 다섯 개의 가치를 지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스타벅스 회장의 스타벅스 운영 수기임과 동시에 한 기업의 경영 가치 추구법 두 가지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고객과 일반 기업체 경영자와 경영자가 되고자 하는 임원들을 잠재적 독자로 설정한 것이다. 책으로서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은 아주 적절했다. 꽤나 잘 팔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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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워드 Onward -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의 혁신과 도전
하워드 슐츠 & 조앤 고든 지음, 안진환.장세현 옮김 / 8.0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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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사명 : 인간의 영혼을 고취하고 이에 자양분을 공급한다. 이를 위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 음료 한 잔 한 잔, 이웃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한다. -185쪽

"혹자는 시장에서 중요한 건 도덕이 아니라 이익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저는 이것이 낡은 사고라고 주장합니다. 앞으로는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자기만의 기업 윤리가 있으며 그것을 추구할 방법을 찾아내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브랜드 가치는 상업과 약자를 향한 외면, 즉 지갑과 심장을 결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기업이란, 성공에 민감한 동시에 기업의 진정한 성공은 스프레드시트 따위로는 측정할 수 없다는 생각도 놓치지 않습니다."(유투 보컬 보노)-325-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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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공부방 5기. 경제 강연 시리즈,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편.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총수입 증가분보다 총지출 증가분이 줄어 들었다. 그러나 지출보다 수입을 늘리는 이유는, 그동안의 적자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국제 기구에는 현 정부가 5조 원의 흑자를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흑자 안에 포함되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에서 국민연금을 전체 재정에 포함하는데 매년 30조 원가량을 흑자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당장 지출값은 적지만 언젠가 (국민들에게) 지출될 돈이기에 포함시키면 안 되는데, 이를 포함시켜 전체 재정이 흑자가 되는 구조이다. 사실상 재정으로 잡으면 안 되는 돈으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오건호 선생님에 따르면, 다른 어느 국가도 국민연금과 같은 종류의 것을 국가 재정 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수입이 아니라 당장 지출되지 않는 돈이라는 것. 어차피 나가야 할 돈인데 임기 기간 동안 내는 통계 수치에서는 이를 포함하여 봐라, 이 정부는 과거의 적자 구조를 흑자로 돌려놓고 있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는 것이다. 비단 이 정부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과거 정부는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거니까. 국민연금을 포함해 5조 원의 흑자를 보고 했고, 이 연금이 매년 30조 원가량의 흑자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국가는 사실상 5조 원의 흑자를 본 것이 아니라, 35조 원의 적자를 본 것이다. 

  "2010년 대비 2011년 재원 배분 증가율을 보면, 엘엔디(대기업 연구) 분야, 지방교육교부금, 환경, 국방, 공공행정, 외교, 통일 분야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지방교육교부금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부분이다. 토목(에스오씨) 부문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정부 지출만 잡힌 것으로, 민간 지출로 돌려서 땅을 파고 건설하는 추세이다. 복지 부문은 자연적으로 4.5%가량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물가를 감안한 것. 보건복지노동 부문에서의 복지 수치는 GDP 대비 수치가 중요하다. 2009년 이래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사실상 복지는 증가한 것이 아니라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 2009년까지는 계속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식으로 현 정부가 대외적으로 보고하는 정부의 수입, 지출 내역에 대해 사실적으로 분석하셨다. 사람들은 통계나 수치를 믿지만, 그것만큼 거짓된 것도 없다. 어떤 항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까. 임의로 숫자를 고치는 '조작'은 아니지만, 이 또한 원하는 수치를 얻기 위한 조작으로 봐야 한다.  

  "OECD의 복지 계산법과 대한민국의 계산법이 다르다. 보금자리 주택 건설, 융자금 등은 계산해서는 안 되나, 한국에서는 이를 잡고 있다. 국제 기준에 어긋나는 내역을 올려 망신을 당한 사례도 있다. GDP 대비 복지 순위는 멕시코에 이어 끝에서 두번째인 7.5%이다. 고령화 정도에 따라 복지 지출 정도를 비교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고령화 정도를 감안하면 지금보다 7%가량 증가시켜야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90조가량이다." 

