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틴>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영화광고문구에는 항상 '<매트릭스> 그 이후'라는 문구가 따라붙었었다. 그리고 유독 매트릭스와 함께 영화의 주인공이 키아누 리브스임을 강조했다. 이 영화는 어쩌면 '매트릭스'와 '키아누 리브스'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에게 덜 관심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홍보하는데 있어서 그 둘을 이용해먹었다 하더라도 영화의 품질은 결코 기대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작품이다. 한 마디로 인상 깊었다.

 영화는 <매트릭스>에 버금가는 현란한 개인기(?)와 액션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고독한 한 영웅의 고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트릭스>와 공통적이다. 그런데 그 고독한 영웅은 두 영화 모두에서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영웅은 탄생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라는 말은 두 영화 모두에 적용시킬 수 있다.

 태어날때부터 천사와 악마를 구분하는 능력을 지닌 존 콘스탄틴.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마 혼혈족과 천사 혼혈족을 볼 수 있고, 악마 혼혈족을 퇴치하는 퇴마사다. 한때 자신의 이와 같은 능력을 저주해 자살을  시도했으나 다시 살아남았고 결국은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살며 혼혈 악마를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일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악마의 아들이 이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콘스탄틴은 지상의 선악의 균등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악마의 아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선다.

 결국 예상했던대로 승리는 그의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뻔히 들여다보면서도 영화의 중간중간 공포영화인지 사람 놀래키는 여러 장면들과 특수효과, 그리고 영화의 진행에 있어 전제되어있는 내용들로 인해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전해주고 있다. <매트릭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수많은 충격까지는 아니지만 이 영화 역시 여러 가지 생각거리와 볼거리를 던져놓고 간다는 점에서 영화관람 후의 파장이 크다.
 
 이 영화는 기독교 홍보영화인가? 영화를 보고있자면 마치 교회 다니세요, 교회 안다니면 지옥가요. 아까 지옥불 보셨죠? 라고 관객에게 말하는 듯 하다. 시나리오를 만든 사람이 독실한 기독교신자인지는 난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애초에 천국과 지옥을 전제하고 천사와 악마의 대결구도를 만듦으로써 천국과 지옥의 존재는 당연시된다. 물론 영화 속의 가정이지만 함께 영화를 본 다른 이가 "우리 교회다니자"라는 말을 꺼낼 정도면-물론 우스개소리지만- 영화는 대단한 기독교 홍보효과를 뽑아내고 있다고 봐야겠다. 그야말로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엄청난 지옥불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믿어야하고 교회를 열심히 다녀야한다라는 메세지를 보이지 않게 흘려놓는다.

 영화 줄거리에서 특이할 점 또 하나는, 현실세계에도 천사와 악마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이는 현실에도 천국와 지옥이 있다는 말이다.
현실은 선과 악이 대결하고 있으며 혼혈 천사와 악마는 인간의 행위에 전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매개를 통해 이들을 조종할 수는 있다. 천국과 지옥은 기독교에서 말하듯 죽음 뒤의 세계인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 속에도 존재하며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의 결과로 그것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도 본 후에도 마찬가지로 천국과 지옥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의 존재여부를 내게 묻는다고 해서 이에 대한 마당한 대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메세지에는 공감한다. 그것의 목적이 구원이든 아니든 간에 현실 세계에서 바른 행위를 하고 선하게 살라는 것이다. 구원을 제외하고는 이는 모든 종교가 말하는 현실의 삶의 태도이다. 기독교라는 영화 속 배경은 내게 있어선 그저 하나의 영화 속 장치일 뿐 내가 주목하는 것은 영화의 메시지다.

 우리네 현실 삶 속에서 혼혈 악마와 혼혈 천사가 존재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좀더 선한 본성을 키운 사람과 악한 본성을 키운 사람은 존재한다고 본다. 본래 인간은 백지상태라고 생각하며(중국의 고자의 성무성악설) 선과 악의 본성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자라나면서 어떤 본성을 키워내느냐에 따라 지금의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본다.

 어찌되었건 "착하게 살자"가 영화가 주는 메세지인 듯하다. 더불어 영화는 금연광고와 금주광고도 함께 하고 있다. 연신 담배만 피워대는 존 콘스탄틴은 결국 폐암으로 두달에서 일년정도밖에 못산다는 경고를 받고, 그의 친구이자 신부는 알콜 중독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적시에 알콜을 섭취하지 못함으로써 사망한다. 담배피지 맙시다. 과음하지 맙시다. 공익광고가 따로 필요없다.

 키아누 리브스는 이 영화를 통해 <매트릭스>에 이어 확실한 인류의 구원자 역할을 굳히게 되었다. 고독한 사색하는 어딘가 좀 어설퍼보이는 영웅의 이미지. 인류는 어쩌면 이런저런 갈등과 분쟁 속에서 구원자를 희망하며 영화 속에서 그 갈증을 해소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서양식의 성장중시, 물질중시의 풍조로 인한 여러 폐해의 속출이 동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매트릭스>에서도 그러했고, <콘스탄틴>에서도 그러하다. 레바논 태생이며 중국계 하와이인의 아버지를 두고 있는 키아누 리브스가 그 구원자 역할을 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는 구원자로서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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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11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얼핏 예고편 보니, '데블스 애드버킷' 생각 나더군요.

마늘빵 2005-02-1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 영화 굉장히 인상깊게 봤어요. 그러고보니 소재가 비슷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