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연보라색으로 처리했습니다. 저 부분을 빼고 읽으시면 됩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작품이지만 시사회를 통해 미리 봤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이지만 <킹콩>이나 <태풍>처럼 광고를 많이 하지 않아서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제목만 얼핏 들었을 뿐이었다. 영화는 기대를 하지 않고 봤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좋았으며, 그 내용은 나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가슴아팠던 첫 사랑의 추억을.

  10년전 한 남자는 영화감독 지망생이었고, 한 여자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둘은 가난했고 불안정했지만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다. 마치 결코 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두 사람, 배우 지망생인 여자, '손나'는 이 남자를 사랑하지만 그가 자신의 성공을 보장해주진 못한다는 생각 아래, 그를... 떠난다. 한 중년 미국인이 허리우드에 자신을 데려가 주겠노라 약속했고, 그녀는 그를 따라갔다. 하지만 미국인은 차를 타고 떠났고, '지엔'은 '손나'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었다. '손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지엔'의 친구이자 조감독(?)에게로 다시 떠났다. 이후 '손나'는 또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니웨'와의 만남을 시작한다.



* 영화의 주연인 세 남자. 왼쪽부터 차례로 지진희, 장학우, 금성무. 지진희는 천사로 나왔지만 별다른 역할은 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비중이 많이 약했다. 금성무는 정말 잘생겼다. 우리나라의 남자배우 중 장동건이 떠올랐지만 장동건의 강하고 거친 이미지와는 달리 금성무는 매우 여리고 여성스럽다.



* 극중 지엔과 손나. 버려진 사랑, 그리움, 재회, 다시 사랑.

  사랑하는 여자가 나를 모멸차게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떠났다. 비참하게 남겨진 남자는, 자신이 받은 상처보다 그녀가 받은 상처를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도 남자는 여자를 잊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는 여자를 더욱 잊지못하고, 그리움은 미움으로 변한다. 그리고 복수로. 10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난 두 사람. 남자는 여자에게 가혹하게 복수를 한다. 사랑한다. 다시 시작하자. 그리고 떠난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과 사랑을 확인 한 뒤 모멸차게 버린다. 그녀가 나를 버린 것 처럼.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내가 준 상처로 슬픔에 빠져있는 그녀를 어루만져준다. 두 사람은 사랑한다.

  <퍼햅스 러브>는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는 한 영화에 출연하게 된 여배우, 감독, 남배우 세 사람의 실제 이야기와 영화 시나리오와의 절묘한 일치에 그 매력이 있다. 시작은 허구였으되 끝은 현실이었다. 허구는 허구로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어 돌아왔고, 그 현실은 매우 아팠다.

  영화는 사랑의 시작과 끝의 기쁨, 슬픔, 배신, 복수, 상처, 다시 사랑 의 모든 것들을 다루고 있다. 그때는 참 순수했다. 서로 나이가 들어 만난 지금 우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 동안 무슨 일들이 서로에게 일어났을까. 지금 그녀는, 그는, 그때의 그녀와, 그와, 같을까?

  고백하건대 나의 22살의 첫사랑을 얼마전 만났다. 한달전쯤. 내가 22살, 그녀가 21살이었을 때 우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사랑했다. 일년전부터 알아왔던 그녀는 나와 같은 학교의 3년 선배와 사귀고 있었고, 나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인터넷상에서 만날 때마다 그녀와 대화를 주고받곤 했다. 가끔 문자도 보내며. 그렇게 일년이 지나가고 그녀는 선배와 헤어졌으며, 어느 가을 오랜 침묵을 깨고 내게 전화를 했고,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둘만의 첫 데이트였고, 3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내게 어느날 밤 전화를 통해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했다. "헤어지자"  난 울뿐 이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유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 좋아하는데 사랑은 아닌거 같다. 하지만 사랑을 확인시켜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으니까. 만약 지금도 나의 여자친구가 그런 이유로 헤어짐을 통보한다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좋아함과 사랑함의 차이는 여전히 난 모르므로.

  일년 뒤 군대를 갔고, 100일 휴가를 나왔을 때 그녀가 연락을 해왔다. 만났다. 그날도 세차게 비가 내렸다.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던날도 세차가 비가왔었다. 다시 만난 그날도 비가 왔다. "다시 사귀자" "그건 아닌 거 같아" 내 앞에서 울고 있는 그녀. 왜... 그렇게 다시 연락은 됐지만 또 끊겼다.