  "조세 구조상 직접세가 간접세보다는 크지만, 복지 국가 기준으로 봤을 때 아직 멀었다. 현 정부 들어 간접세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현재는 직접세와  간접세가 6:4 정도 비율이나 8:2 정도가 되어야 바람직하다. 직접세를 늘리고, 간접세를 줄여야 한다. 한편, 삼성의 세율이 무척 낮다. 비과세로 감면되기 때문이다. 조세 감면의 문제로, 알엔디 업종(대기업 연구)의 세율이 전체적으로 낮다. 소득세는 GDP 대비 4%인데 OECD는 9% 정도로, 복지 국가를 위해서는 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거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복지 국가가 될 수 있는가? 현 정부는 우리도 이미 복지 국가로 들어섰다,라고 말하지만, 복지 부문은 과거보다 더 줄어들었다. 대외적으로 내미는 거짓된 수치를 통해 현 정부는 복지를 외치지만, 사실상 복지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복지 정도는 턱없이 낮다는 것. 우리는 진정 복지 국가로 가길 원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복지 국가가 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의 정부 재정 구조로는 복지 국가는 요원하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 부자들과 기업에서 직접 거둬들이는 '직접세'비중을 지금보다 많이 높여서 재원을 충당해야 하며, 국민들도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 

  "재원을 확보해야 할 부분은 소득세,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이다. 여기에서 90조 이상을 얻어야 복지 국가가 될 수 있다. 지출 내역을 수정함으로써 개선이 가능하다. 토건, 건축 비중을 줄여야 한다. 진보신당이 계산한 복지 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59조, 민노당은 54조 이상이다. 민주당도 대선을 앞두고는 약 30조 가량의 금액을 잡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소득세를 거둬들여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복지 마인드이기도 하지만 복지 비용이다. 제대로 된 복지를 위해서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며, 어디에선가는 이를 충당해야 한다. 직접세를 통해 부자와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식과 더불어, 전체 국민에게도 부과해야 하는데,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 일단 모든 사람들이 복지 국가를 원해야 하고, 원한다면 비용 마련을 위해 개인돈을 내놓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원하지만 정작 자기 돈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마음과 돈의 사이에는 틈이 벌어져 있다. 과연, 우리가 돈을 내면 진짜 복지 비용으로 전액 지출되는 것이냐,는 물음이 그것. 정부와 기관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는 것. 이를 깔끔하게 해소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신뢰를 쌓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자기가 내는 세금이 복지 비용으로 모두 지출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개인이 지지해도 지지할 것이다. 복지를 원하지 않는 자와 복지를 원하지만 내 돈 나가는 것은 싫다는 자를 포함하면 이 수가 엄청날 것이다. 과연 부자와 기업은 또 순순히 내놓을까? 

  선생님께서는 복지 비용을 마련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고 하신다. 하나는, 일단 부자와 기업에게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자와 기업이 순순히 내놓도록 국민 전체에게 일괄적으로 복지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다. 부자와 기업에만 내라고 하면 안 내니까 모두가 부담하는 것이다. 단, 소득, 수입 대비 부담하는 비율은 각기 다를 것이다. 전자는 국민 전체에게 부과하지 않으니 사람들의 호응은 좋겠지만 기업과 부자들이 반발한다는 단점이 있어 후자가 낫지 않냐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다수의 저항을 받기보다는 부자와 기업 소수의 저항을 받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 더 낫지 않을까. 또는, 부담을 주더라도 개인이 내놓을 수 있는 아주 적은 금액을 부과하거나. 예를 들면, 적십자에 내는 비용같이 말이다. 

