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브라더스> 코미디인가 가슴찡한 드라마인가.

 영화배우 이범수가 출연하는 영화는 조금씩 코믹한 냄새도 풍기면서 가슴찡한 드라마도 된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 <안녕 유에프오>도 그랬고, <슈퍼스타 감사용>도 그랬으며, <정글쥬스>, <싱글즈>도 다 그랬다. 이범수는 다소 코믹하면서 어딘가 가슴아린 그런 배역이 잘 어울린다. 어떤 배우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가 대부분 그 배우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그건 아마도 배우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풍기는 사람내음이 담겨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양동근과 이나영이 순진하면서 어딘가 어눌하고 어설퍼 보이는 내면에 상처를 지닌 역할이 잘 어울리고, 장동건은 남성적이고 선굵은 책임감있는 역할이 어울리며, 엄정화는 약간 발랑까진듯 하면서 속깊은 여자의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범수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들이 다른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음에도 계속 비슷비슷한 이미지의 역할만을 담당해왔을 수도 있지만 인터뷰하는 장면이나 아침마당 등 스크린 속의 그들이 아닌 하나의 개인으로서 마주할 때조차도 그들의 이미지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주연은 이정재와 이범수이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이범수의 역할이 크다. 비록 얼굴만 삭아버린 12살 짜리 어린아이로 나오지만 그의 형으로 나오는 이정재보다 이범수의 연기가 영화를 강하게 주도하고 있다. 이정재는 연기를 못한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이정재의 연기에 별 하나를 매기곤 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연기를 못하진 않은 듯 하다. 그런대로 제 역할은 해줬지만 아무래도 이범수에 비해 딸리는 것은 사실.

 이정재는 불륜사진을 찍어 그들에게 원치 않는 기념품을 전해줌으로써 돈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동생의 험악한 인상을 이용해 남의 돈을 받아챙겨 일당을 먹고 산다. 뭐 남이 빌려간 돈 받아내 주인에게 돌려주니까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나쁜건가?- 이래저래 겁을 주고 험한 짓 보이며 받아낸다는 점에서 방법면에서 그다지 칭찬해줄만 하지는 않다. 이렇게 못된(?) 짓만 하고 다니는 이들에게 사람을 찾아달라는 이가 있다. 처음엔 그냥 돈만 받아챙기려 하지만 결국엔 그 가족의 사연을 통해 이정재는 동생 이범수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며, 자신에게 빚만 떠넘긴 아버지를 용서하고 그리워하고 마음으로 잘못을 빌게 된다.

 '돈 찾아줍니다'에서는 이범수의 각종 행동으로 웃음을 불러오지만 마지막 아버지가 남긴 피묻은 8만원을 놓고 대화하는 형과 동생으로 인해 가슴찡하게 끝난다.  코미디의 드라마로의 승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전형적인 한국식 결말을 내놓음으로써 관객에게 제대로 어필하는 거라고 말하면 적당할 듯 하다.
 
 이범수의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그렇지 않더라도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다.

 참 오히려 주연배우 이정재보다는 단골 조연 이문식의 연기가 인상깊었다. 그는 이미 <달마야 서울가자><범죄의 재구성><황산벌>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관객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단골 조연배우다. 어느 주연배두 못지 않은, 오히려 어느 주연보다도 빛나는 조연이라고 할 수 있다. 난 그의 연기가 좋다. 비록 잘생기지도 않았고 인기도 없지만 말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깍두기 2005-02-19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문식 좋아해요^^

마늘빵 2005-02-1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좀전에 케이블 트니 <달마야 서울가자> 하더군요. 이건 재미없네요. 1편보다

세실 2005-03-1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 영화 보고 이범수의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