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하지만 그냥 내 가슴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보자는 의도에서 끄적이는 것이다. 제목이 마치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어제는 바야흐로 일하는 한주의 마지막 날. 토요일.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난 출근했고 총 4교시 중 3교시 수업을 하고선 퇴근했다. 그런데 퇴근하는 나를 붙잡는 한 선생님. 평소에 별 말도 없었고 조용히 있는 남자선생님이신데 나를 붙잡는다.
"선생님 대학원 다니세요?"
"예 교육대학원 다닙니다. 철학 자격증은 있는데 윤리자격증이 없어서요."
(솔직한 거다. 그 돈 쏟아부으며 대학원 다닐 생각 없다. 밥벌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선생님 근데 사립학교에 있으시면 나중에 다른데 가도 근무평가가 들어가거든요...
전에 수련회 갈 때 대학원 가신다고 안오셨다고 하더라구요. 대학원도 중요하지만 학교 일에 참가를 하는게 더 좋을 겁니다. 그냥 선배로서 조언하는 거에요."
이러시면서 한 5분간 말씀을 계속 하신다. 근데 결국 말의 요지는 이렇다.
니가 사립학교에서 선생을 하고 싶다면 지금 여기서부터 똑바로 해야할거다. 안그러면 나중에 다른 곳에서도 교사 못한다. 뭐 이런거. 내가 너무 비꼬아서 들었나. 사실 나 여기서 다른 선생님들보다 아이들과 더 가깝고, 애들도 나를 좋아한다. 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한달동안 난 아이들과 엄청 가까워졌고, 애들도 내 수업을 재밌어한다. 적어도 수업에서만큼은 난 어느 교사 못지 않게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생각.
그런데 문제는 내가 학교에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애초 약속대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다면 난 그렇지 않을 것이다. 4시반까지, 혹은 그 이상이라도 학교에 일이 있다면 남아서 할 용의가 있으며,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 시.간.강.사. 다.
아니 왜 시간강사에게 그런걸 요구한단 말인가. 내가 수업끝나자마자 퇴근하는 것에 대해서도 못마땅한 듯 했다. 내 수업은 대부분 3시에 끝난다. 그래봐야 정식교사 4시30분에 퇴근하는 것보다 조금 일찍 나가는거다. 그런데 그게 못마땅해? 봉급은 다른 교사들 반 밖에 못받는데... 그러면서 나보고 2, 3 학년 기말고사 다 내고, 수행평가도 하고, 국사까지 떠맡기고선.
정말 너무한다 싶다. 겉으로는 잘해주는 척 하면서 뒷말이 무성한가보다. 내가 일찍 퇴근하는 것에 대해서 아마도 불만인듯. 남아서 뭐하니 그럼. 시간강사에게까지 이런 요구를 하는 건 아니지 싶다.
어제 <연애의 목적>을 봤는데 여기서 박해일이 그런다.
"이 바닥이요. 겉으로는 다들 웃으면서 방긋방긋 하지만 얼마나 뒷다마를 까대는데... " (정확한 대사는 아님)
그 말이 바로 실감나더군. 그래도 난 꿋꿋하게 내 수업만 하고 달랑 나올거다. 내가 집에와서 내 과목도 아닌 국사 수업때문에 따로 공부한단 말이지. 그건 아나 모르나? 대학원은 학원처럼 왔다갔다만 하고 복습도 예습도 안해서 가서도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고,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지금 내가 시강강사하는 학교샘들 눈치까지 봐가며 시간죽이고 앉아있어야 하나.
저 선생님은 물론 이런 의도로 내게 말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이 뒤에서 뭐라하지 않는데 저런 말이 나오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화가 나는 것이다. 물론 저 선생님 혼자만의, 정말로 이제 교직에 입문하는 새내기한테 조언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