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곧잘 복권에 비유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복권 중에는 맞는 복권도 있기 때문에."(버나드 쇼) "머리가 좋은 남편이란 존재할 수 없는 말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머리가 좋은 남자라면 결혼을 안 할 테니까."(프랑스 소설가 앙리 몽테를랑) "아내에게 있어서 남편이 소중한 때란 남편이 없을 때"(도스토예프스키) "굉장한 적을 만났다. 아내다. 너 같은 적은 생전 처음이다."(시인 바이런)-7쪽
결혼을 할 때, 주례가 신랑과 신부에게 묻는 한 가지는 죽기 전까지 서로를 신뢰하고 살아할 것인가이다. 사랑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건만, 순간 이는 의지의 문제로 환치된다. 미래에 자신이 갖게 될 감정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알기에, 감정의 문제를 의지와 신의의 문제로 환치시켜 만인 앞에 선서하게 만든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증인을 서게 함으로써, 이는 도덕의 문제로까지 연결된다.(목수정)-27쪽
내 남자가 여전히 세상 모든 여자를 유혹할 수 있지만, 내 곁에 있기를 바라듯 나 역시 세상 모든 남자를 유혹할 수 있고 유혹하기도 하지만, 기꺼이 그의 옆에 있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가장 평화로운 나의 둥지이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서로 유혹의 깃털을 모두 뽑고 시큼하고 털털한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 인내와 화목, 희생의 기치 아래 생을 이어가는 일은 삶을 절반쯤 모독하는 일이다.(목수정)-29쪽
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누군가와, 오로지 그 사람만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 이 둘은 머지않아 잔인하게 상처를 주고 서로를 밀쳐내는 사이가 되기 쉽다.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이 균형을 잃지 않고, 그 사랑이 나와 그를 삼켜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열정을 쏟을 무언가를 또 가져야 한다. 일이든 취미든. (목수정)-36쪽
헌신하지 말고 유혹하라. 유혹은 꼭 가슴골이 파인 옷을 입고, 꽃사슴 눈으로 상대를 바라봐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 그렇게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더 매혹적이다.(목수정)-36쪽
결혼을 앞두고 그래도 질문을 하고 싶다면, 현재의 삶을 내가 온전하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아니면 주변의 잘 알 만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혼은 일상이고 긴 삶이기 때문에 나를 그대로 드러낼 수밖에 없다. 나의 성격, 나의 기질, 한계, 판단력이 그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의 근원적인 수준의 콤플렉스와 유아적 상태에서 자라지 못한 부분은 그대로 결혼에 반영된다. 상대방을 제대로 알 수 없고 선택이 복불복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온전하고 건강할수록,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기를 넘어서고 파괴적인 환경과 관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가능성도 더 클 것이다. 그 질문에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결혼은 내 삶뿐만 아니라 남의 삶에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행위이고 선택이기 때문이다. (권인숙)-110-111쪽
아이 아빠는 경제적 능력에 있어서 그녀보다 못 미치는 상대였다. 연애를 할 때도 그녀는 데이트 비용을 남자보다 더 많이 지불했다. 우리가 그 이유를 묻자,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이견이 없으면서 왜 능력 있는 여자가 돈을 쓰면 이상하게 보느냐며, 진정한 남녀평등은 바로 여자들의 그런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오히려 이상하게 보는 우리를 훈계했다. 그런데 연하인 그 남자의 아이 같은 성격과 긴 머리가 좋다던 우리의 그녀는 아이가 생기고 결혼을 한 이후로 그 남자의 순수함이 무능함으로 뒤바뀌어 보였단다.(오진희)-120쪽
자신부터 상처 입은 존재임을 인정하면서 따뜻한 사랑의 관계 속에서 치유와 더불어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창조에도 참여해야 한다. 이것이 삶에 대해 정직하고 책임 있는 자세이다. 그저 부자가 되고 출세하려고 열심히 살자고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책임감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혼 전엔 온 세상을 다 바꿀 듯 야망적이던 사람도 대개 결혼 뒤엔 오로지 자기 가정만 지키려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것도 버거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삶이 왜 갈수록 더 버거워지고 모두 상처투성이가 되는가? 바로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결국은 온 세상 구조가 경쟁과 분열로 치닫고, 그 와중에 각 개인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자기 코앞의 이익만 찾는 존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경쟁과 분열을 통한 지배와 착취를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를 인간 스스로 내면화한 결과이다.(강수돌)-228-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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