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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김혜니 교수 에센스 세계문학 8
단테 지음, 김혜니 옮김 / 타임기획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말해도 누구나 다 아는 고전 중의 고전. 단테의 <신곡>이다. 단테의 <신곡>은 수많은 번역서들이 나왔지만 내가 읽은 단테의 <신곡>은 김혜니 교수의 에센스 세계문학으로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이런 고전들의 축약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축약본들을 읽는 것은 나의 직업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러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완역본을 읽겠다는 마음은 언제나 가지고 있다.
두껍고 어려운 고전인 <신곡>의 축약본인지라 이 책은 중고등학생을 독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포함하여. 친절하게도 축약된 번역 뒤에 '작품 해설과 독서 토론'이라는 부분을 상당 분량 첨가함으로써 이 책을 가지고 어떻게 토론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사실. 이는 <신곡>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해야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지도준비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
단테의 본래 이름은 알리기에로 드란테였는데, 드란테라는 세례명이 단테로 변해버려 이렇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총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에서 단테가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지옥편과 연옥편에서는 단테가 당시에 존경하는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의 안내자 역할을 하며, '천국편'에서는 단테가 사랑했던 여인 하지만 연이 이어지지 않았던 여인 '베아트리체'가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본래 <신곡>은 장문의 시이며 결코 소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시가 아닌 소설처럼 읽혀지는 것은 그 시가 장문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말로 번역되면서 그 시적인 묘미가 한층 떨어졌다는 사실에 기인할 것이다. 원어로 읽었을 때 어떤 시적인 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글로 번역된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지루하고 따분할 수 밖에 없다. 내용이 다 한결같이 재미없고 딱딱하다. 그래서 책이 얇음에도 불구하고 참 오랫동안 읽은 것 같다.
단테의 <신곡>은 본래 'comedy'라는 제목을 갖고 태어났다. 즉 희곡이라는 의미였는데 데카메론을 쓴 보카치오가 이 앞에 'divine'을 붙이면서 '신곡'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성한 희곡'. 단테의 <신곡>이 희곡인 이유는 지옥과 연옥을 거쳐 결국 천국에 도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지옥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천국에 이른다.
단테는 <신곡>을 왜 썼을까? 단테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기도 하고, 베아트리체 때문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베아트리체 때문이라는 이유는 순수한 이유라기 보다는 단테가 <신곡>을 쓰게 된 동력이 됐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8살인가에 만난 호기심을 갖게 됐고, 16살인가에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고, 베아트리체는 다른 남자에게 갔고 24살인가에 죽었다. 베아트리체만을 사랑했던 단테는 죽을 때까지도 그녀를 사랑했었나보다.
단테가 <신곡>에서 말하려는 바는 까발리고 말하면 이런 것 같다. "믿어라 믿을지어다. 그렇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하리라. 회개하라."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단테는 이 책의 지옥과 연옥을 통해 사후세계의 무서움을 알려주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믿을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이는 비기독교신자이고 기독교의 이런 부분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나의 편협된 시각인지도 모르지만.
단테는 지옥과 연옥에 별의 별 인간을 다 집어넣는다. 폭식을 한 인간, 자살한 자, 타인을 해한 자, 고리대금업자, 위선자, 이간질 한 자 등등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단테가 지옥의 제일 위에 올린 사람이 '주께 충성도 반역도 하지 않은 자들'과 '세례를 받지 않은 자들'이었다는 사실. 이 점은 이내 못마땅하면서도 당시 단테가 살던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런 분위기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을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나중에 완역된 책을 다시 읽으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