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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마마 자마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9월
평점 :
시각적으로 두 눈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저 멋드러진 표지. 내가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자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어머 표지가 너무 이쁘네요. 빨간색으로 시선을 확 잡아끄는게..." 정말 내가 봐도 표지 이쁘다. 검정색으로 육감적인 여성을, 빨간색 드레스를 길게 늘어뜨리며, 나 섹시해요, 나 당신을 원해요, 라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비록 말은 없어도.
"사랑? 그런 식으로 솔직해지면 안되지." <배드 마마 자마>의 표지 문구다. <배드 마마 자마>는 솔직한 사랑, 솔직한 성을 이야기한다. 옮긴이 김난주는 책의 맨 앞에서 작가 야마다 에이미에 대해 이런 설명을 붙여놨다.
야마다 에이미 -
여자의 성을 누구보다 아름답고 당당하게 그려내는 작가. 새로이 선보이는 작품집 <배드 마마 자마>는 육욕에만 허우적거리는 천박한 성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 사랑하고 그 육체를 찬미하고 즐길 줄 아는 성숙한 여자의 성을 이야기한다.
야마다 에이미의 작품을 접한 건 이 책이 처음이며, 매우 육감적이고, 자극적이며, 당당하다. 이 책 안에는 세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의 전체 제목인 '배드 마마 자마'라는 소설, 그리고 '캔버스관' '입냄새'. 앞의 '배드 마마 자마'가 너무나 강렬했던 나머지 뒤의 두 작품을 읽으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검정, 빨강, 땀, 육체의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색깔을 참 잘 활용한다. 머리 속에서 그녀의 글은 그림이 되어 나타난다. 검정은 빨강과 매우 잘 어울린다. 둘다 자극적이고, 비밀스러우며, 때로는 천박하기도, 때로는 고급스럽기도 하다. 흑인과 빨간 옷을 입은 여자도 잘 어울린다. 작가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에는 외국인 남성이 등장한다. 그것도 흑인이. 대개 외국남성을 등장 시킬 때는 외모가 멋드러진 이탈리아나 프랑스 남성을 끌어들이는데 비해, 그녀는 흑인을 선호한다. 흑인은 너무 육감적이고, 섬세하며, 부드럽다. 그것은 곧 여성이다. 여성을 잘 이해하는 남성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그녀는 흑인을 손꼽은 것이다. 실제로 흑인이 그러한지 어떤지는 모를 일. 흑인과 대화를 하고, 함께 어울리고, 섹스를 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일. 또한 한 명의 흑인과의 경험을 전체 흑인의 일반화로 단정지을 수도 없는 일. 하지만 실제로 경험하지 않더라도 흑인 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그렇다.
이 책의 제목이자 책 속의 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배드 마마 자마'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어로 '배드'는 '나쁜'이라는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쓰이지 않는다. 작가에게 있어 배드는 '얄미운'에 더 가깝다. 소설 속에서 '배드 마마 자마'라는 클럽에서 틀어주는 노래가 있다고도 했지만, '배드 마마 자마'가 의미하는 것은, '남자의 혼을 쏙 빼놓는 얄미운 여자'를 의미한다. 춤을 추며 클럽에 들어서고 추파를 날린다. 섹시하고 육감적인 몸매와 의상, 나 작업걸어주세요, 라고 써붙였다. 남자들의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여자 당차다. 직접거린다고 받아주지 않는다. 쿨하게 거절하고 나오는 당당함. 당연히 얄미울 밖에. 실컷 혼을 빼놓고는 내빼다니. 그런 여자가 즐기는 인생을 살다가 한 외국인 남자를 만났고 결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남자가 지겨워질 밖에. 여자는 이 남자를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에게도 필 꽂혔다. 안돼 안돼 하며 친구에게 소개해주고선 자기가 만나며 결국 섹스를 했다. 하지만 어 이런 느낌이 아닌데, 몸은 느꼈으나 마음은 느끼지 않았다. 아 '키스'는 아냐, '데이빗'이 보고 싶다. 결국 그녀는 하룻밤의 불놀이로 끝내고 마음으로 사랑하는 데이빗에게로 돌아간다.
여성의 성에 대해, 여성의 사랑에 대해 솔직하게 까발린 소설이다. 쿨하긴 했지만 가슴으로 와닿는 감동은 없는, 어쩌면 쿨하기 때문에 그런 감동을 배제한 소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