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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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十匙一飯. 
 학교에서 가르치길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퍼다가 한 그릇의 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해석해주었다. 그러면서 이야기하길 우리의 작은 도움의 손길이 사회의 약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해주었다. 십시일반은 본래 그런 뜻이다. 하지만 이 만화책(?)의 제목은 '십시일反 ' 이다. 되돌릴 반 자를 쓰는 것은, 차별의 의미한다. 또한 차별 없는 세상으로 되돌아가자는 메세지이다.

 언제부턴가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곳이 생겼고, 사람들은 너도 나도 목소리 높여 인권을 이야기한다. 초등학생들 일기장 검사하는 것도 인권침해요, 직장에서 신체검사 내용을 본인이 아닌 다른 이들이 알고 있는 것 또한 인권침해요, 이력서에 학력과 부모님 직업을 적는 것도 인권침해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매맞는 것도 인권침해다. 17-8세기의 시민혁명 이후의 유럽사회, 그리고 미국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맞이했다면, 그 자유와 평등은 이제 '인권'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과 미국과 같은 선진사회에서 먼저,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인권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어디까지를 인권으로 볼 것인가. 어디까지를 인권침해로 볼 것인가. 인권이 이야기되던 어느 시점부터 끊임없이 들려오는 인권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때로는 인권침해라고 이야기되는 그것들이 '관용'을 넘어서 '무조건적인 수용'으로 받아들여지는 듯 해 씁쓸하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0명의 만화가를 모아다 '십시일반'이라는 책을 지어냈다. 박재동, 손문상, 유승하, 이우일, 이희재, 장경섭, 조만준, 최호철, 홍승우, 홍윤표. 만화를 즐겨 보지 않는 나로서는 대략 들어본 이라고는 박재동과 홍승우, 홍윤표 뿐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그들이 정성스럽게 그려낸 만화를 보며 이들의 그림이 익숙함을 깨닫는다.

  각기 다른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다른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내는 이들이 모였다. 인권문제를 가지고 만화로 그려내겠다는 그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 곳곳의 차별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자료를 수집하고 고민과 고민 끝에 여기 실린 만화를 창조해냈다. 10명의 만화가가 모여 한 작품씩 내놓음으로써  十匙一飯. 을, 그리고 편견과 차별의 없앰을 주장함으로써 십시일反 을 만들었다.

  외국인 노동자 차별, 학력 차별, 지역 차별, 남녀 차별, 장애인 차별 등등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차별의 현장을 하얀 종이 위에 펼쳐놨다. 하나하나 만화를 보고 생각하며 지하철에서 때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옆에 아주머니가 힐끔힐끔 쳐다보며 아마도 그렇게 생각했을테다. 아니 무슨 만화를 보면서 눈물을 다 흘려. 애도 아니고 다 큰 청년이 만화를 보고 있담.

  리뷰를 쓰며 한장 한장 만화를 다시 읽어보는 지금도, 가슴이 울컥 할 때가 있다. 재밌고 유쾌하게 풍자한 만화도 있는 반면, 너무나 구체적이고 삶에 밀착하여 있는 그대로 드러낸 만화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화이기도 했다. 티비 어느 프로그램에서 보면서 흘렸던 그 눈물은 만화를 보는 지금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정말 잘 만든 책이다. 이것을 그저 만화책이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 하나의 책으로서 간직하며 가끔씩 꺼내보며 처음의 눈물을 간직하고 싶다.

  한 가지 이 책에 대해 지적할 것이 있다면, 몇몇 분들도 지적했듯 차별에 대한 차별, 편견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 그려진 만화의 내용들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한 단면이다. 같은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다만 이 만화에서는 차별과 편견의 현장을 그려내느라, 인권침해를 그려내느라, 사회의 어두운 면만을 부각시킨 점도 없잖아 있다. 그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하다. 어두운 사회 이면의 밝은 사회를 지워버린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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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4-1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읽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할 책입니다.

마늘빵 2006-04-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사마천님 저도 그리 생각하여 기말고사 수행평가에 넣었습니다. 만화라 짧은 시간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생각할 거리들도 많고 해서요. 수행평가로 너무 힘들어 해서 글자책을 읽으란 소리는 못하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