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공부방 5기. 경제 강연 시리즈,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편.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총수입 증가분보다 총지출 증가분이 줄어 들었다. 그러나 지출보다 수입을 늘리는 이유는, 그동안의 적자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국제 기구에는 현 정부가 5조 원의 흑자를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흑자 안에 포함되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에서 국민연금을 전체 재정에 포함하는데 매년 30조 원가량을 흑자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당장 지출값은 적지만 언젠가 (국민들에게) 지출될 돈이기에 포함시키면 안 되는데, 이를 포함시켜 전체 재정이 흑자가 되는 구조이다. 사실상 재정으로 잡으면 안 되는 돈으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오건호 선생님에 따르면, 다른 어느 국가도 국민연금과 같은 종류의 것을 국가 재정 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수입이 아니라 당장 지출되지 않는 돈이라는 것. 어차피 나가야 할 돈인데 임기 기간 동안 내는 통계 수치에서는 이를 포함하여 봐라, 이 정부는 과거의 적자 구조를 흑자로 돌려놓고 있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는 것이다. 비단 이 정부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과거 정부는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거니까. 국민연금을 포함해 5조 원의 흑자를 보고 했고, 이 연금이 매년 30조 원가량의 흑자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국가는 사실상 5조 원의 흑자를 본 것이 아니라, 35조 원의 적자를 본 것이다.
"2010년 대비 2011년 재원 배분 증가율을 보면, 엘엔디(대기업 연구) 분야, 지방교육교부금, 환경, 국방, 공공행정, 외교, 통일 분야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지방교육교부금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부분이다. 토목(에스오씨) 부문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정부 지출만 잡힌 것으로, 민간 지출로 돌려서 땅을 파고 건설하는 추세이다. 복지 부문은 자연적으로 4.5%가량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물가를 감안한 것. 보건복지노동 부문에서의 복지 수치는 GDP 대비 수치가 중요하다. 2009년 이래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사실상 복지는 증가한 것이 아니라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 2009년까지는 계속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식으로 현 정부가 대외적으로 보고하는 정부의 수입, 지출 내역에 대해 사실적으로 분석하셨다. 사람들은 통계나 수치를 믿지만, 그것만큼 거짓된 것도 없다. 어떤 항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까. 임의로 숫자를 고치는 '조작'은 아니지만, 이 또한 원하는 수치를 얻기 위한 조작으로 봐야 한다.
"OECD의 복지 계산법과 대한민국의 계산법이 다르다. 보금자리 주택 건설, 융자금 등은 계산해서는 안 되나, 한국에서는 이를 잡고 있다. 국제 기준에 어긋나는 내역을 올려 망신을 당한 사례도 있다. GDP 대비 복지 순위는 멕시코에 이어 끝에서 두번째인 7.5%이다. 고령화 정도에 따라 복지 지출 정도를 비교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고령화 정도를 감안하면 지금보다 7%가량 증가시켜야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90조가량이다."
"조세 구조상 직접세가 간접세보다는 크지만, 복지 국가 기준으로 봤을 때 아직 멀었다. 현 정부 들어 간접세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현재는 직접세와 간접세가 6:4 정도 비율이나 8:2 정도가 되어야 바람직하다. 직접세를 늘리고, 간접세를 줄여야 한다. 한편, 삼성의 세율이 무척 낮다. 비과세로 감면되기 때문이다. 조세 감면의 문제로, 알엔디 업종(대기업 연구)의 세율이 전체적으로 낮다. 소득세는 GDP 대비 4%인데 OECD는 9% 정도로, 복지 국가를 위해서는 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거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복지 국가가 될 수 있는가? 현 정부는 우리도 이미 복지 국가로 들어섰다,라고 말하지만, 복지 부문은 과거보다 더 줄어들었다. 대외적으로 내미는 거짓된 수치를 통해 현 정부는 복지를 외치지만, 사실상 복지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복지 정도는 턱없이 낮다는 것. 우리는 진정 복지 국가로 가길 원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복지 국가가 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의 정부 재정 구조로는 복지 국가는 요원하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 부자들과 기업에서 직접 거둬들이는 '직접세'비중을 지금보다 많이 높여서 재원을 충당해야 하며, 국민들도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
"재원을 확보해야 할 부분은 소득세,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이다. 여기에서 90조 이상을 얻어야 복지 국가가 될 수 있다. 지출 내역을 수정함으로써 개선이 가능하다. 토건, 건축 비중을 줄여야 한다. 진보신당이 계산한 복지 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59조, 민노당은 54조 이상이다. 민주당도 대선을 앞두고는 약 30조 가량의 금액을 잡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소득세를 거둬들여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복지 마인드이기도 하지만 복지 비용이다. 제대로 된 복지를 위해서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며, 어디에선가는 이를 충당해야 한다. 직접세를 통해 부자와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식과 더불어, 전체 국민에게도 부과해야 하는데,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 일단 모든 사람들이 복지 국가를 원해야 하고, 원한다면 비용 마련을 위해 개인돈을 내놓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원하지만 정작 자기 돈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마음과 돈의 사이에는 틈이 벌어져 있다. 과연, 우리가 돈을 내면 진짜 복지 비용으로 전액 지출되는 것이냐,는 물음이 그것. 정부와 기관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는 것. 이를 깔끔하게 해소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신뢰를 쌓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자기가 내는 세금이 복지 비용으로 모두 지출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개인이 지지해도 지지할 것이다. 복지를 원하지 않는 자와 복지를 원하지만 내 돈 나가는 것은 싫다는 자를 포함하면 이 수가 엄청날 것이다. 과연 부자와 기업은 또 순순히 내놓을까?
선생님께서는 복지 비용을 마련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고 하신다. 하나는, 일단 부자와 기업에게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자와 기업이 순순히 내놓도록 국민 전체에게 일괄적으로 복지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다. 부자와 기업에만 내라고 하면 안 내니까 모두가 부담하는 것이다. 단, 소득, 수입 대비 부담하는 비율은 각기 다를 것이다. 전자는 국민 전체에게 부과하지 않으니 사람들의 호응은 좋겠지만 기업과 부자들이 반발한다는 단점이 있어 후자가 낫지 않냐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다수의 저항을 받기보다는 부자와 기업 소수의 저항을 받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 더 낫지 않을까. 또는, 부담을 주더라도 개인이 내놓을 수 있는 아주 적은 금액을 부과하거나. 예를 들면, 적십자에 내는 비용같이 말이다.
복지 국가를 원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중첩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복지 국가'라는 단어가 곧 '빨갱이', '좌파'라는 딱지와 곧바로 연결되지도 않는 것 같다. 보수, 우익 정부도 '복지 국가' 운운하는 마당이니 이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저항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대다수가 원하는 복지 국가라면, 사람들은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무엇을 택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모두가 많이 내거나, 아니면 부자와 기업이 많이 내거나. 이렇게 물으면 아마도 다수의 사람들은 자기돈 나가는 것은 꺼리기 때문에 후자를 택할 것. 그렇게 여론을 조성해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