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선 영화를 낼 때마다 온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감독이 있고, 영화를 낼 때마다 꾸사리 먹는 감독이 있다. 전자에는 박찬욱, 곽경택, 봉준호, 강제규 등이 뽑히고, 후자에는 김기덕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인 홍상수가 뽑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희한한 것은 국제 머머 영화제에서 상을 제일 많이 받는 감독이 누군고 하면 후자인 김기덕과 홍상수 감독이다. 물론 전자의 박찬욱 감독도 복수 3부작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긴 했지만서리. 국내와 국외에서 사랑을 받는 박찬욱은 이상할게 없다쳐도, 국내에선 욕먹고 국외에선 칭송받는 김기덕과 홍상수는 뭐니.
그들이 왜 욕을 먹는가. 두 감독이 만드는 영화의 공통점은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지극히 남성중심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영화에서 여자는 남자의 사랑의 대상이기보다 성적인 대상으로 자주 비춰진다. 그것은 실제 감독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이미 다 만들어져 감독의 손으로부터 떨어져 버린 작품에 대한 보는 이들의 새로운 해석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감독의 의도가 어떻고 이건 이렇게 해석해야되고 하는 식의 깊이있는 토론을 거치지 않은 채, 극장 좌석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충분히 불쾌감을 심어줄 수 있는, 심어줄 소지가 다분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럼 난 어떻게 보느냐? 나도 그렇게 본다. 두 감독의 영화에서는 모두 여자는 남자의 섹스의 대상으로 치부되며 너무나도 지극히 남자의 늑대적 본성만을 앞세운 장면들이 곳곳에서 드러나 불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또다른 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남자들의 머리 속 상상의 장을 장면으로 표출한 솔직한 영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까발려 놓고 이야기해보자. 그런 상상(어떤거? 저 감독의 영화를 보면 알아) 한번쯤 안해본 남자들 있는가? 흠. 없을 수도 있지 머. 그런데 솔.직.히. 난 아니다. 내가 부도덕한 위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난 그런 상상 머리 속에서 해본 적 있고, 그게 한 두 번도 아니다. 지금 홍상수 감독을 변호하자는 건 아니고, 그렇게 영화를 달리 해석해서 볼 수도 있다 라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해주고자 하는 것일 뿐.
홍상수 감독의 대표적인 영화로는 <극장전> <생활의 발견> <오 수정> <강원도의 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 있는데 모두 다 알려진 영화들이고, 이 영화들이 그가 오버에서 내놓은 모든 영화다. 언더의 생활은 잘 모르겠고. 내놓은 모든 영화들이 상업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그런 영화들은 하나같이 없지만 - 왜냐면 그것은 관객이 그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관객이 들지 않는 그의 영화는 대박이 날 수가 없다 - 잘 알려진 영화이다.
그의 영화는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들을 가까이서 살펴봄으로써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는 매우 천천히 진행되고, 별다른 기승전결이 없다. 높낮이도 없어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흥분과 감동, 슬픔을 선사하지도 못하고, 밋밋하게 그저 일상을 뒤따라가며 찍어 보여줄 뿐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남자가 7년전의 각자의 첫 사랑을 떠올리며 찾아가고 이전을 떠올리며 어떻게 그녀와 섹스를 할까 속으로 궁리할 뿐. 카메라는 그 두 남자를 쫓아가며 찍을 뿐이다.

* 이 장면 이후 유지태의 손은 그녀의 치마로 들어간다. 그녀는 말한다. "하지 말랬잖아요!!!" 유지태는 말한다. "못들었어요..." 이어서 그녀는 말한다. "그냥 안고만 있었으면 같이 놀 수도 있었을텐데... " 바로 이런 대사들이 홍상수가 욕을 먹는 이유다. 영화의 말미에 유지태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술자리에서 진실게임을 할 때, 한 여학생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섹스는 언제했고, 누구랑 했고, 느낌은 어땠어?" 그리고 여학생은 순순히 말한다.
"이틀전에 했고, 술마시다가 남자가 원하는 거 같아서 했고, 느낌은 그냥 그랬어요."
홍상수가 욕을 먹는 이유다.
그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영화의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꿈과 현실의 관계에 관한 영화이며, 사랑의 환상에 대한 영화이다. 사랑이란 바닥날 수 없는 주제이며, 사랑을 하면서 가장 강한 욕구를 느끼고 모든 환상을 경험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라고. 그것이 사랑의 꿈과 현실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지, 사랑의 환상을 다루고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감독의 의도는 그러했다 라고 하니깐 그렇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 그것이 사랑의 환상인지, 섹스의 환상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개봉한지 얼마 안된 영화 <애인>의 노출 장면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성현아. 그녀는 이 영화에서도 두 남자의 성적대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사랑의 대상으로(?!). 성현아는 이 영화로 해외 어느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녀의 연기는 나도 인정. 그녀는 영화 속에서 이런(어떤?) 역할을 자주 맡게 되는데 그 역할들이 그녀의 캐릭터와 썩 잘 어울린다. 이게 그녀를 욕하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말하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