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선생님이란 직업은 꿈도 안꿨다. 내게 별 매력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매우 좋다. 꼭 천직같이 느껴진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진 내게 자아만족감을 주기 위한 내 안의 나의 자기합리화인가, 아니면 정말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낸 자아실현인가? 사실 헷갈린다.
언젠가 나의 꿈은 유전공학자였고, 언젠가 나의 꿈은 도시공학자였으며, 언젠가 나의 꿈은 공인회계사였고, 언젠가 나의 꿈은 철학자였으며, 언젠가 나의 꿈은 기자였고, 언젠가 나의 꿈은 라디오 PD 이자 DJ 였으며, 언젠가 나의 꿈은 출판업자였다. 그리고 지금 나의 꿈은 중고딩 도덕/윤리 혹은 철학/논리학 선생님이다.
누구나 꿈은 하나만 키우질 않고 어릴적부터 수많은 희망직업을 기재하고 꿈꾸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보지만 누구나 꿈을 이루지는 못하며, 그 누군가는 결국에 도달하게 된 현실상의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만족하기도 하고 불만족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런데 불만족은 제외하고, 만족스러움을 느끼는 이들이 느끼는 그 만족스러움이란 자기합리화인가 진정한 자아실현인가 에 대해 의문이 간다.
나는 정말 글을 쓰고 싶었고, 정말 라디오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멘트를 날리고 싶었으나 지금 나는 그와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대학원생이기도 하며, 사교육장의 철학교사이기도 하며, 공교육장의 도덕, 국사 강사이기도 하다. 어쨌건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의 종착역은 '교사'로 결론지어진다. 나는 정말 내가 교사를 하고 싶어서 하는걸까? 아니면 마지못해 주어진 상황을 자기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나 자신조차 내가 이것을 자기합리화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기합리화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내가 이 일에 매진하고 열정을 가지고 즐겁게 일한다면 시작은 자기합리화였을지 모르나 도달점은 자아실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나는 몇달 안되는 이 기간동안 이 여정을 거쳐왔는지도 모른다. 처음에 나는 시간의 여유로움과 정년보장이라는 점에 이끌려 불순한 의도로 교사를 택했지만 지금의 내 마인드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생각보다 나는 잘하고 있는 듯 하고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내 스스로가 말빨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말로 해먹고 사는 직업인 교사는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말빨이 안된다는 사실은 여전히 '긍정'이지만 나는 말빨이 안되는 대신 나의 논리를 개발주이며 그 논리가 적용된 안되는 말빨은 그래도 말빨있게 보이나보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결론은 내가 교사를 택한 것이 자기합리화인지 자아실현인지는 중요치 않다. 나는 지금 이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며, 그것으로 족하다는 사실이다. 그럼 그것이 자아실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피곤한 몸을 이끌로 매일같이 수업을 진행하지만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