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워지고 여름이 다가오다 보니 이제 서서히 공포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다. 올 여름 공포영화물의 시작을 알리는 <그루지>는 사실 새로운 영화는 아니다. 일본의 공포영화 <주온> 1편과 2편의 미국 리메이크작인 <그루지>는 이미 <주온>시리즈를 본 사람에겐 익숙한 장면들이다. 단지 달라진 것은 주연인 일본인이 아닌 미국인이라는 점만 다를 뿐.

 이제 더 이상 미국식 공포물은 우리에게 식상하다. 매번 똑같이 등장하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마들. 미국의 공포영화를 보면서 으례 이런 장면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런 시점에서 일본의 공포영화가 안겨주는 그 섬뜩함은 참신하다. 미국의 공포영화가 단 하나의 괴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오로지 그에 의한 공포를 조성한다면 일본의 공포영화는 괴물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처해진 상황이 안겨주는 섬뜩함을 공포의 요인으로 삼고 있다.

 이미 일본의 또다른 공포영화 <링>이 미국식으로 리메이크된지 오래고 곧 리메이크작 <링2>가 다시 나온다. 그리고 <그루지>는 단지 일본 공포영화 <주온>을 이름만 바꿔 내놓은 작품이다. '주온'은 본래 '죽음 사람의 저주'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하고, '그루지'는 '원한'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뜻은 그대로 지닌채 단어만 교체한 것이다. 이는 어쩌면 영화 <그루지>가 <주온>의 재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술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그 사실을 모르고 봤으니.

 <그루지>가 만들어내는 공포는 <주온>이 만들어내는 공포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미 <주온>을 봤지만 내가 <주온>을 봤을 때 느꼈던 그런 섬뜩함은 <그루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영화를 두번 보면 처음의 느낌이 반감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루지>를 볼 때는 그렇지는 않았다. 단지 이 영화 주온이랑 비슷하네? 재탕이구나! 라는 생각만 가졌을 뿐. 그런 점에서 <주온>을 재탕한 <그루지>는 나름대로 제대로 리메이크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내가 <주온>을 본지 오래됐고 이를 전부 기억해내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무감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주온>을 이미 본 사람에게 영화표 값을 지불하고 다시 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주온>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봐도 무방할 듯. 아니 어쩌면 이 영화는 <주온>을 보고 푹 빠져들었던 사람들이 봐야할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줄거리와 공포가 목적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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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5-06-0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온 받는데, 제가 3초 기억력? 뭐 그런 비슷한거라서
그루지에서 '아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봤는데 ..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야 주온을 리메이크한 걸 알았다는 ;
근데 정말정말 무서웠어요! 역시 이런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 ! +_+

마늘빵 2005-06-0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쵸 주온을 기억못한다면 재밌는 영화죠. 전 봤던 장면이 또 나와서 다음엔 이렇겠구나 하고 예상을 하고 보니깐 조금 진부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