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대박의 기미가 보인다. 예고편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며 관객들의 이목을 끌던 <아일랜드>가 개봉했다. 극장마다 이 영화를 빼놓은 곳이 없고, 심지어 내가 이 영화를 봤던 극장에서는 <아일랜드>만 8개 상영관 중 4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박.조.짐.

<나쁜녀석들> <더록> <아마게돈> <진주만> 등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마이클 베이 감독. 그리고 말 해 더 무엇하랴 <트레인 스포팅> <필로우북>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벨벳 골드마인><물랑루즈><스타워즈><블랙호크다운><영아담> 등을 통해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모두 한가닥씩 한 영화들이고, 뭐하나 빼놓을만한 작품이 없다. 최근 그가 상영관에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스타워즈 3 : 시스의 복수>를 통해서인데 이 영화 막 내린지 얼마 안된 지금 <아일랜드>라는 영화로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난 사실 그에게 별다른 매력은 못느끼겠지만 많은 여성들이 그를 좋아라 하는 것 같다. 도대체 너의 매력이 뭐니.

<아일랜드>의 또다른 주연인 스칼렛 요한슨. 그녀의 이름은 솔직히 처음 들어본다. 이 여자 84년생 이라고 하는데 헐. 나보다 나이 많아보이던데?? 84년이면 몇 살이지? 22살? 22살 치고는 이 여자 경력이 꽤 화려하다. <나홀로 집에 3> <베이브는 외출중> <프릭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의 영화들에 출연했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난 모른다. 그 중 내가 본 영화는 <나홀로 집에 3> 와 <프릭스> 정도인데 거기서 누구로 나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주위에 이미 <아일랜드>를 본 사람들의 일반적인 평가는 기대만큼은 아니고 그냥 볼만한 영화 라는 평이 다수를 이룬다. <우주전쟁>을 볼 때도 주위 사람들의 혹독한 평가에도 꿋꿋하게 영화를 보고 나 역시 그들의 의견에 합류했다. <아일랜드>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관람후 소감이 다 거기서 거기인듯 하다. 나 역시도 그다지 확 사로잡는 그런 뭔가를 느끼지는 못했고, 최고의 영화다 라고도 말 못하겠고, 그냥 그럭저럭 괜찮았던 영화라는 정도로 소감을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 조던 2 - 델타로 나오는 스칼렛 요한슨. 리얼세계에서 그녀는 모델이다.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후 인간복제는 현실화 되었고, 사람들은 조금 더 오래토록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욕심으로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는다. 자신의 복제인간을 배양하여 나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그들을 이용해 보완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장기가 파손되어 긴급히 내 몸에 맞는 장기를 대체해야한다면 그 누구보다 나의 유전자로 복제된 복제인간의 그것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또,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면 내 남편의 정자를 복제인간에게 수정시켜 대신 아이를 낳게 할 수도 있다. 담배를 많이 피워 폐암에 걸렸다면, 술을 많이 마셔 위암에 걸렸다면, 복제인간의 폐와 위를 내것으로 새롭게 가져올 수가 있다. 절대 건강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막지대의 땅 속에 묻혀있는 또다른 삶. 그곳에는 진짜 세계의 사람들의 복제인간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은 그곳 이외의 공간의 존재는 전혀 모른다. 우리들은 지구환경오염으로부터 생존한 인간들이며, 이곳에서 오직 아일랜드라는 환상세계, 꿈의 세계로 가는 희망을 간직한 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이 통제받는 사회. 일어나자마자 스케줄을 알려주는 전광판, 방금 본 소변에서 나트륨이 과다 검출됐다는 등, 잠자는 동안 꾼 꿈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으니 검진을 받아보라는 등의 메세지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먹을 것도 마음대로 못먹고 몸의 영향분을 조절하여 필요한 영향소만 주입하도록 되어있고, 남녀간의 사랑도 금물이며, 신체 접촉도 당연히 금지된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또다른 이상세계 지상낙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일랜드로 가기를 희망한다. 매일같이 무작위 추첨을 통해서 아일랜드로 갈 사람들이 뽑힌다. 그러나 그들이 상상하고 희망하는 아일랜드는 말 그대로 상상이고 희망일 뿐이다. 실제 그런 곳이란 없다. 아일랜드는 오히려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 사회다. 곧 바로 죽음과 직면하게 되니깐. 리얼 세계에서 건강에 위협을 느끼는 이들은 때가 되면 보험처럼 들어놨던 복제인간을 통해 신체 일부분을 이식받게 된다. 피부, 눈, 심장, 콩팥, 위, 폐 등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

복제인간 링컨 6 -에코는 여기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 그는 통제된 구역의 리얼인간과 접촉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지구상에 멸종했어야 할 생명체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한밤중에 통제구역의 뚜껑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리얼 세계로. 그곳에서 이미 아일랜드로 갔어야 할 동료들의 죽음을 엿보게 되고, 충격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날 밤 추첨에 당첨된 절친한 동료 조던 2- 델타를 구하기 위해 금남의 구역으로 들어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뛰쳐나온다.



