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카페
크리스토퍼 필립스 지음, 안시열 옮김 / 김영사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몇년전부터 철학의 대중화 작업들이 활발하다. 몇몇 생각있는 철학자들이 대중적인 서적을 내놓고 반응이 괜찮자 다수의 철학자들이 뛰어들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는 형국이다. 내가 처음 철학을 접할 때 철학입문서라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소피의 세계><논리야 놀자> 시리즈와 동녘에서 나온 <철학에세이> 정도였다. 기타 몇몇 입문서라 자처하는 책들이 있긴 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은 것은 이 정도일 듯 싶다.

 그중에서 <논리야 놀자>시리즈는 보지 않았다. <소피의 세계>는 철학에 입문한지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접했지만 별로 땡기질 않았다. 그래서 보다 말았다. <철학에세이>는 내가 처음 철학을 시작할 때 접했다. 철학을 했다고 하면 뭐 대단하다 싶겠지만 그냥 철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 하다.

 <소크라테스 카페>를 소개하면서 난데없이 철학입문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 책이 철학입문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읽은 조성오씨의 <철학에세이>와는 확연히 성격이 다른 입문서다. 조성오 씨의 철학에세이가 좀더 철학적 깊이를 담은 내용이고 좀더 경직되어있다면 <소크라테스 카페>는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고 편하다. 책상에 정색하고 앉아 책을 읽는 모양새와 쇼파에 드러워서 설렁설렁 읽는 모양새로 비유를 하면 좋을듯 싶다.

 <소크라테스 카페>는 비록 책이 두껍긴 하지만 다 읽고나면 그다지 심도있고 어려운 내용은 없다. 그냥 두꺼워서 겁만 줄 뿐이다. 다른 어떤 철학에 대한 서적보다도 훨씬 빨리 읽히고 쉽게 읽힌다.

 저자 크리스토퍼 필립스와 역자 안시열씨의 이력은 둘다 독특하다. 저자는 정치철학, 유전공학, 교육철학 세개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역사 안시열씨는 화학교육과를 졸업해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수료하고, 통역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건드린 분야도 둘다 세가지고 각기 다른 분야를 건드렸다. 유사성을 찾아보기 힘든. 이들의 특이한 이력은 저자나 역자나 좀더 넓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저자와 역자의 그러함 때문이지는 않았을까.

 이 책에는 절대 철학적 지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간혹가다 철학자라 불리우는 자들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하며 그들이 내뱉은 말 중 유명해진 문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이 책에서 큰 위치를 점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그냥 그러한 철학자들이 있다는 것만 알릴 뿐이지 그들이 한 말에 대한 주석이나 분석을 달고 있지는 않다.

 철학은 묻고 대답하고 또 묻고 대답하고 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난다. 소크라테스는 특유의 대화법인 산파술을 통해서 상대방의 대답을 유도하고 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실제 소크라테스 카페라는 것을 운영하며 자영업자, 노숙자, 교사, 교수, 공무원 등의 여러 사람들과 접함으로써 스스로가 소크라테스가 된다. 많은 이들과 함께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그들 자신을 깨우치게 돕고 저자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소크라테스 카페를 운영하면서 겪는 일들을 재료로 삼아 소크라테스와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편하다. 철학이 중심이 아니라 저자의 경험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책의 맨 뒤에 언급된 각각의 철학자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소크라테스 카페를 만들고 운영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철학은 혼자 할 수도 있지만 여럿이 함께 함으로써 폭넓어질 수 있다. 소크라테스 카페는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쉽게 철학에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모임이다. 이 책을 읽은 뒤에 자신이 소크라테스 카페를 만들어 운영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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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5-03-1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이라... 저에게 철학은 너무 어렵더군요.
그래서, 고등학교 다닐때에도 서양사상때문에 윤리를 포기했어요..

마늘빵 2005-03-1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것 때문에 윤리가 재밌었는데... ㅡㅡ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