  복지 국가를 원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중첩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복지 국가'라는 단어가 곧 '빨갱이', '좌파'라는 딱지와 곧바로 연결되지도 않는 것 같다. 보수, 우익 정부도 '복지 국가' 운운하는 마당이니 이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저항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대다수가 원하는 복지 국가라면, 사람들은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무엇을 택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모두가 많이 내거나, 아니면 부자와 기업이 많이 내거나. 이렇게 물으면 아마도 다수의 사람들은 자기돈 나가는 것은 꺼리기 때문에 후자를 택할 것. 그렇게 여론을 조성해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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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 5기. 경제 강연 시리즈, 신용불량자가 넘쳐도 대출 광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 편. <대출 권하는 사회>의 저자 김순영 선생님께서 강연하셨다. 이 책은 후마니타스에서 나왔는데, 이 출판사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나오는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거나 고쳐 쓴 책들을 많이 낸다. 이 책도 김순영 선생님의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자격이 특정 계급에게로만 제한되어 있다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누구나 발급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이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이후 발생하는 또다른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IMF 구제 이후 경제 지표는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왜 2003년말의 신용불량자 숫자는 급증하였는가? 이 당시에 약 110만 명 정도가 증가하였다. 신용카드 때문에 신용 불량자가 2003년 때부터 늘어난 것이다. 2003년부터 신용불량자 수는 약 230만~260만 명 가량이고, 신용카드가 아닌 다른 이유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약 110~120만 명 정도이다."  

  "현금 서비스 한도를 풀어서 한 달 천만 원까지 개인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게끔 제도가 변경되었고, 규제가 풀리자 개인들은 큰 금액을 대출받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현재와 미래 자금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책임도 물론 있다. 개인의 신용이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면서 신용카드 소지자가 많아졌고, 당시 현재 인터넷 가입 때처럼 현금을 쥐어줘가면서 카드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는 카드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탓이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살펴보면, 카드로 구매한 금액, 할부  금액보다 현금 서비스의 실적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신용카드의 본래적 역할보다 대출과 현금 서비스 카드 역할을 하게 되어, 신용 불량자를 양산하게 된 것이다. 신용카드사가 연계를 맺은 업체의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고 카드를 소지한 개인에게 1년 기준 카드 유지비를 받는다. 신용카드 경쟁이 치열해지며 광고비 지출도 커졌고, 특히, 삼성 카드의 경우 97년 이후 다른 카드사들이 광고비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금액을 늘려나가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신용불량자'에 대해, 그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소비를 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하신다. 개인의 실수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를 개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개인보다는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준 카드사와 은행, 정부의 잘못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 쓸 수 있는 사용 한도를 무한정 올려놓고, 열심히 쓰라고 독려하는 환경에서는, 소비가 곧 미덕인양 자신의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단 쓰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팽배하게 된다. 은행과 카드사와 정부의 합작품이고, 이윤은 은행과 카드사가 다 가져간다. 그들이 대출 한도나 서비스 한도를 높이고, 사용을 독려하는 것은 기업 이익을 올리기 위함이다. 절대, 사용자 개인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자. 

  " 할부와 현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보면 돈이 없는 사람들이다. 신용카드가 사실상 대출 카드의 역할을 하게 되고, 이자 비율이 높아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더더욱 악화되었다. 카드사의 광고비는 이러한 수익에서 지출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음으로써 수익이 더욱 커지는 순환 고리를 가진다."

  "카드사는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는가. 아니다. 카드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타 카드사와의 경쟁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연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구나 발급해준 것은 수수료와 이자 수익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약 28% 가량의 이자 수익 비율은 일본의 사채보다도 더 높다. 조건이 안 될 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발급해준 까닭은 강박적 채권 추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강박적 채권 추심에 대해서는 영화 <똥파리>에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일단 조건 불문하고 돈을 빌려줬는데, 돈을 쓰고나서는 갚을 능력이 안 됐고,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빌려준 기관이나 개인은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을 보낸다는 것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채뿐만 아니라 카드사나 은행도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 정부가 등록금 대출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대출해주고, 졸업하고 나서 갚으라 했는데, 갚지 못하면 강제 추심을 하겠다는 것. 이래놓고 교과부는 알바를 할 필요가 없어요, 든든 학자금 제도가 있잖아요, 이러고 있다.

