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 (서문)-23쪽
들판에 가을이 오면 꽃이 시들어 꽃대에서 사라져 버리듯이, 인간 또한 그렇게 사라져 버릴 터인즉, 인간의 외양만큼이나 덧없는 것이 또 어디 있겠느냐 (보에티우스)-37쪽
진정한 앎이란, 알아야 하는 것, 알 수 있는 것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야. 알 수 있었던 것, 알아서는 안되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장미의 이름' 윌리엄 수도사)-190쪽
"수도원이 '세상의 거울'이라면 해답은 자명해졌을테지." "사실이 그렇습니까?" "세상에 거울이 있으려면 먼저 세상이 모습을 얻어야 할 것이다." (윌리엄 수도사와 아드소의 대화) -227쪽
"말은 인간이 지닌 이성의 표징일 수 있으나, 인간은 말로써 하느님을 망령되이 일컬을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 온당한 것이라는 법도 없지요. 웃는 자는, 자기가 웃는 대상을 믿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악한 것을 보고 웃는닫는 것은, 악한 것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요, 선한 것을 보고 웃는다는 것은, 선으로 말미암아 스스로를 드러내는 선의 권능을 부인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회칙에, <어리석은 자는 웃음 속에서 제 목청을 높인다>라는 구절이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지닌 열 번째 미덕은, 웃음이 해프지 않다는 것입니다." (호르헤 수도사) "퀸틸리아누스는, 웃음이란 위엄을 차리고 칭찬해야 할 자리에서는 삼가되, 그 밖의 경우에는 장려해서 마땅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 플리니우스는, <인간이기에 ㄴ는 때로 웃고 익살을 부리고 논다>고 썼습니다." (윌리엄 수도사)-249쪽
"사랑이 무엇이냐? 이 세상 만물 중에, 사랑만큼 영혼을 흔드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인간에게도 그러하고, 악마에게도 그러하니 만상에 두루 그러할 것이다. 사랑처럼 가슴을 뜨거운 것으로 가득 차게 하고, 사랑만큼 가슴과 가슴을 하나로 열게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랑을 이길 무기가 없는 자는, 영혼의 사랑을 통하여 바닥 없는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윌리엄 수도사)-432쪽
여자는 내게로 다가서면서 그때까지 가슴에 안고 있던 까만 보퉁이를 구석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조금 전에 하던 말을 되풀이했다. 도망쳐야 할지, 가까이 다가서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내 귀에 예리고 성벽을 허물어뜨리는 여호수아의 나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여자는, 마음은 원이로되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하는 나에게 미소를 뿌리고는, 암염소 같이 주름잡힌 소리를 내면서 가슴 위에 둘러져 있던 치마끈을 풀었다. 치마가 휘장처럼 걷히면서 에덴 동산에서 아담 앞에 선 하와 같은 모습으로 여자가 내 앞에 우뚝 섰다. <아름다워라 젖가슴이여. 부풀어올랐으되 지나치지 아니하고, 자제하였으되 위축되지 않았도다> 나는 우베르티노에게서 들었던 말을 라틴 어 원문으로 읊었다. 여자의 가슴이 흡사 백합 꽃밭에서 뛰는 두 마리 새끼 사슴 같았기 때문이었다. 배꼽은 영원히 비지 않을 술잔, 배는 백합꽃밭에 놓인 밀가루 자루 같았다. -4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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