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서평

절대 돈 주고 사서 보지는 않겠다던 그 책을 보게 되었다. 나의 애초 결심대로 돈주고 사서 보진 않았다. 내 동생 방 책상 위에 놓여있던 것이 눈에 띄어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렇게 소란을 떠나?'하는 심정으로 읽게 되었다.

이전에도 밝혔지만 난 이런 부류의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서점엘 자주 들르는 나도 이런 부류의 책이 모여있는 코너에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처세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다지 책다운 책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책다운 책'이란 첫째, 소장하고픈 마음이 들어야 하고, 둘째, 천박하지 않은 깊이있는 성찰과 사색을 담은 책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숙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너무나 가볍게 읽히는 요즈음의 책들이 불만스러울 뿐이다. 예로부터 책 속엔 지혜와 진리가 담겨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요즈음에 출판되어 나오는 책들에선 그런 요소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표적인 장르가 '처세술'이다.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요령, 기술만을 가르칠 뿐 깊이있는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쯤해두고, <아침형 인간>에 대해 논해보자.
먼저 이 책의 외양부터 살펴보자면, 하드커버로 양장본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꼴이 심히 불쾌하다. 양장본은 오래도록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에 한해서 독자가 여러 차례 책을 읽을 것을 우려해 책의 파손을 막기 위한 장치인데, 그저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이 어떠하고,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말해주는 이 책에 양장본의 형태를 부여한 것은 부당해 보인다. 덕분에 7,000원 정도면 족할 이 책이 10,000원까지 치솟았다. 요즘 출판 불경기다 사람들이 책 안본다 해서 출판계가 힘들어하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이 책에 하드커버를 씌워 비싸게 팔려는 것은 지나친 장사속이 아닌가 한다.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목차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아침을 잃어버린 사람들, 둘째,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 셋째, 어떻게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인가
책 전체를 읽고 난 뒤의 소감은 내용면에서 읽기전에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 알고 있던 이야기라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던 이야기를 책이라는 형태로써 결과물을 생산함으로 이 책의 저자는 '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을 굳이 크게 부각함으로써 마치 거기에 대단한 내용이라도 들어있는 양 과대포장했다는 말이다. 물론 그동안 저녁형 인간을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혁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이 책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 수 있겠다.

지금까지는 이 책을 씹기만 했는데, 저자와 출판사에 대해 한 가지 칭찬을 하자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그럴 듯 하게 포장한 그들의 능력은 훌륭하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 우려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책 만드는 능력'이 훌륭하다는 뜻이다. 이 점은 인정한다.


2. 적용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지금의 내 삶과 비교를 해보자면, 나는 저녁에 일찍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라 할 수 있는데,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을 보고있노라면 '내가 저녁형 인간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는 맞지 않다.

<아침형 인간> 148쪽 '짧게 자는 사람'과 '길게 자는 사람'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저자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에 이를 연결짓는데, 그가 말하길, 대체로 '짧게 자는 사람'은 '아침형 인간'이고, '길게 자는 사람'은 '저녁형 인간'이다.


'짧게 자는 사람'(6시간 이하의 수면)의 특성
정력적, 야심적이고 자기 조직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다. 대개는 근면하고 무척 바쁘며 또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서 사회에 대한 적응력도 강하다. 성격상 과감한 면이 있다. 자기 자신과 현재의 생활에 대체로 만족한다. 그들은 이 실험 과정에서도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은 별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길게 자는 사람'의 특성(9시간 이상의 수면)
비관적인 성격이 많다.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비판적인 경향이 강하다. 짧게 자는 사람에 비해 현재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실험과정에서도 여러 사안들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이나 불평을 많이 보였다. 잠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으며 신경이 다소 예민하다.

나는 수면시간만으로 본다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체로 나는 '길게 자는 사람'에 해당한다. 6시간 보다는 9시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잠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아침형 인간이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유형과는 정반대의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그 사례가 바로 나다. 난 아침형 인간이지만 오랜 잠을 자는 사람이다. 오랜 잠을 자는 사람의 특성과도 일치하며, 아침을 중요시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아침형 인간이다. 그럼 어떤 결론을 내려야하나? 이 책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봐야하나? 아니면 난 변종인가? 책을 읽고 난 뒤에 더 혼란스러워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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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5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박하지 않은 책"들이 제발 좀 많이 팔렸음 좋겠어요 쉽고 재밌으면서도 괜찮은 책들이 참 많은데 왜 이런 자기계발서나 김진명 소설 같은 책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지...

마늘빵 2004-11-1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러게요. 저 역시 요즘의 출판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분들도 먹고 살기 위해 그런 책을 어쩔 수 없이 출판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