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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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좋은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억지로 얘기하기를 그만두면, 몸이 오랜 세월에 길든 서로의 리듬을 마음대로 새겨준다. 그러면 대화는 느긋하고 매끄럽다. - <검정호랑나비> 中 -51쪽

지금은 초췌하게 눈 밑에 기미까지 끼어 있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사랑을 하고 다이어트다 뭐다 시끄러워 지리라. 내가 전에 여기 왔었다는 것을 잊게 한 똑같은 힘이 그녀를 또 웃게 한다.
멈추지 않는 시간은 아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순간을 하염없이 품기 위해 흘러간다. - <검정호랑나비> 中 -52쪽

나는 그의 몸매도, 할 때의 표정도, 비디오를 보며 연구한 듯 집요한 섹스 스타일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욕망은 삽입도 아니고 다른 무엇도 아니고 오로지 보는 것이 전부였고, 나를 즐겁게 해주려는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너무 집요해 나도 모르게 몇 번이나 절정에 올랐지만, 그것은 그냥 보통 섹스에서의 평범한 기분 좋음이 아니라 어딘가 뒤틀린 환희였다. 그러나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그 유난히 가는 팔도, 울룩불룩 튀어나온 등뼈도, 부숭부숭한 털도, 안경을 벗으니까 유난히 긴 속눈썹도, 햇볕에 까맣게 탄 피부도 싫다고 외면할수록 좋았다. 아무말이 없는 것도 나를 매혹시켰다.
그것은 어린 시절 바다에 놀러 가서, 파도치는 해변에서 뒹굴 때의 감각과 비슷했다. 물을 머금은 부드러운 모래가 몸 아래서 흔들리는 느낌, 그 감촉이 황홀하도록 기분 좋아서, 수영복 속으로 모래가 찔끔찔끔 들어와 나중에 성가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에이 뭐, 하고 물가에 누워 있었던 때의 그 기분. 몸을 담글 때까지는 혐오스럽지만, 한번 그 부드러운 모래의 힘에 사로잡히면 거기에 있고 싶어진다.
- <미라> 中-81-82쪽

아마도 전쟁이란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그리고 또 무엇을 '미워하자'고 정하고는,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증오란 증오를 전부 끌어내 거기에 쏟아 붓고 탓하는, 그런 중독 비슷한 이상한 상태에서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다......
- <밝은 저녁> 中 -94쪽

그 냉정함을 듬직하다 여겼었다. 하지만 사실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그저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이어지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 <아빠의 맛> 中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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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2-1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학서적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마늘빵 2006-02-1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그렇죠? ^^ 저도 첨에 제목만 보고 그런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