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된 영화들 중 못본 영화도 많고, 그중 보고픈 것들도 몇 개 있었지만 같이 보게 된 밴드 보컬이 "난 배트맨 아니면 안봐~" 라고 떼쓰는 통에 결국 우리네 영화는 <배트맨 비긴스>로 결정됐다.





 수많은 배트맨 영화가 나왔고, 내가 그중 몇개나 봤는지도 잘 기억도 안나는 이 영화 참 시리즈 많이 나온다. <에일리언>보다도 더 많은거 같다. 기본적으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1> <배트맨 2>가 있고,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 앤 로빈>도 뒤를 잇고 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아마도 나는 팀 버튼 감독의 두 작품만 보고, 뒤의 두개는 보지 않은 듯 하다. 왜냐면 뒤의 것들은 일단 포스터도 너무 구리다.

 포스터를 보라.

 

  얘들이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 앤 로빈인데, 유치찬란한 포스터가 마치 개봉예정인 <환타스틱>이나 <엑스맨>을 연상시킨다. <엑스맨>의 팬들에게는 죄송. 하지만 일단 내 취향은 아니오. 마치 파워레인저를 떠올리는 이 정의의 사도들.

 두 포스터가 비슷하다. 둘다 조엘 슈마허 감독의 작품.

 

 

영화를 보지도 않고 영화를 비방하기는 그렇지만, 배트맨을 보고 난 뒤 두 작품까지도 모두 섭렵한 팬들에 의하면 뒤의 두 작품이 영 아니올시다라고 말하고 있다. 포에버 작품은 발 킬머가 배트맨으로, 로빈 작품은 조지 클루니가 배트맨으로 등장하는데, 조지 클루니는 아무리 봐도 배트맨 이미지가 아닌데 왜 캐스팅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연기는 안봤으니 모른다 치고 외모가 배트맨 이미지가 아니다.


 <배트맨1 >에서는 조커가 악당으로, <배트맨2>에서는 펭귄맨이 악당으로 나온다. 팀 버튼 감독은 배트맨에게 대단한 사명감을 주었고, 위대한 일을 해내는 영웅의 이미지를 잘 그려냈다. 뭔가 있어보이고 실제로 또 뭔가 있는 우리의 영웅 배트맨~

 펭귄맨과 조커도 참 매력적인 악당이었다. 더불어 나왔던 캣우먼도 귀엽고 깜찍한 맛이. ^^

  

네 편의 배트맨 시리즈에 이어서 뭐가 더 나올게 있을까 싶었는데, 시간이 꽤 흐른 뒤 우리의 배트맨이 다시돌아왔다. 무슨 우뢰매냐? 시리즈를 자꾸 욹어먹게 되면 재미가 떨어진다. 무엇이든 첫 작품이 제일이다. <여고괴담>은 제외. 개봉예정작인 <여고괴담 4> 맞나? 그것두 기대된다.

5탄이라고 할 수 있는 <배트맨 비긴스>는 사실 5탄은 아니다. 시간순으로 따지자면 이게 제일 먼저. <스타워즈>가 그랬던거 처럼.

 이번 배트맨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이라는 감독이 지휘를 맡았다.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우리에게 그렇게 낯선 인물이 아니다. 그의 작품을 말해보면 누구나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것.



 요 사람. 크리스토퍼 놀란. 잘생겼다. 그놈. 나이도 많지 않다. 1970년 생이라구 하는데, 쩝 왜 내가 더 들어보이냐. 이 사람 옛날 사진인가? 머리스타일도 멋있고, 눈코입 다 잘 생겼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인썸니아> 와 <메멘토>를 만든 사람이다. <메멘토>를 보면서 어찌나 지루하고 머리 아팠던지. 하지만 잘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번만 보고는 어지러워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영화라고 했다.

아니 이런 어렵고 어두운 영화만 만든 감독이 왜 갑자기 배트맨과 같은 영웅영화, 블록버스터에 손을 댄걸까.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이 사람 영화 잘 만들었다. <배트맨 비긴스> 한 마디로 말하면 재밌었다. 대만족. 원래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선 맛있는 밥 잘 먹은 것처럼 배가 불렀다.

<배트맨1>의 줄거리가 시작되기전, 그리니까 배트맨이 조커를 만나기전까지의 배트맨으로 성장한 이야기를 그려냈는데, 그 과정이 너무도 재밌고, 배트맨이 귀엽다. 이전까지 배트맨의 이미지는 완벽한 절대자였지만, 여기서 배트맨은 절대자, 영웅 이라는 단어와는 동떨어져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다. 다만 좀 돈 많고, 싸움 좀 하는.

 거대한 성(?)과 같은 저택을 지닌 고담시의 최고부자의 아들인 배트맨. 그는 오페라를 보러 갔다가 중간에 부모님과 나왔다가 부모님의 피살장면을 두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마음씨좋고 항상 가난한 이들을 위해 돈을 투자했던 부모님. 그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분노에 사로잡혀 다 커서까지도 10여년간 감방에서 지낸 범인을 죽이려고 권총을 들고 청문회에 참석하지만, 그는 이미 다른 누군가에게 피살당했다. 
 

