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워드 Onward -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의 혁신과 도전
하워드 슐츠 & 조앤 고든 지음, 안진환.장세현 옮김 / 8.0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일요일 밤 늦은 시간 박명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명은 잘 모르겠는데, 미국 기업의 회장이 회사의 지점에 위장잠입해 일을 배우면서 가게 운영 실태를 몰래 살피는 내용이다. 대개 몸으로 하는 노동 계열이라 회장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배 직원에게 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이런저런 조언을 얻는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회장은 회사에 혹시 불만 사항은 없는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데, 정말 직원들이 이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까, 혹시 알면서 그들도 연기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프로그램은 회장이 신분을 밝히고 그들을 본사로 불러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온워드. 전진 앞으로! 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스타벅스 씨이오 하워드 슐츠가 낸 책의 제목이다. 책을 읽으며 위의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회장이 어떻게 회사를 일구었고, 어떤 마인드로 회사를 운영하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밑바닥을 경험해보면서 회사 직원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기일 수도 있다. 회사를 홍보하고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출연한 것일 수도 있다. 스타벅스는 평가하기 어려운 회사다. 대외적으로 보면 좋은 일들을 많이 한다. 공정 무역을 비롯해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주려고 하고,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씨이오가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에 개인적으로 무기 자금을 댄다는 소문도 있다. 어찌 봐야 할까. 이 책을 보면서 그게 단지 소문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이라면, 한 개인으로서의 행위와 기업 씨이오로서의 행위에서 드러나는 이미지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책은, 스타벅스라는 회사가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왔으며,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직원들을 대하고, 회사를 운영해 왔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공헌을 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조그마한 카페로 시작해서 유럽 카페에서 얻은 경험을 적용하며, 고객의 감성과 마음을 사로잡기까지의 과정이 나와 있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샌드위치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지만, 매장에서 나는 스타벅스 특유의 커피향을 위해 치즈 냄새가 짙은 샌드위치를 포기하기로 한다. 그가 내부 직원들과 대립하면서도,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지켜내려 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영혼을 고취하고 이에 자양분을 공급한다. 이를 위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 음료 한 잔 한 잔, 이웃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한다." 이것이 스타벅스 사명이다. 씨이오가 생각한 스타벅스는 단지 음료를 팔고, 장사를 해서 이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잡는 기업이었다. 이윤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윤을 내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는 스타벅스로서 존재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거대 회사를 운영하는 씨이오의 마인드로서 바람직하게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허울로 내세우고, 실제로는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발을 들여놓는 마당에 회사 창립 시점부터 생각해 온 가치를 잃을까봐 고심하는 모습은 좋다. 그러면서도 내내 여기에 서술된 사명이나 가치, 그것을 위한 행동들이 거짓된 것은 아닐까 의심을 거둘 수는 없었다. 회장 개인의 사적 행위에 대해서는 이 책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의심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이러한 의심을 걷어내고 보면 기업을 운영하는 그의 자세만큼은 다른 기업 씨이오도 배울만한 부분이 있다.  

  하워드 슐츠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는 그룹 유투의 보컬 보노를 회사에 초대하여 강연하게 하는데, 기업 씨이오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내용이다. 이제 기업의 윤리적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니까. 

  "혹자는 시장에서 중요한 건 도덕이 아니라 이익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저는 이것이 낡은 사고라고 주장합니다. 앞으로는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자기만의 기업 윤리가 있으며 그것을 추구할 방법을 찾아내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브랜드 가치는 상업과 약자를 향한 외면, 즉 지갑과 심장을 결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기업이란, 성공에 민감한 동시에 기업의 진정한 성공은 스프레드시트 따위로는 측정할 수 없다는 생각도 놓치지 않습니다."
   
  덧) 책이라는 물질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은, 사랑, 자신감, 고통, 희망, 용기라는 다섯 개의 큰 목차 아래 스타벅스의 역사를 담아냈다. 스타벅스라는 실제하는 회사의 경험을 통해 다섯 개의 가치를 지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스타벅스 회장의 스타벅스 운영 수기임과 동시에 한 기업의 경영 가치 추구법 두 가지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고객과 일반 기업체 경영자와 경영자가 되고자 하는 임원들을 잠재적 독자로 설정한 것이다. 책으로서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은 아주 적절했다. 꽤나 잘 팔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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