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전부터 실제 커플을 주인공으로 삼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도마뱀>. 조승우를 좋아라하는 수많은 여성팬들과 강혜정을 좋아라하는 수많은 남성팬들 덕분에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홍보가 되고 입소문으로 널리널리 퍼졌던 영화. 그렇게 기대를 한껏 모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영화는 생각만큼 썩 재밌고 감동적이진 않았다. 에이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에, 가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던 환타지적 요소. 기대 이하였고, 대략 지금껏 영화 시나리오를 잘 선택해왔던 두 사람이 왜 이번엔 그러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도 가져본다. 아마도 두 사람이 모두 주인공으로, 영화 속 연인으로 출연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또 한편으로는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나마 이 영화가 이 정도라도 빛나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해보며.

  슬프고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에는 항상 누군가 아파야 한다. 그리고 어릴 적 인연이 끊겼다 재회하는 장면도 있으면 좋다. 아슬아슬하게 맺어질 듯 맺어질 듯 하면서 끊어지는 인연은, 그리고 그것이 어느 한쪽에 의해 의도된 인연의 장난질이라면, 그리고 또 그 뒤에 숨어있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으리라. 영화 <도마뱀>은 그런 영화다. 그런 이야기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햇빛 쨍쨍한 날씨에도 노란 우비를 입고 다니던 엉뚱하고 당돌한 아이 아리 

 
* 18살이란 나이에 다시 만난 우리는 그만 또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사라져버렸습니다.

  지구인이 아니라 노란 우비를 입고 다녀야 하며 자신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당돌하고 엉뚱한 소녀 아리에게 그녀를 무서워하지만 그러면서도 조금씩 다가서는, 그녀를 좋아하는 소년 조강이란 친구가 생겼다. 나를 만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작은 도마뱀 하나를 데리고 다니는 그녀는 어느 비오는 날 조강과 함께 논두렁 옆을 거닐다 도마뱀을 잃어버리고, 조강은 나무로 짝은 도마뱀을 선물한다. 그리고 10년.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에 다시 만난 두 사람. 공부를 핑계삼아 암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녀를 위해 마을로 내려가 잠든 아버지를 깨워 초밥을 만들게 하고 산속에서 이벤트까지 열어줬던 조강은 또 다시 그녀와 이별을 해야만 했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녀는 또 사라져버렸다.

  은행원인 남편을 만나 함께 은행을 털어 우주선을 사겠다고 했던 엉뚱한 거짓말을 그대로 믿어 은행원이 되어버린 조강. 그에겐 아직도 아리뿐이다. 어느날 또 거짓말 같이 아리가 나타나고 그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조강은 이번엔 결코 놓치치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그녀는 또 사라졌다.

  그녀를 좋아하는 줄 알면서, 그녀 뿐인걸 알면서 왜 자꾸 도망가는거야. 사라져버리는거야. 조강은 아리가 야속하다. 왜. 도대체 이유가 뭘까. 왜 그녀는 내게 다시 나타나서는 엉뚱한 거짓말을 변명이랍시고 해대고는 그걸 그대로 믿게 만들어놓고는 또 사라져버리는걸까. 못됐다. 어쩜 그럴 수가 있니.

  그녀는 우주인도 아니었고,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가 다시 풀려난 것도 아니다. 그녀의 진실을 알아버린 조강은 그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저 눈물만 흐른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으면서 자신을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는건지. 그녀를 사랑하는데,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는데, 그녀를 이대로 떠나보내야만 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스토리는 슬프지만 아리가 조강과 만나 내뱉는 진실같은(?) 거짓말 덕분에 관객은 유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감독은 영화 속에 엉뚱한 조미료를 첨가함으로써 영화를 코믹 SF(?)로 만들어버렸다. UFO를 불러내기 위해 갈대밭(?)에 서클을 만들어놓고 기원하지를 않나, 또 그걸로 그만뒀으면 좋았을 것을, 정말로 우주선이 내려와 그녀를 데려가질 않나.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진실로 받아들인 순수한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서 그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어버리는 감독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아 이걸 보고 있는 관객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고. 순수함은 엉뚱함으로 변질되어 다가왔다. 조승우와 강혜정이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영화, 두 사람 때문에 봤건만 그다지 기대에 차지 않았던 또 하나의 사랑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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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6-05-0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영화의 라인을 따라가면 충분히 우주선으로 끝낼 수 있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리는 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신파극처럼 죽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냐, 아니면 미화시킬 것이냐라는 선택의 문제 앞에서 미화를 결정한 거죠. 결국은 아리가 '죽었다'는 것을 '우주선 타고 외계로 갔다'로 미화시킨 거죠.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를 짓기 위해 한 선택인데 상상력이 충분히 발휘되었다는 점에서 잘한 선택이라고 봤습니다. 저는.

마늘빵 2006-05-0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이쁘게 마무리 짓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가 '유치'하게 흘러가는 듯 하여 별로였어요. 감독의 불가피한 선택임은 알겠지만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한 선택이었지만 순수한 로맨스 만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에겐 그 기대를 저버린 영화였다는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