  "은행권 카드사와 전업 카드사 두 부류가 있는데, 화장품, 보험은 길에서 다 가입하고 구매하는데 왜 신용카드 발급만 아무 조건 없이 해주면 안 되는가, 하고 김대중 정부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양쪽 모두 무한정 발급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관명과 그들의 주장이 얼핏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이 신용카드 발급에 대해 규제하는 것을 반대했다.규제개혁위원회의 일원 중 엘지카드사 등 재벌계 카드사 임원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 재벌계 카드사는 은행권 카드사보다 홍보의 수단이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은행만큼 영업점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에서 홍보를 하려고 했고, 그것을 위원회가 허락한 것이다." 

  마이클 무어가 만든, 미국까는 영화들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규제를 강화해야 할 기관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상황. 그 안의 임원들을 보면,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이해 관계자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다른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반대되는 기관에 몸담은 것이다. 법조계에서 흔히 볼 수 있지 않나. 판검사 하다가 기업 변호인단에 들어가 있고, 국세청에 있다가 기업에서 세금 업무 맡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를 여러 개 만들고, 카드깡을 하고, 카드 비용을 대출롤 돌려주겠다고 하는 업체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어떻게든 돈을 빌리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경로를 밟게 되는 사람들이 갚아야 할 비용은 점차 늘어나고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금액이 된다. 이때가 되면 범죄나 자살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자다." 

  "김대중 정부가 이자 제한법을 폐지하였으나 최근 대부업계의 경우 44%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200%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사채업체들도 있다. 원금 100만 원 미만이면 20%, 100만 원 이상이면 15%로 제한한 일본에 비하면 사채업의 천국인 셈이다. 미유키의 소설 <화차>에서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사채업체들이 한국을 시장으로 삼는 이유는, 일본보다 한국의 이자 제한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15~20% 받느니, 한국으로 와서 44%의 이자로 수익을 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 이 업체들은 한국의 이자율이 66%일 때 많이 들어왔다. 지금은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 그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하나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사채업 광고를 텔레비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때는 연예인들도 사채 광고에 나왔는데 지금은 이미지 관리상 이를 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대안으로 만든 것이, 무대리 같은 사례. 사람 대신 재밌고 웃긴 캐릭터를 등장시켜 친근하게 만드는 것. 광고 카피도 '친구 친구 러시앤캐시'아닌가. 우리는 당신의 친구이고, 쉽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 그러나 돈을 빌린 이후엔 텔레비전 광고의 이미지가 아닌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하는데, 제1, 제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이들은 결국 이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폭을 줄이고, 체크카드 공제폭을 신용카드보다 높게 설정했는데, 이는 신용카드를 한 장씩은 다 가지고 있고, 제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화낼 만한 조치이지만,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사용을 권하는 면에서는 바람직하다. 다만, 기왕에 체크카드 사용을 권하려면 신용카드 공제폭을 줄이지 말고 유지하는 한편 체크카드 공제폭을 기존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하는데, 유리지갑 직장인들에게서 세금을 많이 충당하고, 덜 돌려주려는 정부 입장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것. 이에 대해서는 화내는 것이 당연하다. 세금은 저소득 직장인들이 아니라 고소득 직장인과 부자들에게서 거두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단 한 분을 봤는데, 그 분은 한 번 만들어봤더니 자기가 제한 없이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잘라버렸다고 한다. 확실히 결제가 쉽기 때문에 사고픈 물건이 있을 때 더 고민하지 않고 카드를 사용하게 되는 경향은 있다. 그러나 가급적 체크카드를 사용하려고 한다. 공제폭이 신용카드보다 커서가 아니라-그 공제나 이 공제나 어차피 얼마 못 받거나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갚아야 할 돈의 액수가 커지고 뒤로 밀리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일단 잔고가 없을 땐 신용카드를 쓰더라도 잔고가 다시 생기면 '선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총 금액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래야 카드값 내는 날 타격을 덜 받게 된다.  

