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 없다. 1948년도 흑백영화다. EBS 무슨 명작 영화 프로그램 같은데서나 볼 수 있는 희귀영화이면서 명작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선택된 강요'에 의해서 볼 수 밖에 없었으나 재밌었다. 대학원 <영상매체와 윤리교육> 이라는 수업에서 영화 몇편을 다루고 토론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선택된 첫번째 영화가 이것이다.

  <자전거 도둑> 1948년도 이탈리아 영화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피폐해진 이탈리아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빼짝 마른 아버지 안토니오는 길거리에 벽보를 붙이는 일거리를 얻었다. 이것만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자전거가 있어야 한단다. 안토니오의 아내는  할 수 없이 가난한 집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침대 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안토니오는 그 돈으로 자전거를 구입한다. 이 자전거가 그의 모든 것이다. 드디어 직업을 구한 안토니오, 하지만 다음 날 벽보를 붙이는 사이 자전거를 도둑 맞게 되고 아들 브루노와 함께 이 자전거를 찾아 나서게 된다. 당연히 직장은 잘렸다. 자전거가 없으니.

  남은 돈을 가지고 아침부터 거리를 배회하며 자신의 자전거 넘버와 상표를 확인하는 두 사람, 안토니오와 브루노. 두 사람은 친구들을 동원에 자전거 중고시장에 나온 온갖 자건거들을 확인하고 다닌다. 누구는 자전거 타이어, 누구는 자전거 운전대, 안장을 찾기로 하고 돌아다녀보지만 그 많은 자전거 중 어떻게 찾겠느뇨. 괜히 의심스러운 것 하나를 발견 보자고 했다가 서로 욕설이 오가는 지경에 이르고, 경찰을 동원 끝내 확인했지만 내 것이 아니다. 밥도 굶은 채 돌아댕겨 이제 다리도 아프다. 설상가상 비도 온다. 쏴아쏴아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리고 피하는 과정에서 아들 브루노는 흙탕물에 범벅된다. 아버지는 자기혼자 피하고 아들은 뒤에서 쫓아가다 넘어지고.

  의심스러운 한 사람을 발견하고 쫓아가 대질했으나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모함한다며 동네 사람들롤부터 잔뜩 욕만 먹고 나왔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아들에게 돈을 줘 돌려보내고, 자신이 길거리에 서있는 자전거를 훔치는 것. 하지만 브루노는 전동차를 놓치고 아버지를 향해 다시 가는데, 그 사이 아버지는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다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이런... 브루노 앞에서 추한 꼴을 보이게 됐다. 경찰에 넘어갈 상황에서 불쌍한 아들 브루노에게 동정을 느낀 주인의 배려로 그냥 돌려보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를 함께 본 대학원생 중 몇은 눈물을 흘렸다. 헉. 그렇게 슬펐나? 난 웃겼다. 영화를 다 본 뒤의 감상이 서로 어긋난다. 슬펐던 것은 아마도 자전거 하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에게 동정을 사서, 아니면 아버지를 쫓아다니느라 지칠 때로 지치고 아버지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불쌍한 아들 브루노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난 오히려 그 상황이 더 웃겼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아들은 아버지를 쫓아댕기느라 피곤하고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대개의 아버지는 어린 아이를 보호하고 챙기는 것이 상식이지만 영화 속의 아버지 안토니오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각자 자신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듯 하다. 아버지가 뛰면 따라 뛰고, 달리기가 빠르지 못해 달리다 넘어지고 아버지 잃어버리고 허둥지둥 대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물론 슬프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자전거를 훔쳐간 도둑의 모습을 한채 아들 앞에 서야했던 그는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사람들로부터 욕먹고 몰매맞는 아버지를 버리지 않고 달려가 그를 보호하는 아들 브루노. 아버지는 아들을 버려두는데 아들은 아버지를 챙긴다.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지탄받는 아버지를. 감.동. 한수푼.

  여기서 윤리적인 토론거리를 찾아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어차피 물건은 돌고 도는 것. 남이 내 자전거를 훔쳐갔으니 이걸 못찾는다면 나도 다른 자전거를 훔칠 수 밖에 없다?

 2. 남녀가 사랑하고 가정을 이뤄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하고 책임져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독립된 하나의 인간으로서 스스로 살 길을 찾도록 해야하는 것일까?

 3. 가족의 잘못을 덮고 감싸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정의의 잣대로 재고 잘못되었다면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옳은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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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0-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742005

요 글이 생각나네요.
그러고보니 둘다 이탈리


마늘빵 2005-10-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기 모야요. 영어네. 읽는 데 오래걸려서 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