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생애와 사상
카를 포르랜더 지음, 서정욱 옮김 / 서광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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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생애에 대한 책이 최근 여러권 출간되었지만, 그중에서도 꽤 두꺼운(?) 편인 이 책은, 그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책의 목록은 크게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 1장 부모의 집/초년기/김나지움 시절(1724-1740)
제 2장 대학교 시절과 가정교사 시절(1740-1754)
제 3장 15년간의 사강사 시절과 석사시절(1755-1770)
제 4장 순수이성비판이 나오기까지(1770-1781)
제 5장 학문의 전성기(1781-1790)
제 6장 노년기(1790-1804)

즉, 시간의 순서에 따라 그의 생애에 중심이 되는 사건을 토대로 크게 6장으로 나눈 것이다.

칸트의 삶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들은 바는 '칸트연구'라는 철학과 수업중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통해서다. 칸트는 시간이 되면 정확히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오후 몇시에는 산책을 나가 어디까지 돌고, 언제부터는 독서를 하였으며, 잠은 언제 잤다라는 시시콜콜한 하지만 너무나도 규칙적이고 계산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마치 그의 철학과도 같이. 칸트의 철학은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이 주요 저서로 꼽히는데, 그의 책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굉장히 체계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의 삶도 그의 철학과 같았던 모양이다.

또 한 일례로 여자친구가 그에게 청혼을 했지만 그가 도서관에서 이 결혼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을 하다 나왔더니 여자친구는 이미 결혼을 했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칸트의 생애와 사상>을 읽고 난 뒤에 칸트가 결혼을 세번 할 뻔 했는데, 결국은 혼자 살았다는 것과, 그 결혼할 뻔한 경우 중에 위의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여자친구와 결혼을 할뻔 했는데 그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몇년간 그가 고민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가 결혼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칸트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바와 같이 그다지 유명한 철학자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가 성공하기까지는 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누구에게나 알고 있는 철학자의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아마도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마르크스 정도는 기본으로 나오지 않을까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리고 유명한 칸트는 당시에는 15년간 사강사 생활을 할 정도로 힘든 생활고를 겪었다. 뛰어난 성적으로 김나지움을 졸업했고 이후에도 활발한 철학적 활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학 교수로 채용되지는 못했다. 그의 아부할 줄 모르는 올곧은 성격도 있었고, 신에 대한 대학과 자신의 의견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고, 운도 없었다. 결국 나중에는 이학교 저학교에서 초빙을 받는 유명한 교수가 되었지만 그 전까지는 학회에 나가서도 그저 '아마추어 철학자'라고 불리우는 설움을 당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위대한 철학자는 애초부터 위대하게 평가받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결국엔 위대한 철학자라는 호칭을 받게 됐지만 말이다.

이 책은 철학자에 대한 책이지만, 그의 생애를 담고 있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게다가 저자인 카를 포르랜더는 일부러 그의 사상적인 부분은 중간차단하여 그의 삶을 부각하려 했다고 하니 생무지의 초짜가 이 책을 읽더라도 그의 사상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를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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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칸트라고 하면 굉장히 옛날 사람 같고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데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를 읽어 보니, 예술을 볼 때 개인의 느낌대로 볼 것을 주장한 낭만주의 철학의 선구자였다고 하네요 그 때부터 칸트가 좀 새롭게 느껴지더라구요^^

마늘빵 2004-11-1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칸트의 미학과 칸트의 인식론 체계는 참 다른 느낌을 주죠. 저도 아직 잘은 몰라요. ^^; 오늘 저희 학교 교수님이 번역한 <칸트평전>을 빌려왔는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칸트를 알아봐야겠네요.