 그는 고담시의 악을 제거하기 위해 감옥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만 몇 놈 더 패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회의감에 들어있던 찰나. 웬놈이 등장해 히말라야로 오란다. 푸른 꽃을 들고. 그는 석방 뒤 이 엉뚱한 작자의 말마따나 눈으로 가득 덮힌 빙산을 올라간다. 그리고 꼭대기에는 웬 중국식 성이 하나있다. 그곳에서 만난 작자들. 이들을 누구라고 칭하던 대단한 이들임에는 틀림없다. 테러리스트? 세상을 구할 영웅? 어쨌든 이들에게 수련을 받게 되고, 가르침을 받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이들을 배신한다. 그걸 배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라스 알굴이라는 노인네가 짱으로 있는 이들 집단의 정의의 원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죄를 진 한 농부를 앞에 무릎 꿇려놓고 이자의 목을 베는 것으로 우리네 집단에 소속된 것임을 증명하라는 라스 알굴의 명령을 거부한 브루스 웨인. 그가 생각하는 정의는 이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농부의 목을 베지 않는 대신 죽인 자들은 라스 알굴의 제자들이다. 폭약에 불을 붙임으로써 브루스 웨인은 그들을 모두 제거했다. 단 한명만 빼고는. 그가 바로 나중에 다시 나타나 배트맨을 방해하는 듀커드.

 그렇다면 웨인이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죄를 지은 농부의 목을 베지 않으면서 자신을 구해준 이들 집단을 집단살상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할 것인가? 난 웨인이 이들을 배신하는 모습을 보고서 그들의 정의관도 아니지만 당신의 정의관도 아닌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피했던 것일까? 그들을 죽이거나 농부를 죽이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했는가? 그렇다면 나는 농부를 살리고 그들을 죽이려 했던 것인가? 그러나 농부가 살아났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폭약이 터져 모두 죽었으니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죄를 진 농부를 죽이는 것은 무엇이 잘못이길래 그는 모두를 죽이면서까지 거부해야했던걸까?

 그렇다고 내가 죄진 농부를 죽였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농부는 잘못을 했고, 그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물론 그에게 '죽음'이라는 벌은 가당치 않은 죄였고, 웨인은 아마도 이것이 못마땅했던 것 같다. 따라서 나의 정의관과 맞지 않는 정의관을 가진 그들에게 동조할 수 없었고, 일원이 될 수 없었던 것. 일원이 되기를 거부하는 길은 오직 이들을 죽이는 길 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고담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들과 웨인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악으로부터 고담시를 구해야한다는.

 역시 영화는 예상대로 배트맨의 활약상을 보여주고 그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듀커드도 그에 의해 철로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갱두목 팔코니도 잡혔다. 그리고 환각제를 사용하며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크레인에게 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 강력하진 않지만 다양한 악당들이 등장했고, 우리의 배트맨은 깔끔하게 이들을 헤치웠다. 배트맨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 인간적이고 실수투성이이고 된통 당하는 배트맨. 그는 너무도 귀여웠다. ^^ 배트맨 역으로 새로 기용된 크리스찬 베일은 이렇게 성공을 거두었다. 그도 이름은 생소하지만 출연한 영화를 말하면 꽤나 두드러진 인물이다. <이퀼리브리엄> <코렐리의 만돌린><벨벳 골드마인>등등.

* 더불어 초반의 브루스 웨인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두려움을 제거하도록 만들어준 사실상의 배트맨의 스승, 듀커드를 연기한 리암니슨도 볼만했다. <킹덤 오브 헤븐>의 고프리, <킨제이 보고서>의 알프레드 킨지, <러브 액츄얼리>의 대니얼, 그리고 <갱스 오브 뉴욕> <더 헌팅> <스타워즈><쉰들러 리스트>라는 작품 리스트가 그를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나 이번 <배트맨 비긴스>에서는 <킹덤 오브 헤븐>에서의 이미지가 강하게 풍겼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그 범접할 수 없는 무겁고 중후한 분위기.

 * 여배우의 이름은 모르겠다. 브루스 웨인의 어릴적 친구로 나오는 여 검사보.  이 배우 참 이쁘다. 얼굴이 꼭 안젤리나 졸리 닮았다. 이뽀이뽀. 근데 이름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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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7-1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홈즈. 톰크루즈 피앙세로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근데, 너무 띨빵하게 나오지 않나요? 대충 제 주변의 평인데. -_-a 근데, 리뷰를 너무 잘쓰셨네요. 전 그 알프레드 집사가 좋아요 >.< 메멘토도 디따 재밌게 봐서, 놀란감독의 영화 잔뜩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역시 고담시티는 팀버튼이 만든 것이 가장 으실으실해요. 흐흐


마늘빵 2005-07-1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네 팀 버튼게 가장 으실으실하죠. 요번거는 그냥 귀여운 배트맨 보는 재미로. ^^
저도 알프레드 집사 좋아요. 묵묵히 도와주는... 케이트 홈즈였군요. 톰크루즈 좋겠다. 전 케이티 홈즈도 좋던데요. ^^;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