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전인 97년 첫 선을 보인 <맨 인 블랙>. 2002년 여름 그 후속작을 선보였다. 5년의 격차는 충분히 전작을 봤던 관객들로 하여금 아 그때 그 영화!, 하며 한참 전에 봤던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만 했다.

  지구를 지키는 영화는 수없이 많이 봤다. 나의 어린 시절 극장에서 재밌게 봤던 <제타로봇>이라는 만화를 비롯, 심형래 주연의 <우뢰매> 시리즈하며, 근래에 이르러서는 <지구를 지켜라> 까지. 우리나라의 지구지키기 영화도 적진 않다. 하물며 미국의 할리우드 시리즈물이야 오죽 많겠는가. 지구가 외계생물체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설정, 혹은 외국 생물체에 의해 점령당할지도 모른다는 설정을 한 영화들, 아니면 우리가 발명한 로봇에 의해 인간이 점령당할지 모른다는 설정의 영화들. 무지 많다. 언뜻 생각나는 에일리언 시리즈, 터미네이터, 아이로봇, 스타쉽트루퍼스, 화성침공, 우주전쟁, 인디펜던스 데이 등등등. 대개 외계인의 지구침략을 다룬 영화들은 SF 물인데 비해, <맨 인 블랙>시리즈는 코믹물이다. 그것은 보기만 해도 웃음을 유발하게 만드는 이상하게 생긴 외계인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연인 윌 스미스의 영향도 무시 못할 터.

  같은 시나리오를 가진 영화라고 할지라도 주연을 누구로 쓰느냐에 따라 어떤 영화는 정통멜로가 되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되기도 하며, 어떤 영화는 심각한 SF 물이 되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코믹물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중훈이 출연하는 영화는 원래 영화의 장르가 액션이건 무협이건 멜로건 상관없이 죄 코믹으로 바뀌어버린다. 그의 캐릭터 자체가 그렇기 때문. 박중훈의 영화들은 대략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 그의 캐릭터가 매우 강한 건 인정해야 하는 사실. 윌 스미스가 나온다고 다 코믹이 되는건 아니지만 그만의 코믹한 캐릭터는 분명히 있다. 그것이 잘 드러난 영화가 <맨 인 블랙>과 <미스터 히치>.



* 자 준비 됐습니까?

  검은 양복에 검은 구두, 검은 선그라스를 끼고 거리를 누비는 MIB 요원. FBI 나 CIA 처럼 뭐 대단한 단어의 약자인가 싶지만 별 거 없다. Man In Black. 뭔가 뽀대난다. 사건이 터지면 현장을 수습하고, 목격자들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빛을 한방! 참 편리한 도구다. 타인의 기억을 지우고 싶을 땐 내가 선그라스를 낀 채로 한방 찰칵. 문득 이런 생각이 난다. 사랑고백해놓고 채였는데 어색해진 우리 둘, 다시 예전의 관계라도 유지하는 것이 좋을 듯 싶어 선그라스를 끼고 찰칵. 이 얼마나 편리한 도구인가.



* 창 밖에 손내밀고 시끄럽게 노래부르는 불독.
   어 참 귀엽다. 난 얘가 참 귀엽더라. 다리 짧고 뒤뚱뒤뚱거리며 침 질질 흘리는 불독 한번 키워보고 싶군.

  영화 <맨 인 블랙 2>의 또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것은, 말하는 불독. 어찌나 말이 많은지 시종일관 떠들어대고 노래도 부른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그래도 이런 못생긴 귀여운 불독 하나 곁에 두면 심심하진 않을 듯 하다.

  킬링타임용 액션영화와 달리 또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였다. 오랫만에 다시 보니 재미있군. 나도 윌 스미스의 '찰칵'에 당한 것인가. 마치 이 영화를 처음 보는 듯한 느낌. 혹시 모른다. 영화가 끝나고 그가 한 방 쏘았을지도. 그럼 나중에 다시 보면 또 재미있을거 아냐?



* 영화를 다 봤으면 한 방 쏴야죠. 여길 보세요.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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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1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타로봇..?? 게타로봇..?? 어느 겁니까.?

마늘빵 2006-05-1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타로봇은 뭐에요? 전 제타로봇 밖에 기억 안나는데.

비로그인 2006-05-13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내가 왜 여기 들어와있지.? ㅋㅋㅋㅋ
(-> * 영화를 다 봤으면 한 방 쏴야죠. 여길 보세요. 찰칵. )

마늘빵 2006-05-1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슈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