  카드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강의를 들은 다음 날 카드사에 전화해 한 장을 없애긴 했지만, 아직도 내겐 세 장의 카드가 있다. 그 중 한 장에 몰아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나머지 두 장은 예비용이다. 요샌 신용카드 할인이나 혜택이 적용되는 부분이 많아 없애기는 힘들다. 개인이 스스로 절제하여 사용할 수 있다면 가지고 있는 것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면 아예 카드를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현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망각하라.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또 문자가 왔다. "수수료 없는 대출, 땡땡 실장입니다. 고객님은 현재 700만 원 이상 가승인 상태입니다." 매일 몇 건씩 받는다. 댓가 없이 줄 거 아니면 보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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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경제 강연 - 부동산 계급 사회 

  * 알라딘 공부방 6기가 진행 중인데, 이 강연은 5기 경제 시리즈 강연이었다. 이제서야 후기를 남긴다. 

  부동산 계급 사회. 손낙구 선생님의 책으로, 출간 당시부터 화제였다. 판매량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슈였다. 이슈와 판매량은 비례하지는 않는듯 하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강연 때도 강연자가 책 판매가 저조하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손낙구 선생님께서는 손수 만든 피피티 자료를 마련해 시각적으로 집중이 잘 되도록, 그리고 쉽게 전달되도록 애쓰셨다.  

  "한국의 건설업 비중은 선진국의 5% 이내로, 전체 14위이다. 남한 인구의 40% 정도가 월세든 전세든 세살이를 하고 있으며, 인구의 5% 정도가 전체 부동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도표를 보여주셨는데, 최고 집부자 한 사람은 1083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고. 이 사람뿐만 아니라 상위 3% 가량이 엄청나게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99채의 집을 가진 사람은 숫자 100을 채우기 위해 한 채를 더 가지고 싶어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분은 도대체 몇 채를 목표로 삼고 있는 걸까. 이렇게 상위 5%가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아무리 집을 많이 지어봐야 소용이 없다. 집은 많은데 세사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고 있는 현실. 

 "한국 노동자의 임금은 중국 노동자의 열 배 수준이며, 부동산은 사십 배에 달한다. 결혼 비용은 약 1억 7천만 원이 들고, 그 중 4분의 3 정도가 주택비용이다. 부동산 때문에 노후 비용이 부족한 상황이며, 서울의 일반 직장인이 33평 집을 사려면 57세까지 한 푼 쓰지 않고 벌어야 가능하다." 결혼 비용을 보고  놀랐다. 이 돈이 없어도 결혼하는 사람들은 많으나 평균적으로 그렇단다. 혼자 살아야 하나. 가끔 연봉, 집, 재산, 학력 등의 평균을 산출하여 기사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면 어디서 조사했냐, 어느 나라 얘기냐,류의 것들이 많은데, 이같은 통계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는 '평균의 폭력'으로 다가간다.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 여섯 개가 외국 자본에 넘어가면서 가계 대출이 급증하였는데, 회수 기간이 빠르고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빌려줄 수 있는 대출이 주택담보 대출이었다. 따라서 주택담보 대출자가 급증하였고, 은행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부동산 과열을 조장한 셈이 되었다." 부동산이 과열되면, 그 다음은 뭘까? 시나리오를 전개해 보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이 세를 놓게 되면, 이들은 세 들어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세를 받아내려 할 것이다. 전세금, 월세금이 올라가고, 사람들은 전세자금, 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다. 결국 은행이 승리하는 구조다.  

