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이런 영화가 있을까 싶다. 대사는 거의 없고, 영화는 온통 나레이션으로 일관한다. 정말 예의 없다. 관객에 대한 예의. 이러면 재미 없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걸까. 극중 벙어리로 나오는 킬라 신하균 만큼이나 관객도 하고팠던 말들을 나레이션으로 대신 하고 싶었던 걸까. 폼 무지하게 잡아보려고 하지만 폼 안잡히는 영화다. 이건 영화 주인공 신하균 또한 마찬가지다. 검정 가죽 자켓에 검정 선그라스 끼고, 심각한 표정 지으며, 똥폼 무지하게 잡아보지만, 어디 폼이란게 겉모습 번드르하게 꾸민다고 나오는건가. 사진으로는 폼이 나올지 모르지만 동영상으론 안나온다.

  인간백정 킬라 신하균. 그는  어찌하다보니 킬러가 되었고, 손에 칼잡고 폼 잡으며 이 세상의 예의 없는 녀석들만 찾아내 골라 죽인다. 정확히 심장을 찔러라. 단 한방에 단 한방에 해치우는거다. 주저없이. 머뭇거림없이 확실하게. 그래 1억만 모으면 된다. 1억이면 난 수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젠장. 의사를 죽여야된다니. 별 수 없지. 허 이런 이녀석 약먹었네. 하지만 그래도 정확히 칼은 그의 심장을 향해 꽂힌다.



* 이런 어설픈 킬러 봤냐. 아무리 차려입고 폼을 잡아도 폼이 안나온다. 그런데 칼솜씨 하나는 일품이다.
   내꿈은 투우사. 투우사는 폼이 생명인데. 아 정말 가오 안나와.



* 이 여자. 도대체 어쩌자는걸까.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은걸까. 말도 못하고, 돈도 없고,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아 실수. 돈은 있구나. 수술하려고 모아놓은 돈. 단, 나는 돈이 없어 보이는데.

  일이 끝나면 나는 가끔 분위기 있는 술집에 가 양주를 시키곤 말 없이(말을 못하는거다) 한잔 들이킨다. 그런데 꼭 나한테 추파를 던지며 추근덕거리는 여자가 있다. 이 여자 나한테 다가오더니 기습키스를 한방 날린다. 헙. 므으으읍. 그리곤 가버린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이 여자 우리집에 왔다. 그녀의 카리스마에 당할 수가 없다. 아예 우리집에서 살겠단다.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 아 난 이 여자 앞에서 너무 작아진다. 이렇게 하는게 아니란다.

 일이 틀어졌다. 나는 이제 죽게생겼다. 이런 젠장. 근데 죽기 전에 알게 되어 다행이다. 그녀의 나의 그녀였다는 것이. 사랑한다 말하고 싶지만 아 말이 안나온다. 그렇다. 나는 벙어리다. 혀 짧은 소리 내며 칼맞고 누워 피흘리며 마지막 한 마디 내뱉는다. 따. 라응. 햬.

  아 슬픈 영화다. 너무 하잖아. 예의 없는 녀석들만 숱하게 가슴에 칼 꽂는 장면 보여주다 결국 주인공까지 칼 맞고 죽고 어쩌자는거야. 아 슬픈 인생들이다. 그에게 죽임을 당한 자나, 죽은 그나, 그를 떠나보내야하는 그녀나, 이런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이나. 아 정말 예의없어. 자 영화 끝났어. 나가. 빨리 나가. 팝콘은 왜 떨어뜨려 예의없게시리. 니들은 영화관에도 오지마. 다행이다 난 영화관에서 안보고 불법다운씨디로 봐서. 나도 참 예의없지. 돈 주고 봐야지 영화를 다운받아 보면 어떡해. 괜찮아. 예의 없는 영화니깐 나도 예의 없게 대한거야. 다 읽었으면 창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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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1-1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불법다운해서 보셨군요. 예의없는... ^^ 재미나게 읽었어요. 얼른 창 닫아야지. 안 그러면 예의없는 것들이라고 뭐라할라나~

마늘빵 2006-11-1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님은 예의있게 댓글도 달고 추천도 누르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