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불가사리>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었는데 난 이게 후속편까지 있는줄은 몰랐다.  우연히 접하게 된 <불가사리2>를 통해서 <불가사리3>와 <불가사리4>까지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도대체 이것들이 언제 개봉했던게야? 아님 비디오로만 나왔나? 마지막 작품이 2004년인가로 되어있는데. 하긴 그때는 내가 군에 있던 시절이다. 개봉되었어도 몰랐겠지. 또 개봉되었더라도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는 아니다. 솔.직.히. 재미는 있지만 극장용 영화는 아니라는 말은, 이런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라면 끓여놓고 배부르게 먹고 쇼파에 모로 누워서 껄렁껄렁한 모양새로 봐야 제맛이라는 말이다. <불가사리>나 <불가사리2>나 난 모두 이런 모양새로 봤다.

 <불가사리>라는 영화는 괴 생물체에 대항해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역경을 극복하는 인간, 투지에 넘치는 인간, 지능적인 인간의 모습들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 이는 <불가사리>라는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성질들은 물론 아니다. <에일리언> 시리즈나 기타 등등 괴물에 대항해서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영화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단지 <불가사리>가 그들 영화와 다른 점은 배경이 인적없는 황량한 사막이라는 점이다. 사막이거나 혹은 마냥 벌판이거나. 어쨌든 고립된 공간이다.

 드넓지만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괴 생물체와 인간의 투쟁. <불가사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괴물의 모습이 <불가사리2>에서는 새롭게 등장하는데 귀엽기까지 하다. 예전에 봤던 땅속을 헤치고 다니는 거대한 몸집의 지렁이같은 생물체가 <불가사리2>에서 변태를 하고 자웅동체로 자가번식을 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띤다. 이는 괴물이 변하지 않고서는 영화가 시리즈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기본적인 괴물영화의 규칙을 깨지 않는다.

 예전의 괴물은 진동소리로 위치를 파악해 사람을 공격했지만, 이번 괴물은 열을 감지함으로써 사람을 공격한다. 열이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 자동차 엔진이든 변전소든 사람이든 할 것 없이 - 공격하고 부순다. 당연히 인간 역시 이를 알아채고서 온몸에 소화기를 뿌려가며 몸을 차갑게 만들어 적진 속으로 과감히 침투하기도 하고, 철판문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살금살금 도망가기도 한다.

 지능이 있는 괴물과 지능이 있는 사람의 싸움. 물론 결과는 뻔히 알다시피 인간의 승리로 항상 귀결된다. 어쩌면 괴물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양한 볼거리 말고도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동물이다" 라는 우리네 진리(?)를 강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 등장하는 불가사리라는 놈도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공룡보다도 더 오래된 시기에 존재했던,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이라고 하며, 선캄브리아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놈이라고 하니깐. 굳이 지구상의 생물체임을 강조하는 것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체 임을 강조하는 것도, 인간을 능가하는 동물은 없다 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전작보다 질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토리도 전작과 다를 바 없고, 단지 다른 것은 괴물의 모양새뿐. 그다지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긴장감을 조성하지도 않으며 괴물이 무섭거나 놀랍지도 않다는 사실은 그닥 보여줄 것이 없는 괴물영화에서 치명적인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불가사리3>와 <불가사리4>는 좀 나을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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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5-07-1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보고..전 북한영화생각했어요. 쇠를 먹고 자란다는 괴수영화 불가사리요. 그런데 설명하시는 것 보니..다른 영화인듯 하네요. 하하..

마늘빵 2005-07-1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 그 영화 저도 얼핏 들어본거 같습니다. 이 영화는 다른 겁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