  작년에 제대했다. 그리고 난 여전히 계속해서 그녀를 찾았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그녀의 이름이 싸이홈피에 나타나지 않자 -검색하면 6명이 뜨는데 그 모두 아니었다 - 그녀의 친한 친구들의 이름을 검색해봤고, 못찾았다. 그녀가 다니던 대학의 과홈페이지에도 들어가봤지만 그녀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쓰던 이메일로 메일도 보내봤지만 이미 계정이 바뀌었다. 더이상의 방법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 쯤. 연락이 왔다. 미니홈피의 쪽지를 통해. 잘 지내느냐고... 이렇게 가슴이 뛰었던 적이 없었다. 바로 답장을 보냈으나 그녀는 3일 후에나 확인을 했고,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의 침묵을 깨고 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만났다. 하지만 내겐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녀에겐 나 이후에 아무도 없었다.

  영화에서처럼 10년의 세월도 아니었고, 여자가 다른 남자를 쫓아 떠난 것도 아니었다. 내가 22살, 그녀가 21살이었고, 지금 나는 27살, 그녀는 26살.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많이 미안해했고, 나는 그녀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지금, 난 그녀에게 갈 수가 없다. 내겐 다른 사람이 있다. 그녀도 안다. 아마 지금도 우리의 인연은 맺어질 수 없나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찾아 헤매다 만났지만 아직 아닌가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지난 나의 기억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녀와의 작은 기억들까지도. 누군가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하던데 그것은 내게도 적용이 되나보다. 난 지금까지의 다른 여자친구들 혹은 데이트라도 했던 다른 여자들과도 그녀와 지냈던 날들만큼이나 좋았던 적이 없었고, 그녀와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녀에게 받았던, 우리의 추억이 담겨있던 물건들을 버리지 않았다. 지금도 내 책상 밑 상자에는 그 물건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있다.

  사랑은 너무 어렵다. 그것은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많은 슬픔과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슬픔과 상처는 오랜시간 동안 날 사로잡아 내 삶을 가두어놓았다. 하지만 또 사랑은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지난 기억을 되새기며 나를 반성하고 성찰한다. 아마도 사랑. 이 영화는 사랑을 다루고 있고, 가슴 속 깊은 곳의 그 사랑을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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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5-12-2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사연과 같이 봐서 그런지 이 영화 되게 보고 싶네요. 사랑은 어렵다는거. 저도 공감합니다. 진짜 어려워서 뭐가 뭔지를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부모 자식간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나 많이 확실한 어조로 얘기함은 그나마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이여서인지도 모르겠어요.

마늘빵 2005-12-29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영화 보시면 조금 지루할진 모르겠지만 그 지루함을 틈타고 머리 속으로 갖가지 생각들이 왔다갔다 하는걸 느끼실거에요. 개봉하면 한번 보세요. 사랑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사랑의 감정을 갖는다는 것도, 혼자의 사랑을 둘의 사랑으로 바꾼다는 것도, 사랑의 진행과정도, 사랑을 유지하는 것도, 이별을 준비하는 것도, 이별하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모두 어렵습니다. 너무나.

LAYLA 2005-12-2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 없는 건가요? 무서워서 읽지 못했어요 저도 금성무 좋아해요 ㅋㅋㅋ ^^

마늘빵 2005-12-2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스포일러 조금 있는데. ^^ 제목 옆에 달아놔야겠어요.

깐따삐야 2005-12-29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요즘 마음 한 구석이 휑한 게 가슴 시린 멜로 영화 한 편 보고 싶었는데.
잘 보고 갑니다.
용기 있게! 더 예쁜 사랑 가꿔 나가시기 바래요!

마늘빵 2005-12-29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 네. 훔. 전 지금 제 사랑 - 저기 언급한 첫사랑 말구 - 에 대해선 모르겠어요. 어찌해야할지.

BRINY 2005-12-30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학우, 많이 늙어버렸네요!

마늘빵 2005-12-30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장학우가 누군지도 처음 알았어요. ^^ 배우들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터라. 게다가 홍콩, 중국배우는 더더욱. 흠. 아침에 일찍 일어나셨네요?!

BRINY 2005-12-3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내일 방학합니다요.

마늘빵 2005-12-3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좀 늦으셨네요?! 마지막날 방학이라니. ^^ 하지만 개학도 그만큼 늦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