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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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그 안에 분노를 지닌다. 정의에서 나오는 분노는 진보의 한 요소가 된다.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11쪽

"엄마, 잘 들어, 난 우리 노동자들 위에 드러워진 저 컴컴한 하늘에 겨우 구멍을 냈어. 겨우. 이제 나머지는 엄마랑 다른 사람들이 해줘야 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숨 쉴 수 있게..."(전태일)-16쪽

"15년에서 20년을 다닌 정든 일터. 나태하지도, 규율을 어기지도 않았다. 몸이 아파서 열심히 일했다. 라면과 요구르트 지급을 중단한 것도 치사하지만 참았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생애 마지막으로 만져볼 유일한 목돈, 퇴직금을 담보로 내놓자는 노조의 의견에도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이제 "너, 나가!"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나가야 하나? 사람이라면 질문해야 하고 합리적인 납득을 기다려야 한다. 당신이라면 그렇지 않겠나? -93쪽

일터는 단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가는 장소가 아니다. 돈만 벌면 어디든지 다 좋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터, 우리에게 생활을 보장해주고, 우리에게 밥과 의복을 주며, 사람들을 엮어내서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펼치게 해주는, 우리의 품위와 자부심, 그리고 긍지를 주는 내 인생이 펼쳐지는 현장이다. 가정과 직장, 이 두 들판이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그리고 가정이 무너지면 가끔 직장생활도 무너지지만, 일터가 무너지면 가정은 거의 대부분 무너진다. 아무런 사회안전망, 즉 재취업과 실업보험, 혹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주거 등에 대한 약속 없는 정리해고는 삶에서 해고된다는 말과 같다. -93쪽

말이 용역이지, 이들이 대리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폭력이다. -103쪽

그(칠레 광부 매몰 사건)보다 긴 시간을 단전과 단수, 그리고 최루액이 쏟아지는 곳에서 버티다 결국 테러범들처럼 두들겨 맞고, 해고되고, 사법 처리되고, "선생님이 우리 아빠보고 빨갱이라고 해."라며 울고 돌아오는 자녀들을 가진 이들은...... 희망이 없다. -158쪽

신자유주의란 여기 임금이 비싸면 저기 싼 곳으로 옮겨간다. 여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것을 유연화라고 부른다. 이 아름다운 이름, ‘유연화’라는 명사는 그러나 실은 무척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이다. 그것은 해고의 유연화, 빈곤의 유연화, 살인의 유연화, 살인 은폐의 유연화, 인간 경시 유연화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그렇게 싼 임금을 찾아 자본은 전 세계를 누빈다.-163쪽

모든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면 일시적으로 자본가들이 부를 차지할지 모르지만 그 후에 그들의 산업도 쇠락한다.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부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건 가난한 이들의 고혈을 짜는 방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들에게 이용당해주는 99%가 있기에 이 영화도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따. 배고픈 자들은 결코 모두 단결하는 법이 없으니까. 의자를 반만 가져다 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앉으라고 하면 옆 사람들을 확 밀치고 자기만 사려고 할 테니까. 그게 인간이라고 그들은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그랬고, 그럴 테니까. -164쪽

제주 해녀를 감탄스럽게 바라보던 외국인이 물었다.
"만일 장비가 있다면 엄청나게 많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겠군요. 예를 들면 스킨스쿠버 장비 같은."
해녀가 대답했다.
"그렇죠. 그런 게 있으면 지금보다 100배는 더 많이 딸 수 있겠죠."
외국인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왜 그걸 사용하지 않으십니까?"
해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100명분을 다 따면 나머지 99명은 어떻게 하라고요?"-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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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8-3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이런 책을 읽으면 당췌 화가나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