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을 알기 전에 TV의 어느 아침 프로그램을 통해 먼저 그와 그의 어머니를 접했다. 내가 그를 본 것은 잠깐이었지만 그의 어머니의 입을 통해 듣게 된 그동안의 사연은 정말이지 인간 승리였다. 그렇게 <말아톤>의 주인공 배형진과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말아톤>은 그와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화제거리가 되었고 그 감동의 세월을 보기 위해 관객들은 영화관을 찾았다.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이 기대할 것은 실화의 내용과 감동뿐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서 대강의 줄거리는 접했을 것이지만 그들은 줄거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실제모델 배형진, 영화 속 인물 윤초원. 그는 5살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20살 청년이다. 외관상 보기에는 괜찮은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어린아이와도 같다. 초코파이와 얼룩말,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가 실제로 달리기를 좋아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그만이 알뿐.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인생을 바쳐가며 아들을 위한 삶을 살아온 엄마 경숙은 아들을 온전히 바꿔놓음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보상하려고 한다. 그녀는 이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지나치게 강요한 나머지, 엄마로부터 버림받을 것이 두려운 초원은 그저 엄마가 원하는 일이면 좋단다. 결코 싫다,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달리기는 그저 엄마가 아이에게 강요한 한 가지 일에 불과했던 것일까? 엄마는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면서 나중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아이에게 주입시킨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정말 초원이가 원했던 것도 달리기였다. 초원이는 달리기 위해 홀로 춘천까지 갔다.

 이 영화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한 청년의 인간승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편 어머니라는 존재의 강한 모성애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 모성애는 때로는 지나친 집착으로 내몰리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영화 속 초원의 동생 중원이와 같이 반항심이 가득해지기도 하지만 사랑이 지나치면 아이에게 지나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줄 수도 있다. 단지 초원이는 이를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영화의 감독 정윤철은 <말아톤>이 그의 첫 장편데뷔작일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도 처음 들었다. 그의 이름을. 그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실제 인물 배형진과 함께 마라톤 클럽에 가입해 일년여동안 함께 뛰었다고 한다. 뛰면서 그의 마음을 읽으려 했고 느끼려 했다. 영화 <말아톤>의 감동적인 장면 하나하나는 온전히 그의 이러한 기나긴 노력의 산물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기는 쉽다. 왜냐면 줄거리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화를 실화만큼이나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어렵다. 실화가 감동적인 것은 그것이 실화여서가 아니라 실화에 담긴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 3자가 그 사연의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엮여내 감동을 재현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감독은 그것을 느끼고자 실제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체험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이 이 영화를 통해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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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03-1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애들 데리고 자동차 극장 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