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분노로 한껏 누군가를 후려패고  싶을 때, 그런데 그러지 못할 때 그렇게 말한다.

 "주먹이 운다 울어!"

 아마도 이 영화 제목 <주먹이 운다>는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내 인생 좆됐다. 세상이 원망스럽고 더 이상 추락할 바닥도 보이지 않는다. 땅 바닥까지 다 내려와서 이제 올라갈 길 밖에 없다. 이런 씨X. 내 주먹이 운다 울어! 뭐 이런게 아닐까?



* 만원 한장에 웃는다. 날 때려다오. 내가 맞아야 내 자식 먹여살린다.

  왕년엔 복싱스타였지만 지금은 길거리에서 매맞는 알바(?)를 하고 있는 태식이. 나 한때 잘 나가는 복싱선수였고, 아시안 게임 은메달리스트였다. 그런데! 에이 씨X. 도박, 화재로 돈 다 날리고 먹고 살자니 할 짓이 없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짓인 복싱으로 어캐 좀 해볼란다. 이런 이제 늙어서 시합같은것도 못나가고 돈 받고 매 맞으며 살아야지. 길거리에서 애인한테 차인 분, 직장상사한테 갈굼당한 분, 사기당한 분 등등 불러내어 그 원한을 자기한테 풀어달라 한다. 돈 내고. 완젼 무슨 오락실 밖에 나와 있는 두더지도 아니고. 화풀이를 멀쩡이 살아있는 생사람한테 풀으라니. 그런데 그걸 또 돈 주고 하는 년넘들이 있네 그려. "아저씨 오늘은 장사안해요?" 라고 대놓고 물어보는 넘들. "안해 이씨"



* 뭘 야려?! 사람 상판때기 처음봐?! 눈에 독기를 품고 다시 시작하자. 내 인생은 여기서부터다.

  동네 양아치. 애들한테 삥뜯기, 패싸움에 일가견이 있는 나. 어쩌다가 강도사건에 엮여서 교도소 들어왔는데 이런 니미 오자마자 맞짱떠서 독감 들어갔네. 체육관 주임이 날 보고 권투를 해보란다. 어 함 해볼까. 했더니 좋네.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 맨날 싸움박질이나 하며 왜 사나 싶었는데 이제 뭔가 좀 의욕이 생길라 한다. 그런데, 공사장에서 막노동하던 아버지, 위에서 내려온 벽돌덩이(?)에 맞아 죽었다. 할머니가 면회를 오더니 계속 울기만 한다. 그리고 할머니도 쓰러졌다. 아 씨X. 뭐 이러냐. 인생 좆같네.



* 맞짱.

  태식이와 상환이 둘 다 모두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내려갈 곳도 없다. 인생 막판까지 다 왔고 이제 좀 일어서보자며 마음 먹고 권투한다. 권투 이거 아니면 안된다. 나이 잔뜩 처먹고 먹고 살자고, 처자식 먹여살리자고 다시 뛰어들었다. 아버지 죽고, 할머니 쓰러지고, 집안 좆됐고, 내 인생도 좆됐다. 나도 더 이상 갈 데 없다. 처음이지만 해보련다. 이렇게 태식이와 상환이는 맞짱뜬다.

  아니 그럼 누굴 응원하나 그래?! 이기는 편 우리편? 그것도 아닌거 같다. 둘다 불쌍하다. 인생을 걸고 싸운다.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중요한건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그 둘 모두 각자의 인생을 걸고 싸운다는 것이 중요할 뿐. 그들에게 권투는 인생이요, 지금 현재 나의 삶의 모든 것이다. 그렇게 뭔가 내가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것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는 행복하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뭘 해야할지 모르고, 아무것도 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뭔가를 함으로써 나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어느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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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2-1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주먹으로 괴롭히기보단, 더 집요하고, 잔인하게 괴롭혀주고 싶어요.

마늘빵 2005-12-16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캐요? 말로 막 갈구나? ㅋㅋ 근데 누구를???

하이드 2005-12-1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차고간 남자친구... 라고 하고 싶지만, 그냥, 미운 인간들요.
아, 내일 나오는거 맞아요?

마늘빵 2005-12-1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무슨 야기를 들었나보네요? 내일 아직 잘 모르겠눈데...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