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정혜>의 포스터와 예고편을 처음 접한 순간, 참 잔잔하다라는 느낌이 다가왔다. 그때 <버스정류장> <생활의 발견> <오 수정>과 같은 영화들이 즉각 내 머리 영화데이터에서 뽑아져 나왔고 이런 영화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기회가 되면 봐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었다.

 서울극장에서 제일 작은 곳인 12관에서 봤는데 평일 낮인지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극장도 아담하니 작고 빈자리가 많아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었다.

 <여자 정혜>는 내 예상대로 잔잔하게 마음 속에 다가오는 영화였다. 김지수의 일상에서 작은 세세한 부분들을 카메라에 담고 약간은 무기력한 삶을 사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들의 삶의 전형이기도 한, 그런 모습들을 많이 담아냈다.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 알람을 맞춰 일어나고, 직장에 나갔다가 들어오고, 길을 걷고...

 그녀는 한번 결혼했지만 첫날밤을 치루고 도망왔다. 과거의 경험들과 현재의 사건들이 교차되면서 영화는 말없이 관객에게 그녀의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나는 이해한다.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없다. 대사가 있어도 단편적이다. 단편적인 대사는 관객에게 아무것도 전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으로 다가가 포착하는 영상은 말하지 않아도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이 영화는 지극히 비상업적이다. 마치 영화주인공이 김지수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이 영화를 보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종 국제영화제나 예술영화들을 찾아다니는 매니아들을 제외하고는. 나 역시도 김지수를 보러 왔던 것이고.

 생각만큼 잔잔했고 생각만큼 단순했으며 생각만큼 지루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지도 않고 덜 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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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3-2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비디오를 빌려다봐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동양화 같은 영화인가요?

마늘빵 2005-03-26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양화라기엔 아닌듯 싶고 흠... 제가 위에 말한 <생활의 발견>과 같은 카메라 포착이라고 보시면 되요. 내용은 다르지만 화면이 담아내는 위치가 그것과 비슷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