  손낙구 선생님은 부동산으로 계급을 나누는데, 자신에게 이 기준을 적용하여 나는 몇 계급에 속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자신의 계급을 올리기 위해 분투하기보다는 이러한 계급을 없애려고 해야 할 것이다. 높은 계급에 속했다고 좋아할 것도 아니고, 낮은 계급에 속했다고 우울해 할 필요도 없다. 계급과 그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양극화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자료로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보증금 5천만 원 이상 셋방살이 하는 가구가 4계급에 속하는데, 이들은 100만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보증금 5천 이하의 셋방살이라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4계급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건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 된다.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 때문에 향후 부동산의 향방을 알 수가 없다. 대개는 자기 자본을 50% 가량은 가지고 시작하기에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은행이 부도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은행이 부도나진 않겠지만, 개인은 2년마다 올라가는 전세금을 보충하기 위해 끊임없이 은행에 빚을 더 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갚아야 할 금액과 기간은 늘어나고, 갚지 못하면 현재보다 작은 집, 또는 전세라면 월세로 전환을 해야 한다.  

  "독일의 민간 택지에 사는 인구가 한국보다 많다. 그러나 13년 동안 월세가 두 번밖에 오르지 않고, 적정 임대료 상한선을 정해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 동네마다 세입자 노조 대표가 있어 정부 공무원과  집주인, 세입자가 삼자대면하여 가격을 정한다. 세입자 조합마다 인권 변호사가 자문을 한다. 약자는 가능한 한 보호하도록 하고, 65세가 넘으면 현재 머물고 있는  집에서 십 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한다. 월세를 3개월 이상 안 내거나 집의 기물을 부수면 나가야 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천국이다.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자.  

  "네덜란드 공공임대주택의 34%가 집주인이 공무원이다. 소득에 따라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공급을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5% 정도.", "싱가포르 전체 국민의 92% 가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 과거에 독재 정권이 압류를 하여 80%의 땅이 국유화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건축업을 하여 국민에게 싸게 넘기는 구조다."  

  독일과 네덜란드, 싱가포르의 사례 모두 이상적으로 보인다. 각각 시스템은 다르지만. 손낙구 선생님께서는 독재자가 강압적으로 압류를 한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고-싱가포르의 사례를 말씀하실 때 어떤 청강자가 '좋은 독재자'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네덜란드의 사례도 정부의 부담이 커서 힘들 것 같다고 하신듯. 개인적으로 볼 때 독일 시스템이 참 괜찮다. 월세든, 전세든 상한선을 두어 올리게 하고, 한 번 올리면 향후 수 년 간 올리지 못하게 한다. 세 드는 자, 집주인, 정부 공무원이 나와 회의를 하여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도 괜찮다. 이 모두가 합리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마, 한국에서 이리되면 집주인과 공무원이 결탁해 뇌물을 주고받고 가격을 이미 정한 뒤 세입자와 회의하여 상한선 폭을 크게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인권 변호사에게 자문까지 구한다니 참으로 이상적이지 않은가. 

  '재개발'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삶을 참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집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재개발, 뉴타운 하자고 하고, 집을 소유하지 못하고 세든 자들은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한다. 국가가 지정한 땅에 포크레인이 들어서고, 철거 용역이 들어간다. 국가와 있는 자는 제 이익에 따라 목소리를 내지만,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그들이 하자는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중심에서 변두리로, 변두리에서 더 변두리로 밀려난다.  

  내가 사는 동네도 재개발 예정지다. 며칠 전 한 주민이 전단지를 돌렸다. 재개발 하지 말자고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세든 사람들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주변 지역과 비슷한 가격으로 집값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의 흐름에 지식이 없어 그 원리는 모르겠지만, 재개발을 하자고 하든, 하지 말자고 하든, 모두 제 돈을 불릴 생각을 하고 있다. 살고 있는 집에 언제까지 머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올해까지겠지. 이곳은 중심가의 변두리다. 난 이제 변두리의 변두리로 가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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