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화제의 영화를 나도 드뎌 봤다. <박수칠 때 떠나라>. <친절한 금자씨> 만큼이나 관객의 평이 엇갈리는 이 영화. 일전에 밴드 사람들과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단 한명을 빼고는 아무도 이 영화를 보려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들의 주변 사람들이 먼저 영화를 보고 안좋은 평가를 내렸던 것. 그만큼 한 사람의 관객의 힘은 영화의 흥행과 직결된다. 영화 개봉 이전의 사전 홍보효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무리 홍보가 덜 됐다 하더라도 일단 먼저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그  힘은 실로 무시할 수 없다. 오늘날은 비단 영화 뿐 아니라 책이나 음악 등의 모든 문화장르의 흥행에 이러한 작동기제가 작용한다.

  나를 포함 세명이서 이 영화를 관람. 함께 본 한 명은 그다지 확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다는 평. 그냥 그랬다 정도. 나는 오 재밌다 라는 반응. 역시 같은 영화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자리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감상이 다르다.



* 6자 회담(?)하는 뽕팔이들. 얘네들도 잠깐이지만 아주 재밌었다. 흐흐

  처음에 범죄추리극 정도로 비춰지던 이 영화가 영화 중반즈음해서 이상하게 바뀐다. 갑자기 공포물이 되어버린 것. 머냐? 하지만 재밌다. '장르의 극적인 전환' 이라고 까지는 못하지만 장난스럽게 살짝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것이 귀엽다. 그러더니 어어 더 이상해진다. 과학적인 증거물에 의존해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무당을 데려와서 굿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진짜로 귀신이 들렸고 카메라를 담당하던 생방송 감독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한다. 칼을 쑤신 범인을 지목하고, 이어서 나타나는 진범. 그러나 진범은 따로 있다. 누구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무당에 의해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 오 깬다. 그래도 재밌다.



* 박정아. 난 처음에 그녀인줄 몰랐다. 꽤 연기를 잘 하던걸? 그리 많이 나온건 아니지만. 이쁘다. ^^

  장진 감독이 최근 그가 직접 감독을 한 건 아니지만 참여했던 <웰컴 투 동막골>과 감독으로 나선 <박수칠 때 떠나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을 내놓은 박찬욱은 한편 뒤로 물러섰다. 오 이런. 실로 그의 시대가 도래했다. <킬러들의 수다>에서 보여준 만큼의 등장인물들의 허무하고 웃긴 대화방식이 고스란히 여기에도 전해진다. 같이 영화를 본 누군가는 장진 영화의 최고봉은 <아는 여자>라고 하지만 난 그 영화를 보고 싶어했음에도 아직 못봤으므로 제외하고. 일단 <킬러들의 수다>에서의 그 재미난 대화방식이 여기까지 전해졌다. 장르의 전환, 반전의 반전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장진 영화의 핵심은 그만의 화법에 있다. 실컷 씨부리다가 순간 멈추고 존재말로 바꿔주는 센스. 내뱉어지는 대사 속에 숨어있는 특유의 억양(?). 아 뭐라 참 설명하기 뭣한 그만의 화법을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일단 보는 수 밖에 도리 없다.  



* 떴다 신하균. 불쌍해보이면서도 때론 사악해보이는 그만의 표정. 거짓말을 진실같이, 진실을 거짓말같이 하는 그의 대사법.

  장진도 장진이지만 신하균. 그도 <웰컴 투 동막골> 과 <박수칠 때 떠나라>. 1,2위를 다투는 이 영화로 입이 찢어졌을 듯 하다. 신하균은 뭔가 당하는 역할이 알맞다. 된통 당하고 찌그러지고 다시 카메라로 얼굴을 들어대는 그 표정. 그건 그가 아니면 안된다. 또한 아주 흥행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혈의 누>에 이어 얼굴을 내밀은 차승원의 연기도 볼만하다. <혈의 누>에서도 수사관이었는데 여기서도 현대판 수사관 검찰이다. <혈의 누>의 그의 배역은 썩 어울려보이진 않았지만 <박수>에서는 좋았다. 장진, 신하균, 차승원. 아주 대박 터졌구나.

  마지막으로 음악을 살펴보자면 영화의 음악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장면 장면의 분위기에 효과를 배가 시키는데는 안성맞춤이었다. 음악감독이 누군가 궁금했는데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일단 잘 모르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장진 영화의 담당 음악감독이라는 점은 알 듯 하다. <킬러들의 수다>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등을 그가 맡았으니. 장진의 영화 절반 가량은 그의 손에서 음악이 완성됐다.

   아직 안본 이들에게 추천.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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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8-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매했어요. 보고 와서 얘기 다시 하자구요. ^^

마늘빵 2005-08-2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넹. 재밌을거에요.

책속에 책 2005-08-27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나서 무척 헷갈려했던 작품이에요..예를 들면 마지막에 신하균은 왜 웃었을까..등등 차승원의 연기는 꽤 좋았는데..신하균은 외려 비중이 작았단 느낌도 들고..원가 매듭하나가 덜 풀리고 끝난 느낌였어요..저는 ^^

마늘빵 2005-08-2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하균은 훼이크가 아니었나... ㅋㅋ

로즈마리 2005-08-27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동막골하고 금자씨 본 다음이라서 그런지 그 중 가장 별루였어요..--;;
막판에 심령영화 된것두..그렇고..언제 웃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것두 그렇구..
웃고싶어도 이거 진지해야 하나? 진지해도 이거 웃어야 하나?
그게 좀 엉성하게 되었네요...장진감독식 유머를 좋아하는데 그런 유머는
동막골에서 더 발휘된 듯 하네요.
동막골하고 금자씨는 재밌었는데...

마늘빵 2005-08-2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세 영화 다 괜찮았어요. 금자씨만 너무 기대를 많이해서 그런지 이전작들에 비해 조금 실망했었구욤. 장진식의 유머 참 재밌습니다. 전 그냥 힘 빼고 봐서 그런가. 많이 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