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이런 영화인줄은 몰랐다. 대략 내가 예상한 바는 영화 <비포선셋>이나 <비포선라이즈> 정도의 단촐한 대화형식의 로맨스인줄 알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이는 전적으로 내가 사전에 영화 줄거리를 검색해보지 않은 탓, 광고를 미리 접해보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마음에 안들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대체로 흡족했다. 하지만 나 같은 생각을 하고 이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은 아마도 실망하는 부류가 더 많으리라 생각된다. 더불어 이 영화는 흥행에 있어서는 그다지 성공적일 것 같지도 않다.

 미국영화이지만 미국식 사랑 영화라기보다는 프랑스식의 사랑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확실히 사랑에 있어서 조차도 비주류 영화-주류와 비주류가 뭐냐고 묻는다는 건 우습지만-로 분류되는 영화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비주류 영화들이 소수의 관객만을 만족시키듯이 이 영화 또한 그 공식을 벗어나지는 않을 터이고 다수의 관객을 만족시킨다는 전제가 깔려야하는 흥행성적에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다는 말이다.

 단지 이 영화가 혹시라도 관객을 좀더 끌어모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영화가 재밌다는 입소문 때문이 아니라 쥬드 로를 보러 오는 여성관객과 줄리아 로버츠나 나탈리 포트만을 보러오는 남성관객 때문이리라. 즉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보러오기 때문일 것이라는 말이다.

 영화는 "안녕! 낯선 사람" (헬로우! 스트레인져) 라는 대사로 급속한 스토리 전개가 이어진다. 저마다 제 갈길을 가는 도심의 복잡한 거리에서 두 남녀가 반대방향에서 마주보고 걷다 서로를 쳐다본다. 여자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깨자 그를 향해 "안녕! 낯선사람"이라는 대사를 날려준다. 물론 현실에서 그럴 여자는 찾아보기 힘들 듯.

 둘의 사랑이 이어지고, 남자의 외도, 그리고 여자의 이별선언, 또 다른 여자의 외도, 그의 남편의 이별선언. 네 사람이 엮고 엮이는 스토리는 영화 <콘스탄틴>의 유행어(?) "또 엮였군요"를 연상시킨다. 아 이런 또 엮여버렸다. 엮이면 언젠가 꼬이게 마련이다. 두 남자와 두 여자는 서로 엮여 꼬여버렸고 결국 꼬임의 결과는 이별이다.

 이들의 사랑방식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아닌가? 정상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비정상성을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것이 비정상적인 사랑방식으로 보이는걸까? 진실은 스스로만 알 수 있다. 이상한 사랑이기는 하지만 가능한 사랑이기도 하다는 것이 나의 감상. 그렇다고 내가 저들의 사랑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난 27살 먹는 동안 사랑이라고는 그다지 경험이 없는 초짜이니 말이다.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모두 떠나서. 사랑 그 자체로서.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사랑을 모른다고 말 할 수는 없다. 단 한번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강하게 왔다 가면 쓰라린 법이다. 사랑은 서서히 갑작스레 왔고 서서히 진행되다 갑작스레 떠났다. 원래 사랑은 그런 거다. 어제까지 사랑했던 이들이 다음 날 "헤어져"라고 말하는 건 그땐 충격이지만, 그리고 그 상황을 경험하는 당시에도 충격이겠지만, 그리고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충격으로 남아있겠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애써 준비하지 않을 뿐이다.

 상당한 수위의 상당한 시간 동안의 노출씬. 역시 영화는 18금이었다. 난 몰랐다.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지 이 영화가 18금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알았더라도 18금이 뭐 오늘날 대수로운 정돈가. 같은 18금이라하더라도 영화마다 천차만별인 것을. 하지만 단체로 관람하기에는 다소 야했다. 하핫. 이 영화를 보며 8명의 남녀가 단체 관람을 한 팀은 우리 밖에 없을 터. 뻘쭘.

 그들을 비정상이라 말하지 마라. 당신의 마음 속에도 그들의 캐릭터가 존재하고 있으니. 다만 표출되지 않았을 뿐.

 아웃사이더, 비정상, 변태, 괴짜, 우울, 사랑 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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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2-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웃사이더, 비정상, 변태, 괴짜, 우울, 사랑 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켁..보려고 했는데 마지막 멘트가...=.=;;

마늘빵 2005-02-1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 비연님도 혹시 마음 속에 그런 키워드 하나쯤은 없나 생각해보세요. 전 많은데...ㅋㅋ

2005-02-14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