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될 수도 있는 법이라는 표현으로 가리키는 법은, 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거나 혹은 제정 당시에는 순기능이 컸으나 달라진 상황 속에서 문제가 생겨나 대체입법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는 불완전한 법이지 악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44쪽
철학하는 일을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내려진 신의 명령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의 명령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만약 철학 금지 명령이라면, 자신은 신의 명령을 따르기 위하여 죽음을 무릎쓰고 공권력의 명령이라도 이에 복종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경건을 대체로 신의 뜻에 따른 것 혹은 옳은 것으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불경건을 피하려 했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57쪽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정의롭다고 합의한 것들"을 우리는 행해야 하며, 반대로 국가를 설득시키지 못하고서 떠나는 식으로 탈출함으로써 이를 짓밟는 것은 위약이다.(위약설). 또한 이러한 탈출은 상대방들을 나쁘게 해 놓는것, 달리 말해서 상대방들에 해를 가하는 행위이며(파괴설), 그것도 가장 그렇게 해서는 안될 "그런 상대방들(국법 내지 국가, 조국)에게 행하는 종류의 행악이라는 것이다(불경설). -84쪽
고대희랍에서 성문법이 생기기 이전의 초기 단계에서 분쟁 해결의 평화적인 방법은 분쟁 쌍방이 동의하는 제삼의 인물에게 그 해결을 함께 호소하여 쌍방이 받아들일 만한 판결을 얻는 것이었다. 이 경우 판결 내용은 강제적 구속력을 갖기보다는 분쟁 해결의 중재안으로서 쌍방에게 제안되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러한 성격의 판결에 분쟁 당사자들 중 어느 한쪽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이러한 판결은 강한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무시되어질 수 있다. -86쪽
왜냐하면 불의를 행할 것을 적법하게 명령받을 경우, 이 명령이 옳지 않다는 것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실패했을 때 소크라테스는 명령받은 자의 입장에서는 이에 복종하는 것이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4쪽
소크라테스의 정의의 원칙은 불의를 행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지 불의를 당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아니다. 따라서 소크라테스의 불복종사상 역시 불의를 행하라는 명령에 대한 불복종사상이지 불의를 당하라는 명령에 대한 불복종 사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118쪽
"나는 말과 행동으로 그리고 투표로써 또한 가능하다면 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아테네에서 민주정을 전복시키는 자나, 민주정이 전복된 이후에도 관직을 차지하고서 통치에 참여한 자나, 스스로 폭군 노릇을 하려고 쿠데타를 한 자나, 혹은 폭군이 되는 데 협력한 자 등을 죽이겠다." (BC410년 아테네 법률)-146쪽
"통상적으로 심지어 나쁜 법의 불복종조차도 그러한 행위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좋은 법을 포함하여 모든 법에 대한 일반적인 경멸을 초래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어린이들이 모든 과일을 팽개쳐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좋은 과일은 물론 썩은 과일도 먹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썩은 과일을 먹도록 강요당한 사람은 그로 인해 모든 과일을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하워드 진)-154쪽
"명령을 내리는 자와 복종하는 자 간의 '권위적' 관계는 공통된 이성에 근거하고 있지도 않으며 명령을 내리는 자의 권력에 기초하고 있지도 않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양자가 그 올바름을 정당성을 인정하고 양자가 그 안에서 미리 결정된 안정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위계 구조 그 자체이다."(한나 아렌트)-164쪽
가장 정의로운 사람인 철학자가 이상국가에서 통치자로 군림하지만, 현세의 타락과 불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는 공적인 영역을 피해 사적인 영역에 은신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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