* 복제인간의 배양 모습.

영화 <아일랜드>는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복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복제양 둘리가 체세포 분열을 통해 자라났고, 지금은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배양에 힘쓰고 있다. 복제에 관한 인류의 기술을 날로 발전해가고, 함께 영화를 본 동물생명자원학과의 친구에 말에 따르면 그렇더라도 인간을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은 하지만, 나는 왠지 무섭다. 영화 속의 모습이 단지 영화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혹은 다른 의도로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 필요할 때 그들을 죽이는 것은 정당한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 물음에 대해서 아마도 감독은 "그렇지 않다. 그들도 생명이고 인간이다." 라는 대답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수의 관객들이 그와 같은 감독의 의도에 공감을 할테고.

함께 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쟤네 둘이 도망칠 때 빨리 잡혀들어가야되는데 라고 생각했어."

"클론은 클론일 뿐이야. 클론이 어떻게 인간이 될 수 있어."

"인간이 자신의 생명이나 건강을 위해서 지금도 온갖 동물들을 이용해서 실험하고 있는데, 차라리 그러면 같은 종족을 대상으로 그런 실험을 해야된다고 생각해.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천부적 인권이 있다고 하고, 동물은 그렇지 않다고 하고. 그럴바에야 차라리 같은 종족인 클론을 만들어서 그들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이용하면 되는거지."

순간 뒷통수를 팡~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가 있구나. 하하. 나도 인간이 자신들의 미적 욕구와 건강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다른 종족인 동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우리들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식품, 약 등의 모든 것은 동물을 대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라는 결과가 도출된 다음에야 인간에게 적용되고 있다. 즉 인간은 동물을 이용하여 자기이익을 꽤하고 있다.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지구를 지배한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인간만이 가장 우월하고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천부적인 인권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 정말 무섭다. 이건 도덕책에서도 이렇게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인간이 더 우월하다고. 쩝. 그래서 난 도덕책이 싫어.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종족이 아닌 같은 종족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야한다. 좋다 여기까지는. 그런데! 왜  하필 클론을 만들어 그들을 이용한단 말인가. 같은 종족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 온전히 태어난 리얼 인간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숨쉬고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들이다. 분명 아파 누워있는 식물인간 상태의 리얼인간보다 그들이 훨씬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그들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복제된 상품으로 취급한다. 영화 속에서도 그들이 도망 칠 때 리얼인가은 말한다. "제품이 도망치고 있다" 라고. 하하하. 물건이 도망치다니. 이런.

만약 인간의 신체가 복제 가능하다면 나는 클론을 만들 것 아니라 신체의 일부만을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필요한 부분만 말이다. 콩팥이 필요하십니까? 그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심장? 폐? 눈? 피부?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생명체로서의 클론을 만들어 그들을 이용하고 폐기처분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걔들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일지는 모르지만 완성된 제품으로 출고되었을 때 그것은 상품이 아니라 인간이다. 살아있고 느끼고 생각하는 인간. 리얼인간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친구는 인간복제는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지금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도 점차 기술이 발전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완점을 찾아낼 것이고, 결국 영화와 같이 우리는 완전한 형태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낼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들을 인간 취급할 것인지, 상품 취급할 것인지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리얼인간들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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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7-2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보셨군요...
신체의 일부만을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영화 내용에 나오잖아요^^ 그러면 부작용이 크다고

책속에 책 2005-07-2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월광천녀'라는 만화 보셨어요? 전 이 영화 내용 듣고는 바로 그 만화가 떠오르던데...얼개가 비슷하거든요...각국의 지도자급의 자녀들의 클론을 만들어 외딴섬에서 격리시켜 키우다가 신체일부를 적출해가는 것까지....그 이후엔 알수없는 우주와 신 혹은 힘에 의해 줄거리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 꾸며지지만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original 인간보다 클론이 더 강하게 성장해요..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이렇게 추상적으로 쓰지만..아무튼 자신이 클론이라는 사실에 대한 분노, 살고 싶다는 열망, 원망등이 클론을 더 강한 개체로 만들지요..
과학이 인간의 신체를 정복할 수는 있지만 결국 인간의 정신 또는 혼이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다고나 할까요...소름끼치도록 오싹해지는 만화지만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Phantomlady 2005-07-2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동물도 아니고 우리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보험상품'으로 학대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래서 우리는 외계인을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리잖아요.. 암튼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큰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괜히 나왔다 싶더군요.. ^^;

마늘빵 2005-07-2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 그랬었나요? 그런 말이 나왔나..? 왜 기억이 안날까. 훕...
데이드리머님 / 만화 제목은 들어본거 같은데 보진 못했어요. 흠 내용이 거의 흡사한가봐요. 이 영화에서도 클론과 리얼인간이 만났을 때 클론이 더 뛰어나보이죠. 링컨.
스노드롭님 / 그러게나 말입니다. 겉으로는 똑같죠. 그런데 사람들은 상품취급하잖아요. 흠. 먼 미래에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