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소 평전 -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의 삶과 죽음
강주상 지음 / 럭스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휘소 평전>은 지난 세월 이휘소란 유명한 물리학자의 삶에 대한 오해를 밝혀주고자, 그의 삶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고자 나온 책이다. 많은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 - 나는 읽지 않아 모르겠다 - <소설, 이휘소> 와 유명한 것은 알고 있다만 난 아직 읽지 않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드러난 물리학자 이휘소는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각종 오해와 허위 조작에 의해 포장되었다고 주장한다. 학자로서 42살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가 지금 이렇게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남긴 업적들이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77년 그는 페르미 연구소 연구심의회 참석을 위해 콜로라도로 가던 중 키와니 부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함께 동행했던 그의 가족들은 무사했다.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지나고 2006년 그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그것이 지금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35년 가난했던 시절, 일반적인 가난한 가정에 비해서는 유복하다 할 수 있는 집에서 태어나 줄곧 모범생의 길을 걸으며 당시 가장 인기 있었다고 하는 서울대 화공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전공을 물리학으로 바꾸어 오하이오 대학에 편입하였고, 여기서 학사 졸업, 이후 학비문제로 고민하다 피츠버그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를,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박사를 받아, 그곳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이후 대학과 연구소를 거치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했다.

  유명인들에겐 항상 뒷말과 조작된 소문이 따라다닌다. 이휘소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젊은 나이에 미국의 어느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그의 죽음은 당시 한국의 정치상황과 연계하여 이런저런 소문으로 뒤덮혔다. 그 주장은 이것이다. 박정희가 그를 불러다 핵무기 개발을 하려고 했고, 그는 미국의 연구소에서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연구자료를 빼돌리다 적발되어 미국 정보 기관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 그것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묘사된 그의 인생이다. 그러나 그것은 소설이었고, 실존 인물을 끌어다가 소설적 허구를 뒤집어씌운 어디까지나 거짓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그 책이 대박터지면서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그대로 믿었고, 그는 이론 물리학자로서가 아닌 핵물리학자로서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핵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93년 발간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로 사실과 관련없이 오해를 받아야 했던 이휘소의 인생이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에야 제대로된 사실로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더구나 이 책은 실제 미국에서 이휘소의 아래에서 지도를 받았던 제자인 강주상에 의해 씌여졌기 때문에 더더욱 믿을 만 하다. 그는 이휘소가 모친에게 보냈던 100통이 넘는 친필편지와 당신이 외딴 나라에서 만난 이휘소에 대한 인상과 보고 느낀 것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닌  '평전'으로서, '거짓'이 아닌 '진실'을 말하고 있다. 글은 매우 솔직하고 담백하며 그저 있는 사실 그대로를 기술해내고 있다. 애써 기교를 부리거나 화려하게 치장하려 하지도 없던 사실을 첨가하여 과장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글을 따라 13년간 오해받았던 이휘소의 태어남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의 행로를 따라간다. 그가 지금도 살아있다면 70대의 할아버지가 되어있을 것이고 그는 그간 왕성한 연구활동으로 어쩌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 앞서 먼저 최초의 노벨상을 수상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리학에 문외한인 인문학도인 나로서는 그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잘은 모르지만 이 책에 묘사된 그의 학문에 대한, 물리학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리라 생각한다. 늦게라도 이렇게 그가 제대로 된 시각에서 주목받은 것은 참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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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22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년전 일부러 사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아주 재미있게 읽고 조금전까지도 그것을 사실인냥 믿고 있었는데 허탈감과 황당함이 밀려듭니다.

마늘빵 2006-09-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실존인물에 대한 소설적 허구는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버리는 위험을 안고 있기에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