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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 청아출판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비엔나 의과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이자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인터내쇼날 대학교의 로고테라피 교수인 빅터 프랭클의 대표적인 저서이다. 그의 저서는 27권이 있다고 알려져있으나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지금 소개하는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두 가지 번역본이 나와있다. 내가 읽은 1997년 청아출판사 발행본과 2004년 고요아침 발행본이 그것이다. 그리고 프랭클의 또다른 저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는 역시 1997년 동일한 역자의 번역으로 청아출판사에서 나온 본이 하나 있다.
이 책은 심리학 책이다. 또한 한편으로 매우 철학적인 책이다. 프랭클은 책의 중간중간 니체와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 실존주의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그 인용구들이 자신의 로고테라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로고테라피'는 '로고스'와 '테라피'의 합성어로, '로고스'는 '이성', '추론', '논리'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고, '테라피'는 '치료한다' 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로고테라피'는 이성과 논리로서 정신을 치료한다는 의미이다. '로고테라피'라는 개념은 빅터 프랭클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으로, 흔히 정신분석학에서는 제 1대 정신분석학을 '프로이드'로, 제 2대 정신분석학을 '알프레드 아들러'로, 제 3대 정신분석학을 지금 말하고 있는 '빅터프랭클'의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로이드가 성과 쾌락의 관점에서 꿈을 해석한데서 정신을 분석했다면, 아들러는 권력을 토대로, 프랭클은 의지를 토대로 정신을 치료한다. 따라서 프로이드가 인간 내면의 잠재된 욕구를 기본으로 한데 비해 프랭클은 좌절한 인간의 내면의 이성과 의지를 불러옴으로써 스스로 좀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빅터프랭클은 나치하에서 핍박당한 유태인 중 한명이었다. 그는 이곳저곳 수용소로 옮겨다니며 아우슈비츠에 가지 않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생존해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직업, 정신신경학 의사라는 점을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각 상황별로 생존하기 위한 행동 유형을 구성한다.
프랭클은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힘겨운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목표가 있고,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기가 쉽다는 것이다. 반드시 나 아니면 안되는 일, 예를 들자면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들을 만나기 위해, 혹은 자신이 이전부터 연구해오던 연구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수용소를 나간 뒤에 해야할 중대한 일이 있는 사람들은 생존욕구가 더욱 강하다는 것이다. 즉 목적과 목표가 없는 사람들은 힘겨운 상황을 비관하고 자살을 택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을 말리는 경우 나치들로부터 찍히기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있어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프랭클은 그들이 자살하기 전에 자살하지 못하도록 정신을 치료하고자 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로고테라피'는 시작된다.
이 책은 그냥 읽으면 단순히 빅터 프랭클의 수용소 경험담이지만, 이 경험담들이 일관된 체계와 성찰을 담아낸다면 일종의 심리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